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꼰대’ 일까?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뜻도 다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다르다.

‘다르다’는 ‘같다’의 반대말로, 둘 또는 그 이상이 같지 않을 때 사용한다. ‘틀리다’는 ‘맞다’의 반대말이다. 영어로는 ‘right(옳다)’와 ‘wrong(그르다)’에 해당한다. 그런데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는 이들이 꽤 많다. 두 경우 모두 ‘틀리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을 포함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르다. 같은 게 하나도 없다. 쌍둥이도 다른 구석이 있다. 그러니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다. 모두 똑같은 게 비정상이고, 다른 게 오히려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게 틀린 것인 경우도 있다. 선다형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선다형 문제의 정답은 대부분 하나이다. 4지 선다형의 경우 정답과 다른 3가지는 모두 틀린 답이다. 정답이 아닌 다른 답을 쓰면 틀린 게 된다. 그래서 정답 문화에 익숙해지면 다를 때 ‘틀리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자신과 다르면 틀린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경우다. 이젠 다른 나라에까지 알려진 우리말 ‘꼰대(KKONDAE)’는 통상 “자신이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기는 나이 많은 사람들”을 일컫는다. 나이가 들면 자의식과 고집이 굳어지면서 다른 걸 모두 틀렸다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에선 ‘MZ세대’란 표현이 잦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과 함께 살면서 온라인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에 익숙하다.

특히 정치 관련 뉴스에서 자주 등장한다.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20대와 30대 청년층의 표심을 잡는 쪽이 승리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여야 후보 모두 초반부터 이들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어떤 대상을 같은 특징에 따라 분류하면 찾아보기 쉽고, 대상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분류가 일반화되어 있다. 동식물의 분류, 도서관 서적 분류 등 학술적인 분류에서부터 ‘MZ세대’ 등 다양하다.

그러나 정작 분류 대상은 그런 분류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동식물이나 서적 분류는 그 대상이 반응할 수 없는 무생물이지만 분류 대상이 사람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대와 30대 중에는 자신들을 ‘MZ세대’로 부르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같은 또래지만 개개인이 다른데, 하나로 묶고 특정화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X세대, 밀레니얼세대, Z세대와 같은 분류는 정작 분류 대상 개개인의 특성은 고려치 않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다른 세대가 이해하기 편하게 묶어버린 것일 수 있다. 또 이런 분류가 오히려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런 분류 자체가 어쩌면 ‘꼰대스러운’ 짓일 수 있다.

 

‘대한민국 정치사 최초’란 타이틀을 단 30대 제1야당 대표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누구 누구 답다’는 말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다운 게 뭐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필자도 그동안 글에서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 답기만’ 하면 살만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 다운 게’ 구체적으로 뭔지 설명하지 않은 채. “정치인이 정치인다우면 우리 정치가 한층 발전될 것이다”라는 식이었다. 정치인다운 게 뭔지 막연하지만, 대충 공감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20~30대는 ‘다운 게 뭐냐’고 정식으로 따져 묻고 있다. 이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하기 어렵다. 윗세대가 정한 틀에 맞춰서 ‘이런 게 ~다운거야’ 하는 정도가 유일할 것이다. 역시 대상의 개성은 고려치 않고 막연히 ‘이래야 ~ 답다’고 정형화, 일반화하는 게 된다. ‘꼰대’가 대체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자기들(진영) 기준에 따라 대상을 분류해 ‘틀’을 씌우고, ‘이 틀’은 맞고 ‘저 틀’은 틀린 것이라고 몰아세우는 일이 만연돼 있다. 이미 ‘꼰대’인 60대 이상은 그렇다 치고, 20년 전 거대한 벽처럼 단단한 기존의 틀을 부수려 했던 정치인에 환호했었던 20~30대(지금의 40~50대)에게서 ‘꼰대스러움’이 보이는 건 왜일까?

그들도 어느새 (자신이 항상 옳고, 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기는) ‘나이 많은 사람’이 되어서 그런 걸까? 그들의 상당수가 20년 전 지지했었던 정치인이 당시 50대였다는 점에서 나이 많다고 꼭 ‘꼰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이보다 ‘나와 우리만 옳다’는 편협한 진영 논리가 누구든 ‘꼰대스럽게’ 하는 것이다.

모두 한 번쯤 ‘나는 꼰대일까?’ 생각해 봤으면 한다.

 

김인구 /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편집위원장, 전 호주 <한국신문> 편집인

gginko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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