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한인 단체들의 연말 모임이나 행사도 이전과 비교해 많아졌다. 특히 이즈음이 되면 친목 성격의 단체들이 마련하는 송년 모임은 물론 연말이라는 시기에 맞춰 자선행사도 많아진다.

 

지난 1주 사이 시드니 한인사회에서는 ‘눈에 띄는’ 두 건의 한인 행사가 이어졌다. ‘눈에 띄는’이라고 했지만 하나는 화려한(?) 인사들이 두루 참석한, 말 그대로 성대한 행사인 반면, 다른 하나는 작은 규모로, 더욱이 외부 인사도 그리 많지 않았던 행사였다.

 

그 후자가 지난 일요일(23일) 벨필드(Belfield) 소재 정법사에서 펼쳐진 행사로, 이영대 목사(‘길벗’ 종교간 대화모임 진행)가 중심이 되어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이맘 때 진행해 온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기금 모금을 위한 자선음악회’이다.

 

이 자선음악회는 첫해인 2006년 3,520달러가 모금된 이후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8,230달러가 모아졌으며 이제까지의 누계 36,618달러50센트를 기록했다. 행사를 보면 화려한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것도 아니다. 또 많은 이들이 행사장을 찾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매년 행사가 이어지면서 작은 성금을 내는 이들은 음악회 행사장을 직접 찾는 이들보다 크게 늘어났다.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은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기부금이 모아져 어린이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한인 동포들 가운데 자녀의 치료를 이 병원에 의뢰했던 이들 중에는 정기적으로 이 병원에 기부금을 전하는 이들이 꽤 된다.

 

지난 일요일(23일), 36도 이상 오른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정법사 강당과 야외에는 일단의 사람들이 작음 음악회를 즐겼다. 더위 속에서 연신 부채를 흔들면서도 ‘자선 참여’라는 기쁨은 더위를 충분히 이기는 힘처럼 느껴졌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행사는 이보다 며칠 앞서 지난 주 수요일(19일) 열린 ‘한호 정경포럼’이다. 우선 행사장이 먼저 ‘눈에 띈다’. 릴리필드(Lilyfield) 소재 르몬티지(Le Montage)이다. 다양한 성격의 행사가 가능한 이곳 평션센터는 위치뿐 아니라 전망도 좋아 임대료만도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행사장소뿐 아니라 참석 인사들이다. 한인 밀집 지역구를 대표하는 연방 및 주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주 정부 장관 참석자도 다수였다. 한인사회 행사에 이 정도 면면의 인사들이 참석하는 것은 정치 계절(2015년 3월 주 선거)이 다가온 것을 실감(?)케 한다.

 

‘포럼’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을 보면 오후 6시 시작, 밤 10시30분에 폐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중 각계 참석 인사의 축사가 동영상 메시지를 포함해 무려 8건이다. 그리고 ‘포럼’이라는 이름에 맞는, 앤드류 롭(Andrew Robb) 주 무역 및 투자부 장관의 주제발표가 20분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포럼’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는 깊이 있는 내용도 아니고 그저 호-한 자유무역협정의 일반적 내용으로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것에 불과했다.

 

내용 면에서 또 하나는, ‘정경’ 포럼이라 하지만 외부 초청 인사는 주 정부 관계자 아니면 자유당 소속 의원들뿐이었다. 포럼이라는 게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토론을 거쳐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러므로 정책이 다를 수 있는 타 정당 관계자도 포함되어야 모양새가 갖추어진다는 점에서, 이 또한 ‘눈에 띄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외부인을 초청해 치르는 행사는 분명한 명분과 목적과 내용에 있어서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초청된 인사들, 시간을 할애해 참석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한 동포미디어가 언급한 부분은 이를 대변한다. “이런 행사였으면 애초 오지를 않았다. 도대체 이런 행사를 왜 하는지 알려달라”, “시도는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인 커뮤니티에서 거금을 들여 한 행사치고는 너무 의미가 없었다”(톱 신문).

 

많은 수의 참석은 아니지만 뜨거운 바람을 참아가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자선음악회는 주최측이 그야말로 진정성 담긴 행사를 펼침으로써 초청 인사들 모두에게 예의를 다한, 게다가 호주 주요 기관(웨스트미드 아동병원)에 ‘Korean Community’의 이름을 부각시킨 행사였다.

 

반면 한호정경포럼이라는 것이 호주 정치인들 눈에 어떻게 비춰졌을런지는, 만나면 군대이야기 아니면 정치 이야기가 빠지지 않은 한인들(모든 한국인들)의 높은 정치 의식(?)을 감안할 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외적인 면에서 ‘눈에 띄지’만 내용상에서 초청자에 대한 예의가 부족한 행사가 아닌,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 목적과 진정성에서 정말로 ‘눈에 띄는’ 행사가 많아질 때, 진정 훈훈한 한인사회가 됨은 물론 한인사회가 주류의 들러리를 벗어나는 길일 터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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