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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초음으로 마련된 ‘한지문화제’ 행사에 자신의 한지 작품인 부채로 참여한 무형문화재 선사장 엄재수씨. 그는 이번 호주 행사를 위해 1년여 전부터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원 ‘한지문화제’ 참가한 무형문화재 선사장 엄재수씨

 

다음 주 월요일(2월29일)까지 한국문화원에서 이어지는 ‘한지문화제’는 호주 현지에 한국의 전통 공예 중 하나인 한지 재료의 다양한 예술품을 소개하는 첫 기획 행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주 시드니 한국문화원과 함께 이번 행사를 마련한 (사)천년전주한지포럼(회장 김정기)은 호주의 자연을 닮은 한지 재료의 한복 60여점을 특별 제작했다. 뿐 아니라 한지공예를 알리기 위해 참가한 무형문화재 선사장(부채를 만드는 장인) 엄재수씨 또한 호주인들이 좋아하는 색상 등 예술적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오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이 같은 정성과 열정이 이번 ‘한지문화제’에 스며 있으며, 이는 현지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배경이라는 평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엄재수씨는 “한국문화원에서 주력하는 ‘한국문화 알림’에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고 특히 한국의 고급문화를 선보이게 되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행사에 선보인 작품과 생활용품의 현지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지를 통한 인테리어, 소품 디자인 및 벽지로 활용 되는 상업화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한지포럼에 대해 그는 “한지를 세계화 하고자 하는 취지의 단체로 2004년 10월 발족했으며 자비로 12년간 운영하고 있는 한국내 유일의 문화 NGO”라고 소개했다. ‘한지를 세계화 하고 한지 문화의 볼륨을 키우자, 전주의 아이콘으로 만들자’라는 아이디어로 각 본업을 가지고 있는 50여명이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 각 회원 자비로 세계 각국을 찾아가며 의상, 작품, 체험, 세미나를 열며 한지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지포럼 회원들은 중국 상해를 시작으로 독일, 체코, 러시아, 캐나다, 인도, 터키, 일본, 모로코까지 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한지를 소개했다.

 

-올 해 시드니에서 열릴 한지 페스티발을 위해 어떤 작업들을 했는지.

: 행사 진행까지는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요한다. 현지 홍보를 위해 현지 문화, 관습, 기후, 성향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호주 전시를 위해 작년부터 호주의 명소, 호주인들이 선호하는 색상, 디자인 등 예술적 취향을 먼저 파악하는 조사 과정이 있었다. 그 후에 작품 선정 및 마켓에 가져오는 물품들을 선정할 수 있었다.

 

-무형문화재 선사장인데, 한국 부채공예의 역사와 기술을 말한다면.

: 부채는 동양 3국(중국, 일본, 한국이)을 중심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접부채는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076년 중국 문헌에 보면 ‘고려 사람들이 접부채(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를 널리 쓰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 접부채에 천이나 종이를 붙인 부채는 고려부터 시작해 조선 그리고 현대까지 내려온 것이다. 한국 부채는 살수가 많고 종이를 한 면만 붙여서 종이를 교환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며 이는 중국, 일본도 비슷하다. 또한 습도가 높아 종이를 양면으로 붙여 코팅하고 살수가 적은 것도 특징이다. 한국의 부채는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선비들의 신분을 상징하는 액세서리이인 동시에 신분을 보여주는 고급 문화였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귀족문화의 일부가 된, 보다 구체적인 부채의 역사를 알면 아마 이 단순해 보이는 부채가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부채공예를 하는 무형문화재로서 가장 중점적인 작업은?

: 현대까지 전통이 이어져 오기는 했으나 일제강점기 때 부채 원형을 잃어버린 부분이 많아 이 부분의 복원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부채 복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료이다. 사진, 문서, 박물관의 실물들 기초로 근거를 확보한 후 복원 작업을 하며 주로 박물관, 개인 소장중인 고문서, 전시 도록들을 참고 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 역사서에서 일부 한국 부채의 내용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송나라 사신이 기록한 풍물 내용 중 부채에 관련된 상세 내용들이 많았다. 부채 관련 한국 서적은 왜란으로 일본, 중국 많이 넘어가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한국 박물관에도 1500–1900년대의 실물 자료들이 일부 남아 있다. 엄재수씨의 부친 또한 부채 장인으로 1984년도에 전시한 부채 도록의 사진들이 남아 중요한 복원자료가 되고 있다. 그는 현재 전주 부채 박물관을 운영 중이며 60여개의 전통 부채를 전시 중이다.

 

-전주에서 만드는 부채에 특별한 점이 있나.

: 부채에 사용되는 한지는 기능적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습도를 막아내기 위한 마감처리가 제작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전주에서 생산되는 ‘선자지’라는 종이로 부채를 만드는데 이는 특수 한지(두껍고 먹이 잘 먹는)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부채와 차별화 된다. 다른 전주 한지는 자외선을 차단시키는 기능이 있어서 선크림 효과가 있다. 이 기능은 ‘합죽 황칠선’이라는 종이에 칠하는 철을 이용하여 발휘될 수 있다. 호주처럼 자외선이 강한 나라에서 그 부채는 좋은 자외선 차단제 기능을 할 수 있다.

 

-한국문화 홍보의 가장 큰 목적 또는 의미라면.

: 무조건 첫 만남을 통해 우선 보여주고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10여개 국가를 다녀봤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부채가 무엇인지, 한국에 부채 문화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무엇이든지 존재를 알아야 호감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첫 만남이 중요하다. 문화 홍보는 몇십 년 후까지 멀리 보아야 한다. 호주에서 2016년이 첫 소개를 위한 시작이라면 내년에는 다수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한지공예 강의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한국에 직접 방문해서 한지공예품을 구매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해외에서 한지 홍보를 한 이후 현지인들 중 한지의 매력에 반해 직접 한지를 경험하기 위해 전주를 찾는 이를 봤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통 10일 이상 체류하면서 한지 작가와 1:1 맞춤 교육을 받고 돌아가서 현지에서 한지 공예를 가르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지포럼에서는 해외로 직접 아티스트를 보내 한지공예를 전수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현지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공예 전시를 기획해 본 적이 있는지.

: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지 전시를 할 때 현지의 다양한 기술을 가진 종이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 적이 있다. 또한 한국에서 한지를 외국으로 보내주고 현지 외국 작가들이 한지를 이용한 작품을 만든 적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현지 한국문화원을 통해서 지속되고 있다.

 

-잰 코브니(Jan Coveney)라는 호주 현지 한지 아티스트와 함께 전시한 느낌은.

: 한국 사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현지에서 한지를 이용해 활동을 해 줌으로써 한지 공예의 기초적인 기술과 문화를 현지인들에게 쉽게 소개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완벽한 예술적 한지 공예품만 주목 받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져온 재료들로 현지화해서 변형시켜 보는 것도 새로운 공예의 시작이거나 한지공예의 홍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한지 문화 홍보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라면.

: 한지 공예는 어렵지 않다. 기초적으로 3개월 공부하면 생활용품은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기초단계를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가를 파견해 여러 현지인들과 함께 하는 워크샵 기회를 제공하고, 재료 공급 또한 수월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재료비와 운송비 또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한지 공예의 특징이다. 워크샵 과정이 길지도 않고 생활용품은 제작 과정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현지에서 보급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 지금은 욕심 부리지 않고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홍보가 중요하다. 우리는 이것이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 한다. 또한 워크샵을 한번 듣게 되면 조금씩 다른 한국 문화에도 눈을 돌리게 되며 점차 한국 문화에 물들게 된다.

 

그는 이어 “젊은 세대가 호감을 갖고 한지 공예에 관심을 가져줄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면서 “그 분들이 앞으로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오랫동안 한지 공예가 사랑 받고 깊이 있게 연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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