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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의 대표적 여흥 지역인 킹스크로스 일대. 밤이 되었는데도 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하게 변했다.

 

새 음주법 도입 이후... 호텔 등도 속속 주거지로 재개발

 


“시드니의 골든 마일(golden mile)에 큰 변화가 있다. 킹스크로스(Kings Cross)의 모든 거리, 주류 판매점, 패스트푸드, 섹스관련 숍, 편의점 등 모든 가게마다 온통 ‘For Lease’ 사인이 붙어 있다.”

 

지난 2월 NSW 주 정부가 새로이 도입, 시행한 새 음주법 적용 이후 시드니의 대표적 유흥가인 킹스크로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으면서 밤의 활기찬 거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금주 월요일(22일) 전했다.

 

신문은 ‘The death of Kings Cross as we know i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직접 취재한 결과 킹스크로스 중심가 300미터의 거리에만 35개의 숍이 문을 닫은 채 ‘임대’ 사인이 붙어 있다”며 시드니의 황금거리가 크게 변하고 있음을 다루었다.

 

대표적 유흥가로 자리 잡은 이래 킹스크로스의 중심도로인 달링허스트 로드(Darlinghurst Road)의 숍들은 늦은 밤 이 거리를 찾는 이들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시티 카운슬(City of Sydney)이 NSW 입법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비교해 이곳을 찾는 이들은 무려 84%가 줄었다. 유흥업을 통한 경제는 극한의 어려움에 처했고, 그렇다고 대낮에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도 없다.

 

“상권은 죽었고, 새로이 할 만한 것이 없다.”

킹스크로스 최대 주류 업소에서 일하는 한 바텐더의 말은 지금의 킹스크로스가 어떤 상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어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실직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킹스크로스의 주류 판매 업소 ‘Liquor Accord’ 운영자 도그 그랜드(Doug Grand)씨 역시 “킹스크로스의 모든 비즈니스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권이 죽어감으로써 더해지는 압박은 이 지역 비즈니스로 하여금 가게 문을 닫거나 팔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올 2월 새 음주법이 시행된 이래 이 지역 비즈니스의 수익은 40%가 하락했으며 대형 업소의 이익은 최대 75%까지 떨어졌다.

 

킹스크로스의 유명한 스트립 클럽인 ‘Dream Girls’의 마이클 아만테(Michael Amante) 대표는 “새벽 2시경 이 거리에 있어 보면 킹스크로스의 상권이 확실히 붕괴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제 이곳은 더 이상 붉은 불빛이 번쩍이는 ‘밤의 거리’가 아니다”고 단정했다.

 

너무 많은 숍들이 비게 되자 부동산 회사들은 비어 있는 숍들을 어떻게 해서든 채우기 위해 임대회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새로이 입주하는 숍 오너들에게 일정 기간 무료 임대를 제안하는 등의 내용으로 활기를 되찾으려 시도하는 것이다.

 

킹스크로스가 이렇게 된 데 대해 이 지역 비즈니스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새 음주법 도입을 꼽고 있다.

 

이달에는 베이스워터 로드(Bayswater Road) 상의 테라스 하우스들과 캔디스 아파트, 킹스크로스의 유명한 ‘World Bar’가 매물로 나왔다.

이밖에도 오랜 세월 동안 킹스크로스의 유명 업소로 자리 잡아 왔던 숍 건물들이 주거지 또는 새로운 상업용 건물로 용도를 변경해 재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 회사인 LJ 후커스의 워렌 던컨(Warren Duncan) 대표는 8~9년 정도 지나면 킹스크로스가 고급 주택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 지역은 주거지로 변모하게 된다”면서 “이는 밤의 여흥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에는 이 지역의 가장 큰 중급 호텔 중 하나인 ‘크레스트’(Crest)가 다른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231개의 객실을 갖고 있던 이 호텔은 아파트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LJ 후커스의 던컨 대표는 “지난 한해에만 이 지역 호텔 중 1800개의 객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작은 규모의 부티크 호텔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중심가인 달링허스트 로드 상의 아스토리아 호텔(Astoria hotel) 역시 최근 경매를 통해 주인이 바뀌었다. 이 호텔 또한 고급 아파트로 재개발된다.

이 호텔과 가까이 있는 캔디스 아파트(Candy's Apartment)와 ‘World Bar’ 역시 주거지로 개발된 전망이다. 그라운드 층의 펍(pub)이 있던 자리는 소매점으로 개발되고 알코올과는 관련 없는 업종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던컨 대표는 “이 지역 인구에도 큰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킹스크로스는 바(bar)나 나이트클럽을 가려는 이들이 찾는 지역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킹스크로스의 가장 큰 상징물인 ‘코카콜라’ 사인이 있는 과거 클럽 건물은 앞으로 라디오 방송 및 TV 스튜디오가 자리 잡게 된다.

 

주류 판매업을 하는 그랜드씨는 “이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계획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주거지가 거리 양쪽을 채우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주거지와 거리 안전, 그리고 이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킹스크로스 거주자 위원회(Kings Cross Residents Committee)의 로빈 홀(Robyn Hall)씨는 “킹스크로스 지역의 낮 경제가 무시되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로 활기찬 적이 있었는데, 한낮의 상권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이발소나 양복점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더 이상 이 지역에 있고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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