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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Victoria) 주 기반의 벤디고 은행에 대한 NSW 주 한인들의 낮은 인지도, 스트라스필드에 자리한 메이저 은행 지점과의 경쟁 등은 초창기 고객 확보에 큰 벽이었다. 여기에다 주요 인력의 불의의 사고까지 이어져 벤디고 한인은행이 안정 기반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점 책임자로 금융전문가 초빙, 초기 리스크 대비

‘벤디고’의 낮은 인지도-주요 인사들의 ‘불의의 사고’로 초기 어려움

 

“벤디고 한인은행은 한인 교민들을 위해 설립된 것인 만큼 한인사회의 자산입니다. 따라서 내 은행, 내 개인금고처럼 편하게 이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벤디고 한인은행 설립추진위원회가 초대 지점장으로 영입한 윤창수 지점장은 은행 개설 전인 2002년 6월14일, <한국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한인 교민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벤디고 한인은행을 설명한 말이다.

 

금융 전문가 초빙,

위험부담 덜었지만...

 

현재 벤디고 은행은 연간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고 이의 일정 부분을 한인 커뮤니티에 환원하고 있지만 이 과정까지 몇 차례의 난관을 넘겨야 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주요 인력 손실이었다. 한인은행 설립을 주도했던 성기주 초대 이사장이 개설 2년 만에 타계했고, 뒤를 이은 조일훈 이사장 또한 2010년 갑작스런 질병으로 작고했다.

벤디고 한인은행 초기, 특히 큰 어려움은 초대 지점장으로 영입됐던 윤창수 지점장의 병고(病苦)였다. 한인은행 개설 1년쯤 후, 한인 고객이 빠르게 늘어가던 시점에서 발생된 윤 지점장의 병환은 한인은행 정착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마 제가 쉬는 일만 없었다면 훨씬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애초 약속한 대로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좋은 일을 했을 터인데...”

지난 2005년 12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힘겨운 노력 끝에 병마를 이겨내고 복귀한 윤 지점장은 이렇게 큰 아쉬움을 털어놓은 바 있다.

냉정하게 보면, ‘벤디고’의 한인 커뮤니티 은행 설립은 사실 모험과도 같았다. 본래 벤디고 은행의 ‘커뮤니티 뱅킹 프로그램’은 당시 호주 주요 은행들이 세계적 경제침체, 은행업무의 전산화 확대, 효율적 영업기반을 위해 이용 고객이 적은 소도시 및 특정 지역의 지점을 폐쇄하면서 해당 지역민들의 금융기관 이용에 불편이 따르자 벤디고 은행이 이 틈새를 파고들어 프랜차이즈 형태로 커뮤니티 지점을 개설해 편의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벤디고 한인은행이 자리한 스트라스필드에는 대형 은행 지점들이 자리해 있었고, 여기에 ‘한인 커뮤니티’ 뱅크로 문을 연다는 것이었지만 금융기관으로써 요구되는 높은 신뢰성, 커뮤니티 뱅크에 대한 한인 동포들의 인식 부족 등이 상당한 위험요소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해준 이가 윤 지점장이었다. 사실 벤디고 한인은행 설립추진위원회가 개설을 앞두고 그를 만나게 된 것, 그리고 수차례의 설득 끝에 그를 초대 지점장으로 영입한 것은 벤디고 한인은행 입장에서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인력 손실로

초기 정착에 어려움

 

윤 지점장은 평생을 은행 분야에만 몸담아 온 정통 금융인이었다. 지금은 타 은행에 통합(2006년 4월 신한은행과 통합)된 조흥은행에 입사해 근무하는 동안 윤 지점장은 은행의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으며 5년여의 해외지점 경력을 갖고 있었다. 또한 조흥은행에서 호주 메이저 은행 중 하나인 ANZ(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 Limited) 서울지점에서 15년여 근무하면서 호주 금융 시스템에도 정통한 인사였다.

정년퇴직을 불과 몇 년 남겨두지 않았던 2001년 4월, 그는 ‘너무 일에 지쳐’ 쉬겠다는 생각으로 가족이 있는 시드니로 들어와 있던 상태였다.

“올해가 결혼 36주년인데... 제 아내는 결혼 이후 대부분의 세월 동안 저를 은행에 빼앗기고 사실상 혼자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왔어요. 그래서 이제부터 저는 그 사람을 위해 살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2년, 윤 지점장이 벤디고 한인은행을 퇴임키로 결정하면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했던 이 말은 사실상, 그가 ANZ 서울지점을 퇴사하면서 했던 결심이기도 했다. 때문에 2002년 한인은행 설립 추진위의 영입을 고사했지만 은행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동포사회 금융기관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이해했기에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다음호 <기획- 벤디고 한인 커뮤니티 은행⑤ / 커뮤니티 은행 성장 과정>에서 이어짐.

 

▲이 기획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취재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취재에 협조하여 주신 스트라스필드 벤디고 한인은행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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