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도 둘씩이나

 

정치에 입문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이 대통령이 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이런 일은 없었다.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젊은 나이에 발을 들여서 수십 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 잡기 쉽지 않은 게 대통령이다.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영입된 외부 인사 중에서 그 자리에 올라간 이는 그가 처음이다.

대통령이나 내각책임제 총리를 하려는 이유는 법이 정한 최고 권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 역사에서 왕이 되기 위해 피바람이 일어났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최고의 권력이기에 늘 신비롭고 경외의 대상이다. 그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대중에겐 제한적 모습만 보인다. 그래서 그의 일상이 늘 궁금하다.

새 대통령은 보안과 신비, 경외심 모두 갖춘 청와대에서 나왔다.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돼 있어서 대통령의 출퇴근에는 교통 통제가 있다. 그러나 출퇴근 모습은 대중이 볼 수 있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평소처럼 외출한다. 달라진 건 최소한의 경호를 받는다는 거다. 대통령의 일상이 공개되는 것도 처음이다.

대통령은 집무실로 출근하는 날엔 언제나 출입 기자의 질문을 받는다. ‘도어스테핑(door tepping, 약식 회견)’을 통해 그는 국민과 만난다. 기자들의 궁금함을 풀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입장을 직접 전하기도 한다. 이 역시 처음이다. 과거 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 이외엔 비서진을 통해 생각이나 말을 전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원로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은 대중에게 자주 노출되면 실수할 확률이 높다며 부정적이다. 여야의 현역 정치인들도 거의 파격적인 대통령 모습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 여론도 아직 반반이다. 국민도 바뀐 대통령의 모습이 낯선 건 마찬가지다.

 

1년짜리 정치 신인을 대통령으로 배출한 정당 대표 역시 ‘처음’이란 수식어가 붙고 있다. 나이가 30대로, 중견 정치인들은 그에게 아버지뻘이다. 그는 또 단 한 번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다. 외부 영입 인사를 제외하고 이른바 ‘0선(選)’ 정치인이 유력 정당의 대표가 된 것도 그가 처음이다.

이런 당 대표를 보는 기존 정치인의 시선은 엇갈린다. 한국의 보수 정당이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2030 세대의 지지가 그로 인해 크게 올랐다. 그는 특히 20대 남성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반사적으로 20대 여성의 지지는 절반 이하이지만, 이도 과거보다는 높다.

그는 지난 1년 대통령과 지방 선거를 지휘하면서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세대별로는 2030의 지지가 크게 올랐고 지역적으로 호남지역의 득표율이 소폭 상승했다. 두 차례 선거에서 그의 역할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다. 선거 승리에서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는 못해도 ‘그가 없었어도 이겼을까?’라는 물음에 누구도 쉽게 ‘아니다’고 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그를 상대 정당인 아닌 자기 당 내부에서 1년 내내 흔들고 있다. 우선 30대 대표가 익숙하지 않다. ‘여의도 문법’이라는 말로 통용되던 기존 정당 문화를 바꾸려는 그의 시도가 불안해 보인다. 윗사람에게 예의는 차리지만, 말은 잘 듣지 않는 그의 스타일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부에선 선거 승리도 했으니 이젠 옛날로 돌아갔으면 바람도 내비치고 있다. 그래서 ‘토사구팽(兔死狗烹)’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수십 년간 국민이 최하류라 평했음에도 거기에 익숙했던 기존 한국의 정치인, 정치 평론가, 언론 등 정치계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치인을 둘이나 만났다. 그것도 최고 권력을 쥔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다. 각각 대표 1년, 대통령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유권자가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도 못할 일이 한국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욱이 경력이 계급장인 여의도에서 새내기 두 사람이 일을 냈으니 그쪽 세계에선 충격일 것이다. 아마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30대 대표로 인해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정당에, 자신이 속했던 정권과 맞서는 모습 하나로 ‘전국구 스타’가 된 정치 신인이 들어와 대선 후보가 되면서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정치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부정과 부패, 부조리에 가장 반발하고 비판적인 성향의 2030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 과거 진보 정당이 주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으나 보수 정당에서도 이들이 직접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직접 전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조직에만 의존하던 기존 정치와 다르다.

두 신인 정치 지도자로 인해 한국 정치는 변화의 한 복판에 있다. 변화는 그 속에 있는 사람보다 밖에 있는 사람이 먼저 느끼게 된다. 뭔가 달라졌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몸으로는 거부하면 자칫 떠밀려 날 수도 있다. 어쩌면 스스로 잘 알기에 상대를 밀어내려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과가 어떠하든 변화는 현실이다. 거부한다고 없어질 거면 변화도 아니다.

 

김인구 / <한국신문> 편집인

gginko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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