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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테러 후 이 도시에는 총기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꽃다발이 쌓이고 있다.

 

우파 극단주의자 테러에 대한 한인회의 반응을 보며

 

별다른 대형 사건이 없었던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의 무슬림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이 전 세계에 슬픔을 안기고 있다. 특히 범인으로 지목된 브렌턴 태런트(Brenton Tarrant)가 호주 국적으로, NSW 북부 그라프턴(Grafton) 거주자라는 사실에 호주인들의 충격도 커지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와 반 이민을 앞세운 그의 총기 테러 여파는 호주의 극우 정치인들에게 좋은 명분을 주고 있다.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프레이저 애닝(Fraser Anning) 연방 상원의원은 이번 테러 원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수용한 잘못된 이민 프로그램 탓”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 공분을 사고 있다.

호주 주요 도시의 기반시설 부족을 늘어난 이민자 탓으로 돌리며 연간 해외 유입 이민자 수를 3만 명가량 줄이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던 연방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는 기술인력 부족을 우려한 산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민 수용 감축을 보다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수십여 년간 음지에서 존재해 왔던 호주 내 극단 우파 단체들도 더욱 활개를 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지난 2015년 시드니와 멜번, 브리즈번에서 ‘반 이슬람-호주 수복(백인 국가로의 회귀)’를 기치로 랠리를 벌이면서 보다 확대된 우파 극단주의 세력은 이슬람 테러에 집중된 당국의 감시를 틈타 보다 강력한 조직화를 통해 정치 활동에도 관여하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호주는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다문화’를 기조로 성공적인 이민국가의 틀을 보여준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백인들이 먼저 정착한 이후 여러 인종-문화적 배경을 가진 국가로부터 이민자를 받아들여 든든한 국가 기반을 만들었고 발전시켜 나간 것이다.

반면 경제 침체기에는 이민자가 차지하는 일자리에 피해 의식을 가진 백인들의 반발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이들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 세력들은 반이민 정서를 부추키고 있다. 이번 크라이스트처치 테러가 호주 국적의 백인 우월 사상을 가진 극우파 소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주 내 우파 조직들은 앞으로 또 다른 폭력적 행동을 일으킨 위험을 보여준다.

지난 주 편집 마감을 한 뒤, 좀 편안한 시간을 보내던 금요일, 뉴스를 통해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테러 소식을 접한 기자는 이런 극우 세력의 테러에 한인사회, 특히 시드니 한인 커뮤니티 대표 기구인 시드니한인회가 즉각적인 반응을 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주말을 보낸 뒤 금주 월요일, 기자는 변호사이면서 한국 ‘연합뉴스’ 호주 현지 기자로 일하는 정동철 변호사로부터 SNS를 통해 ‘중앙의 깊은 잠을 깨우는 변방의 북소리가 됩시다’라는 장문의 글을 받았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한인사회가 공적으로 △뉴질랜드 테러 희생자 추모 및 유가족 위로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반대 △상처받은 무슬림 커뮤니티에 위로 표명 △백인 우월주의는 물론 무슬림 테러 등 반인도주의 세력에 대한 반대 등에 대한 의사를 분명하게 표해야 하며, 성명서를 작성해 테러 반대, 희생자 추모 의사를 주류 사회에 전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그의 이 제안서에는 이번 테러에 대한 세세한 부분이 망라돼 기술되어 있다.

사실 기자는 월요일(18일), 한 주의 업무를 시작하면서 지난 주말의 테러 사건에 대해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기대하던 상황이었고, 특히 한인회 측에서 긴급 운영위원 회의를 열거나 한인사회 각 단체장들과의 회합을 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소식을 없던 터여서 정 변호사의 제안을 반가우면서 한인회에 대한 허탈함을 더해주었다.

엄밀히 말해 ‘한인회’라는 기구의 역할에서 동포사회 권익 활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런 사건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크라이스트처치에서의 총기 테러와 같은 충격적 사건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기자는 월요일부터 한인회로부터 관련 성명서나 아니면 입장 표명을 기대했던 것이다,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세력에 의해 21명의 한국인이 납치, 감금되었을 당시 시드니한인회(회장 승원홍)는 이들의 무사 귀국을 바라는 촛불 모임을 주도했고, 당시 존 하워드 연방 총리의 메시지(Candlelight Vigil for the Safe Return of Korean Hostages held in Afghanistan)를 받아냈으며 시드니 무슬림 커뮤니티 지도자들을 촛불 모임 현장으로 끌어내 함께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바로 이런 역할이 한인회의 존재 이유를 후세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현 한인회는 ‘일하는 한인회’를 기치로 임기를 시작했다. 과연 지난 2년간 한인회가 진실로 한인회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어떤 ‘일’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이제 몇 달 후면 한인회의 새 임기(현 한인회장의 연임이든 새 회장단이든)가 시작된다. 한인회 관계자들이 하는 말은 한결같이 ‘한인회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 관심은 한인회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화), NSW 주 선거가 한창인 와중에 레이 윌리엄스 다문화부 장관, 빅터 도미넬로 재정부 장관은 한인회관에서 한인사회 각 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향후 4년간 한인 커뮤니티에 다문화 행사 기금 7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다음날 한인회는 이를 ‘보도자료’라는 이름으로 동포 미디어에 전하면서 ‘한인사회에 현 여당 지도자들이 직접 찾아와 자신들의 공약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에 한인사회의 단체들은 한인사회의 높아진 위상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과연? 정말로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진 것일까? 그 위상은 바로 이번 테러 사건 등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제대로 착각한 듯하다.

 

브렌튼 태런트에 의해 희생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교회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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