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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사캄방간(Nusakambangan) 교도소에서 집행된 총살형 현장에 증인으로 참석해줄 것을 요청받아 현장을 지켜봤던 찰리 버로우스 신부(사진). 사형수를 대기시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문이라는 게 그의 증언이다.


‘발리 나인’ 관련, “사형을 기다리는 것은 고문이다”

정신이상 유발할 수도... 인니 사형 지켜본 아일랜드 사제 증언

 


‘발리 나인’(Bali Nine) 두 명의 사형수에 대해 호주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가운데 “사형을 기다리는 것은 엄청난 고문이며 광기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 사제가 지적했다.

 

지난 주 금요일(20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인도네시아에서 사형집행을 지켜봤던 아일랜드 가톨릭 사제의 이야기를 소개, 눈길을 끌었다.

 

7년 전, 아일랜드 출신의 찰리 버로우스(Charlie Burrows) 신부는 인도네시아 누사캄방간(Nusakambangan)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나이지리아 마약밀수 사범의 사형집행 현장 증인으로 나간 적이 있다. 누사캄방간 교도소는 2주 전인 지난 2월11일(수) ‘발리 나인’ 멤버인 앤드류 찬(Andrew Chan)과 뮤란 스쿠마란(Myuran Sukumaran)이 이감되기로 결정됐던 곳이다.

 

당시 그가 지켜본 바로 총살이 집행된 나이지리아 사형수가 최종 사망하기까지 8분이 걸렸다. 버로우스 신부는 “그들이 고통에 신음할 때 나는 그저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는 성가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에 대한 사형집행과 잊을 수 없는 죽음은 버로우스 신부에게 ‘사형 반대’ 입장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해 말, 버로우스 신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발리 폭탄테러범의 사형에 대한 합법적 증거를 제시했다.

버로우스 신부는 “폭탄테러범인 암로지(Ali Amrozi bin Haji Nurhasyim)의 변호팀이 내게 ‘총살형은 고문’이라는 것을 증언할 증인이 되어줄 것을 요청했다”면서 “당시 헌법재판소에는 8명의 재판관이 있었으며 총살형이 엄청난 고문이라는 점에 대해 한 명의 재판관만이 동의했을 뿐 그 외 7명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버로우스 신부는 사형 판결을 받고 대기하는 것 또한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고문이 된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데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약 150명의 사형수가 있으며, 찬과 스쿠마란도 사형 선고를 받은 후 거의 10년간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위험 상황)을 안고 살아 왔다.

 

버로우스 신부는 언제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는 사형수들에게 ‘죽음의 위협’은 사형수들을 미치게 만드는 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버로우스 신부는 최근 브라질 출신의 코카인 밀매범인 로드리고 굴라트(Rodrigo Gularte)의 정신상담을 요청받았다. 굴라트는 앤드류 찬, 뮤란 스쿠마란과 함께 조만간 사형이 집행될 11명의 사형수 중 하나이다.

 

굴라트는 정신병과 정신분열증, 조울증, 편집증 진단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은 정신질환자나 임산부의 경우 합법적으로 사형을 집행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굴라트의 사형집행에 앞서 그에게 다시 한 번 의견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버로우스 신부는 이전에도 이 같은 요청을 받은 바 있는데, 지난 1월18일 사형이 집행된 바 있는 브라질 출신 마약사범인 마르코 아처 카르도소 모레이라(Marco Archer Cardoso Moreira)가 그 대상이었다. 그 역시 정신질환 상태였다고 버로우스 신부는 말했다.

 

그는 “이런 사례처럼 사형을 선고받고 하루 가슴 졸이며 살아가는 사형수들이 미쳐간다는 사실은, 죽음을 기다리는 그 자체가 엄청난 고문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버로우스 신부는 독일 가톨릭 주교협력기구인 ‘MISEREOR’를 만날 예정이다. 신부는 이들로부터 사형집행 반대에 대한 지원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로우스 신부는 “우리가 진행하는 이 케이스를 잘 처리해 줄 유능한 변호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금조달이 절실하지만 우리의 의도가 반정부 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어 대사관의 자금 지원도 느리기만 하다”는 버로우스 신부는 “때문에 우리는 비정부 조직(NGO)으로 이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드니 뱅스타운에 사제로 부임해 3년간 지내던 그는 센트럴 자바(Central Java)의 실라캅 교구(Cilacap parish)에서만 40년 이상을 일해 왔다. 이제는 버로우스라는 이름보다 로모 카롤루스(Romo Carolus)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교구는 7개의 교도소가 있는 누사캄방간 섬의 외진 곳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 지역, 7개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마약사범들 다수는 브라질, 이탈리아, 나이지리아, 네팔, 카메룬 등 가톨릭 국가 출신들이다.

 

지난 2008년 버로우스 신부는 2001년 마약밀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뮤엘 이와체쿠 오코예(Samuel Iwachekwu Okoye)와 핸슨 안토니우스 응와올리사(Hansen Antonius Nwaolisa)의 사형집행 당시 종교인으로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들의 사형집행 자리에 함께 했다.

 

그는 사형수들과 함께 총살형이 집행된 누사캄방간 섬의 산꼭대기까지 나란히 걸어올라가던 당시를 회상했다.

 


“나는 ‘오늘밤 너는 나와 함께 천국에 들 것이다’라는 예수의 마지막 당시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한 죄인에게 했던 성경 구절을 읽어주었습니다. 사형수 중 하나인 안토니우스는 아내에게 손수건과 10만 루피아(호주화 약 10달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는 목이 마르다고 말했고, 나는 사형집행자에게 물을 달라고 했습니다. 물을 마시자 집행자가 말했지요. ‘배가 많이 아플 텐데, 아마 10분 안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며 웃어보였습니다. 이어 집행자는 그의 얼굴을 덮개로 씌웠고 의사가 그의 가슴에 검은색 천을 붙였습니다. 총살형이 집행되기 바로 직전 안토니우스는 ‘신부님, 아직 거기 계십니까? 내 신발을 벗기어 그것도 아내에게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총성이 울렸고 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졌다. 사형집행자들은 (고통없이) 빨리 목숨을 끊어주려 했지만 그(안토니우스)는 곧바로 죽지 않았다.

 

버로우스 신부는 안토니우스가 사형되기 전, 그의 네 살 된 아들 조디(Jodi)를 위해 많은 시간 기도했다고 말했다. 조디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장난감 병사를 계속 두드리며 ‘죽어, 죽어!’라고 말했다. 버로우스 신부는 그래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죽어 하늘나라에 가면 내가 그 병사들을 다시 살려낼 거야”라고.

신부는 “조디는 분명 자기 아버지가 사형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자라게 될 터인데, 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험이 상처가 되었는가’에 대해 버로우스 신부는 “이 때문에 (사형집행 폐지를 위해) 헌법재판소에 관련 증거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버로우스 신부는 찬과 스쿠마란, 그리고 나이지리아 마약사범 오쿠딜리 아요타예제(Okwudili Ayotaeze)는 또 한번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계속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행동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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