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난 주말 대통령 부부가 집무실에서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이나 야당 등 일부에서는 ‘보안 구역인 대통령 집무실을 마치 집처럼 사적으로 사용해도 되느냐’고 비판한다. 이와 함께 보안 구역에서 찍은 사진이 청와대 출입기자실 등 공적 루트가 아닌 대통령 부인의 개인 SNS를 통해 공개된 것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을 몇 번씩 바꾼 게 문제가 됐다. 대통령실 직원이 대통령 부인의 카메라로 찍었다고 처음부터 사실대로 설명했으면 되는데, 그걸 감추려 하다가 출입 기자들의 불만을 키운 듯하다.

출입 기자단 입장에선 2주 전 대통령 부부의 주말 나들이 모습이 일반인의 사진에 찍혀 ‘물 먹었는데’, 이번엔 부인의 개인 SNS에 올라간 사진을 받아 써야 하는 상황이니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거기에 대통령실이 불과 2주 사이에 두 번씩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아 더 화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일은 대통령이 폐쇄적인 청와대 밖으로 나오면서 이미 예견됐었다. 특히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돼 있어서 쉬는 날 대통령과 일반인이 마주치는 일이 자주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어야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개인적 활동을 기자들에게 일일이 공개하라는 것도 말 안된다.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취임 초기라 대통령 부부의 일상이 관심 대상이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일상’을 그냥 ‘일상’으로 봐 넘기는 때가 올 것이다. 그래야만 대통령 부부도 편안하게 개인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다른 대통령 시대인데 굳이 과거 대통령 문화를 근거로 새 대통령을 지켜보는 건 구닥다리이다.

 

대통령 부인의 머리 스타일이나, 옷, 신발 등에 쏠리는 관심도 다소 지나치다 싶다. 이 역시 처음이라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과거엔 영부인의 일상이나 모습은 청와대가 공개해야 알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 부인이 되기 전부터 해오던 개인 SNS 활동을 계속하면서 ‘보도 통제’ 없이 일상의 모습이 그대로 알려진다.

언론이나 정치권, 일반 국민까지 아직 달라진 ‘대통령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이런저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 대통령은 5년 후에는 ‘전직 대통령’이란 타이틀은 붙겠지만,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가 이전처럼 살 것이다. 우리는 ‘청와대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용산 대통령’에 적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직전 대통령과 새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도 차차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대통령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다. 옷차림을 놓고 두 대통령 부인을 비교하는 것은 유치하다. 각자 자기 스타일에 맞게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것이다. 그건 기본적인 자유다.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다.

 

지금 장년층 이상은 어릴 적부터 부모들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었다. 그게 듣기 좋았다고 하는 분들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사회, 직장 등 삶 구석구석에서 ‘비교’는 사라지지 않았다. 어릴 적 그토록 듣기 싫었던 비교가 몸에 배어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게 정치권으로 오면, 내 진영과 상대 진영을 비교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로까지 발전했다. 더 심한 건 자신의 ‘내로남불’엔 눈 감고 상대의 ‘내로남불’만 비판하는 ‘내로남불’의 ‘내로남불’이다. 지지자들까지 똘똘 뭉쳐 응원하니 원칙도 사실도 상식도 ‘나’와 ‘너’의 것이 다른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이가 젊을수록 이런 게 점차 적어진다는 것이다. 2030 세대는 자신들을 ‘MZ 세대’로 분류하는 것에도 반대한다. 단순하게 나이가 아니라, 다른 세대와 비교해서 그 세대를 특징지우려 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들은 그래서 ‘(청년) 답다’는 말도 싫어한다. “뭐가 청년 다운거냐”고 반문하면 딱히 답이 없다.

비교를 싫어하는 2030 세대가 한국 정치권 전면에 등장하는 것과 때를 맞춰 과거와 전혀 다른 ‘대통령 문화’를 만나고 있다. 과거와 현대의 대통령 문화를 비교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게 시대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와 지금 모두 대한민국을 조금씩 전진시키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김인구 / <한국신문> 편집인

세계한인언론인협회 편집위원장

gginko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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