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선수단에 대한 과감한 지원 결정,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 기억해야

 

전염병 대유행으로 일시 중단됐던 모국 대한민국의 최대 스포츠 행사인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다시 개최된다. 3년 만에 열리는 올해 전국체전(제103회)은 울산광역시에서 펼쳐진다. 호주는 선수단을 구성, 해외 선수단이 참가하는 6개 종목에서 기량을 겨루게 된다.

매년 전국체전이 열릴 때면 특별히 감사해야 할 이들 중 한 사람이 있다. 전국체전 참가는 전 세계 각국(대한체육회 해외지부가 구성되어 있는)에서 가장 많은 동포들이 한 번에 이동하는 가장 대규모의 행사이다. 그런 만큼 해외지부들이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데에는 많은 경비가 소요됐고, 이는 동포사회의 지원이 있어야 하기에 매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부담이 상당 부분 해결된 것이 2005년 울산 대회에서였다.

필자는 그해 제9대 재호주대한체육회 회장으로 150명 가까운 선수단을 구성해 체전에 참가했다. 그 많은 선수단이 한국에서 체류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상당히 큰 문제였지만 각계 후원으로 무사히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필자는 그해 울산에서 각국 해외지부 회장 모임을 주도했다 이 회의에서 ▲일정 부분의 해외선수단 참가 경비 지원, ▲해외선수단 참가 종목(당시 축구, 볼링, 테니스, 남자 골프) 확대를 건의하자고 제안했고, 필자의 의견에 모든 해외지부가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필자가 대표하여 이 안건을 당시 대한체육회를 이끌던 김정길 회장에게 건의키로 했다.

다음 날 필자는 대한체육회장을 독대하였고, 해외지부 전체 의견임을 전제로 이를 건의했다. 그러자 김정길 회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시급한 해외 선수단 경비에 대해 -다음해(2006년) 경상북도 체전에서 즉각 시행, -참가종목은 각 가맹단체와의 협의가 필요하고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이므로 2년 후인 2007년 광주광역시 대회에서 시행하겠다고 시원하게 약속했다.

당시 필자는 이미 김정길 체육회장의 인품, 평등과 화합 구현을 위한 정치 신념,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약자에게 시선을 두는 정치적 행동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해외지부의 건의를 충분히 인정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독재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도 안 되어 시행 약속을 준 것이었다.

당시 김정길 회장의 결단으로 해외지부는 이듬해 체전부터 선수단 규모에 맞추어 체전 기간 동안의 체류비를 지원받기 시작했으며 또 한 해 뒤에는 해외선수 참가 종목에 탁구, 스쿼시, 여자골프가 추가됐다.

시살 해외 선수단의 가장 큰 고민인 전국체전 참가 경비 문제는 이전부터 건의됐옸지만 늘 ‘검토하겠다’는 선에서 더 이상 진전이 없던 사항이었다. 이를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해 주었기에 지금까지 각국 해외선수단은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던 김정길 전 회장의 정치 인생은 청년 시절 겪은 경험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이던 1971년의 대통령 선거, 당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 풍토가 극에 달하자 ‘망국적 지역주의 파타’를 마음먹게 됐고, 이후 그의 정치 인생 40년은 ‘지역감정 철폐, 동서 화합을 위한 노력’으로 일관됐다.

고향이 거제인 김 정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후배로, 1990년 김영삼 야당 대표가 민주화 지지자들을 배반하고 ‘3당 통합’을 결심하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두 말 없이 YS와 결별했다. 이 때문에 ‘괘씸죄’로 두 정치인은 오랜 기간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이권에 흔들리지 않고 한 길을 걸어왔다.

정치인으로서 김 전 회장은 또한 스포츠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던 김 전 회장은 팀원이 하나 되었을 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스포츠 경기의 지극히 기본적인 원리, 정정당당한 경기와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를 축하하는 스포츠맨십이 청소년 시기부터 필요하다는 것을 중요하게 인식했던 사람이었다. 영국 유명학교 이튼 칼리지 학생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스포츠를 통해 함께 하는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불의에 의연하게 맞서는 그의 성품도 이런 정신에서 형성됐을 터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스포츠 행정에 대한 정부 간섭이 노골화하자 이에 맞서다 최고 권력의 벽에 굴복하기보다는 두 말 없이 체육회장직을 내놓은 분이다.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 손 내밀었던 사람,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닮아 있고, 이런 점이 두 정치인을 오랜 동지로 이어지게 했는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자리를 이어왔지만 정작 그 분은 모든 이들과 같은 눈높이를 갖고자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이 진행되던 얼마 전, 김 전 회장은 SNS로 필자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여왕의 한국 방문 당시 함께 했던 장면이었다. “그 분(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생각하다 그분을 뵙던 당시의 사진이 떠올라 보내네...”라며. 누구에게든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같은 위치에서 함께 하고자 했던 사람, 김정길 전 체육회장은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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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원 / 제9, 10대 재호주대한체육회장, 전 대한체육회해외지부총연합회 회장, 현 대한체육회 해외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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