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상식을 되찾을 때

 

다음 주 수요일(3월 9일)에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이 결정된다. 이번 대선은 시작부터 막판까지 상식이 실종된 선거였다.

여야 후보와 정당, 그리고 지지자들까지 합세해 ‘내로남불’, 마타도어와 네거티브 공세,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쏟아냈다. 여기저기서 녹취록이 공개되고 상대 흠결 폭로가 여과 없이 소개됐다. 신중하고 냉정해야 할 언론이나 정치 패널들까지 이를 그대로 옮기면서 편들고 부추기는데 열을 올렸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세도 전략의 일환이다. 잘 하면 득표에 도움이 되지만 잘못하면 역효과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후보나 신중하게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경쟁적으로 터뜨리기에 급급했다. 사실과 달라도 계속 물고 늘어진다. 잘 모르는 유권자, 특히 지지자들을 믿도록 하기 위해서다.

후보와 정당은 자기 지지자 결집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나름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까지 진영으로 나뉘어 상대 후보의 문제만 부풀려 전파하는 데 일조했다. 후보자의 흠결과 그에 대한 지지는 별개다. 문제가 있어도 지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지자의 문제엔 눈 감거나 두둔하고 상대의 문제나 실수는 자격 미달로 비난하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

 

여당 후보에게 쏠린 사생활 문제나 시장 재임 시 부동산 개발사업 의혹은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시장과 도지사 재직 시의 일부 업무추진비 사용과 배우자를 위한 법인카드 사용은 명백한 불법, 편법이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애매한 사과로 그쳤고, 소속 정당과 지지자들은 ‘배우자가 직접 사용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자신이 돈도 안 줬는데 비서관이 음식을 가져오면 ‘이거 무슨 돈으로 샀느냐’고 물어보는 게 상식이다. 차라리 ‘난 한 번도 먹은 적 없다. 모르는 일이다’ 라거나 ‘남편(시장)이 사서 보낸 걸로 알았다’고 했으면 비상식까진 아니었을 것이다.

 

제1야당 후보는 배우자의 과거 허위 이력서와 경력 날조, 무속 논란, 장모에 대한 재판 등 여러 문제를 갖고 있다. 이 정도면 국민 앞에 나서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너무 당당하다. 검찰총장 재직 시 국정감사 현장에서 흥분해서 답한 것도 상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정치에 입문한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지지율 1, 2위를 다툴 정도면 거기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게 안 되면 아예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검사 시절 대화와 대통령 후보로서의 언행은 달라야 한다. 소속 정당과 지지자들이 이걸 지적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기만 기대하고 있으니 실수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지지하는 국민이 후보의 말과 행동을 걱정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차라리 정치 신인답게 솔직하게 모르는 건 인정하고 기존 정치인과 다르게 네거티브 없이 정책과 비전만 이야기하는 게 신선하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신인 핑계 대고, 상대 공격은 기존 정치인 뺨칠 정도로 하는 것도 비상식이다.

 

누구나 자격이 되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한국은 대통령 중심제라 양당 정치가 정착돼 있다. 간혹 자기 지지층을 가졌던 제3의 후보가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기도 했고, 양당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나름 정체성이 뚜렷한 군소 정당 후보에게 표를 주기도 했다. 비록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그들의 출마가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정체성도 모호한 상태에서 선거 때마다 후보 단일화에만 꽂혀 있는 것은 상식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10년째 이 분이 출마하면 세간의 관심은 단일화이다. 10년 전에는 진보 진영에 있던 분이 최근에는 보수 진영까지 이동했다. 여기에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모든 걸 남 탓만 하는 분의 정치를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상식이 밀려나면 원칙이 무너진다. 원칙이 무너지면 공정과 정의는 더욱더 멀어진다. 임기 말 4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정권이 바뀌기를 바라는 국민이 절반 이상이라는 건 현 정부가 상식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는 ‘묻지마 지지층’에 대한 상식적인 반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 시작되고 대선 기간 내내 보여준 상식의 실종은 이 정도로 끝내야 한다. 다음 주 수요일 이후에는 새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그동안 무책임했던 언론, 적극적으로 일조하거나 방관했던 국민 모두 상식 되찾기에 나서야 한다. 다들 상식이 뭔지 모르진 않을 것이다. 누구나 아는 그 상식을 이번에 되돌려 놓지 못하면 몰상식이 당연시되는 끔찍함을 겪게 될 것이다.

 

김인구 /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편집위원장

전 호주 <한국신문> 편집인

gginko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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