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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운반 혐의로 홍콩에서 체포된 9명의 서구인, 일명 ‘홍콩 나인’으로 불리는 이들 가운데 서부 호주 광산 근로자인 켄트 월시(Kent Walsh. 49)씨. 그는 6년 전 자동차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 상황판단이 미숙한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밀매조직 사기’ 증명해야... 입증 못하면 종신형 처해질 수도

호주 연방경찰-미 마약수사 당국 정보 제공으로 홍콩서 체포...

 


마약밀매로 4명의 호주인이 홍콩 법원에서 종신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본지 1155호 보도) 보석이 허가되어 일단은 풀려나지만 자신들의 주장대로 마약밀매 조직에 속아 마약을 운반했다는 것을 법원에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음이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취재를 계속해온 ABC 방송은 지난 주 목요일(1일) 저녁 시사 프로그램인 ‘7.30’을 통해 이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 8월5일 ABC 방송의 ‘7.30’을 통해 처음 알려진 이들은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주 광산 근로자로 일하다 머리를 다친 켄트 월시(Kent Walsh. 49), 다윈(Darwin)의 창고관리 직원으로 일하는 제임스 클리포드(James Clifford. 62), 멜번(Melbourne) 거주 여성 수옹 투 루(Suong Thu Luu. 44) 그리고 79세의 멜번 거주 펜셔너로 호주와 독일 국적을 가진 조에르그 울리츠카(Joerg Ulitzka)씨로, 이들은 올해 초 홍콩에서 마약밀매 혐의로 적발된 9명의 서구인 중 4명의 호주 국적자들이다.

 

이들은 지난 2014년 4월에서 올해 3월 사이, 호주 및 뉴질랜드를 출발해 네덜란드, 독일, 미국, 영국을 거치면서 마약을 숨겨 홍콩으로 입국하려다 홍콩 공항에서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이들이 홍콩으로 들여오려 했던 불법 마약의 시가는 4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켄트 월시씨는 가장 늦게 체포된 인물로 그는 지난 3월 구두창에 숨긴 2킬로그램의 마약이 들어 있는 가방이 공항에서 적발돼 곧바로 체포됐다.

 

호주인 4명을 포함, 홍콩에서 체포된 9명의 서구인 마약밀반입 혐의자들은 한결같이 서아프리카 마약밀매 조직에 속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상황판단이 미숙한 나이든 이들을 대상으로 모든 여행 경비, 사례금, 현지의 즐길거리 등으로 유혹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지난 9월 마지막 주, 홍콩 고등법원은 이례적으로 이들에 대한 보석 허가를 내린 가운데 홍콩 검찰도 9명의 혐의자가 마약밀매 조직에 속았다는 증거를 제시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법원 판결에 동의했다.

 


호주인 혐의자들,

온라인 사기라고 주장

 


울리츠카(Joerg Ulitzka)씨는 자신이 외롭고 지루한 삶을 사는 사람이란 것을 홍콩 법원이 믿어주기를 바란다며 “자금을 회수하야 한다는 콩고 가족의 온라인 사연에 접속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할 일이 없다”는 그는 “골프를 치거나 인터넷을 본다든가 하는 일이며, 어느 날 이들의 전자메일을 받았고 ‘좋다, 내가 알아봐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나는 이미 사기로 많은 돈을 날렸지만 이는 다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절망에 빠진 난민자와 같은 처지라며 접촉한 사기꾼들은 울리츠카씨에게 홍콩으로 가방 하나를 전달해 달라면서 이에 대한 비용 지불을 약속했고, 가방 안에는 현금화할 수 있는 특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속였다.

 

지난 2014년 6월, 울리츠카씨는 홍콩 공항에서 2킬로그램의 불법 마약이 들어 있는 가방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울리츠카씨는 “‘아이스’(ice) 형태의 불법 마약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그것을 사용해본 적도 없다”는 그는 “이 일로 나는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월시(Kent Walsh)씨는 지난 3월 호주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3킬로그램가량의 불법 마약을 숨긴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6년 전 자동차 사고로 인해 다소 심각한 머리 손상을 입었는데, 사기꾼들은 상황판단이 어려운 내 약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환판단력이 약해졌다”는 그는 내 여동생도 예전의 내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월시씨는 “잃어버린 삼촌이 230만 달러의 유산을 나에게 상속할 것이라는 이메일이 있었다”면서 "사기조직이 이런 전자메일을 보내 나로 하여금 홍콩으로 가도록 했던 증거 메일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 있는 동안 사기꾼들은 월시씨에게 고급 신발, 선물 등을 주었고 호주로 돌아가면서 가방을 전달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음은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호주 연방경찰, 이들의 마약

운반 정보, 사전 감지한 듯

 


지난 9월 마지막 주, 국제 사기조직에 속았다고 주장한 9명의 마역밀수 혐의자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보석이 허용된 가운데 호주 태생의 홍콩 고등법원 케빈 제르보스(Kevin Zervos) 판사는 “대체로 이들은 지금까지 소박한 삶을 살아온 순진한 사람들이며 또한 자신도 모르게 심각한 범죄에 관여된 경우”라고 밝혔다.

 

홍콩 세관이 법원에 제시한 정보에 따르면 이들 9명은 호주 연방경찰과 미국 마약수사 당국의 합동 수사팀이 제공한 정보를 기반으로 홍콩 공항 세관이 이들을 체포했다.

법원은 또한 이들 9명 중 하나인 클리포드(James Clifford)씨는 지난해 11월 홍콩으로 가려다 브리즈번 공항에서 호주 연방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클리포드씨는 ABC 방송의 ‘7.30’ 프로그램에서 “호주 연방경찰로부터 그 어떤 사람을 위해서라도 가방을 옮겨주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연방경찰은 ‘조심하라. 거기에는 사기꾼들이 있고 썩 좋은 곳도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클리포드씨는 “탐욕 때문에 내 인생에서 큰 위험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며 연방경찰관들이 한 말은 내 머리 속에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콩의) 교도소를 벗어나 호주로 돌아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리포드씨는 “이곳 교도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이라도 다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면서 “나는 단지 가족에게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기도하지만 홍콩 법률에 따르면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거의 없는 게 사실이고, 그것이 나를 놀라게 한다”고 말했다.

 

‘Australians Detained Abroad’의 에바 스키어링크(Eva Scheerlinck)씨는 “마약밀매 혐의자들에게 보석이 허가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들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번 케이스에 대한 홍콩 법원의 판결이 이와 관련된 기관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호주에 있는 변호사들은 마약밀매 사기에 대한 정보와 증거를 확보하여 이들이 하루 빨리 (홍콩의) 교도소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법원이 이번 케이스의 혐의자들에 대해 보석을 허용한 것은, 뉴욕의 사회적 명사인 83세의 엘리자베스 쿰머펠드(Elizabeth Kummerfeld) 여사 관련 사건에서 드러난 국제 사기조직 범죄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

 

전 뉴욕 부시장이자 미디어 그룹인 ‘News America’ 사의 도널드 쿰머펠드(Donald Kummerfeld) 회장 미망인인 엘리자베스 쿰머펠드 여사는 지난 해 2킬로그램의 마약이 들어 있는 작은 가방을 소지한 채 홍콩에서 호주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홍콩 공항에서 체포돼 수감됐었다.

 

이 사건 이후 홍콩 법원은 물론 호주 연방경찰, 미국 마약수사 당국도 국제 사기단의 마약밀매 방식에 주목했다.

 


호주인들, 국제 마약밀매

사기조직의 주요 타깃

 


올해 초 ABC 방송의 ‘7.30’ 프로그램 취재진은 수 명의 호주인들이 해외에서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국제사기단에 속아 마약을 운반하려다 사형에 직면해 있음을 보도한 바 있다.

 

호주 당국은 중국을 비롯해 동남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마약을 운반하려다 체포된 호주인은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드러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7월 ‘7.30’ 프로그램은 호주 국적의 장애인 펜셔너인 존 워윅(John Warwick)씨가 지난해 중국의 한 교도소 병원에서 숨진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워윅씨 또한 국제 사기단에 속아 중국 광저우(Guangzhou)로 갔다가 마약운반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돼 중국 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일단의 호주인들 또한 사기단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경마 기수로 활동했던 앤서니 바니스터(Anthony Bannister)씨, 지적 장애를 가진 브리즈번(Brisbane) 남성 이브라힘 얄로(Ibrahim Jalloh)씨와 벵갈리 셔리프(Bengali Sherriff)씨가 포함되어 있다.

 

지난 8월 ‘7.30’ 보도에 따르면 국제 마약밀매 사기단에 속아서 또는 이들의 강요에 의해 마약을 운반하다 중국에서 체포돼 수감된 호주인들에 대해 호주 정부 및 외교통상부가 중국 당국에 수준 높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아울러 호주 연방경찰은 지난 7월, 91세의 은퇴한 치과의사 빅터 트와츠(Victor Twartz)씨가 온라인 사기단에 속아 4.5킬로그램의 코카인을 소지한 채 호주로 입국하다 시드니 공항에서 체포된 일과 관련, 국제 사기단 수법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Australians Detained Abroad’의 스키어링크(Eva Scheerlinck)씨는 누군가 사기단에 걸려들었다고 판단된다면 이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온라인을 통해 누군가를 알고 있고, 또 그들이 갑자기 무료 항공권과 무료의 멋진 휴가를 제안한다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하고 또한 그것이 자신을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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