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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주요 사회복지 단체 중 하나인 ‘비니스’(Vinnies) 조사 결과 노숙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래에는 높아진 주거비용으로 저소득 계층도 한순간 노숙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길거리에서 밤을 보내는 노숙자(사진).


사회복지단체 ‘비니스’(Vinnies) 조사... 2006년 이래 20% 늘어

 


주택가격 못지않게 치솟고 있는 부동산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노숙자로 전락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호주의 주요 복지단체 중 하나인 ‘비니스’(Vinnies)가 집계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높아진 주거비용은 이전의 경우 영향을 받지 않았던 저소득층은 물론 일반 노동자들을 강타하고 있다.

 

‘비니스’의 마이클 페루스코(Michael Perusco) 대표는 “우리 단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노숙자가 엄청난 수로 증가했다”는 말로 깊은 우려를 표하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임대료 상승으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 계층 가정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주택가격과 함께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노숙자로 전락하는 이들 또한 두드러지고 있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 자료에 따르면 NSW 주의 경우 노숙자는 현재 3만여 명으로 이는 지난 2006년 이래 20% 증가한 것이다.

 

페루스코 회장은 “세입자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 거주하고 있는 주택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살게 되면, 이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스스로 재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 년 동안 계속돼온 시드니 지역 주택 임대료 상승은 많은 이들을 노숙자로 전락시키거나 오랫동안 노숙자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적정한 주택가격 논쟁에서 누락되는 부분은 높아진 주택가격이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지적한 페루스코 대표는 “주택담보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이들, 임대료를 내지 못해 임대 주거지의 문을 열지 못하는 개인과 가족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라마타(Parramatta)에 거주하는 45세의 브라이언(Brian)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이다. 지난해 말 직장을 잃은 그는 임대료 체납으로 ‘비니스’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게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갈수록 높아진 임대료 지불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결국 체불이 되면서 부동산 관리회사로부터 퇴거명령을 받아 노숙자가 될 위기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는 창고 관리를 하는 새 일자리를 찾았고, 주 300달러에 작은 스튜디오를 임대했다. 브라이언씨의 사례는 저소득 계층의 사람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것이 그야말로 ‘한순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브라이언씨는 “예전에 노숙자들을 보면 ‘어떻게 하다 저렇게 됐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며 “막상 나 스스로 노숙자가 될 처지에 이르다보니 예전에 노숙자들을 보면서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불법 마약에 빠진 이들일 것’이라고 미리 판단했던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나는 직장을 잃은 적이 없고 모든 공과금은 제때 납부했으며 술이나 담배도 피지 않는다”는 그는 “정기적으로 짐(Gym)에 다니며 건강을 유지해 왔지만 내게 일어난 일을 보면 누구나 쉽게 노숙자로 전락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한순간에 노숙자가 될 처지에 놓인 일은 내게 있어 충격이었다”고 덧붙였다.

 

NSW 주의 주택 및 노숙자 관련 단체인 ‘Housing and Homelessness’는 정부에 공정한 임대료 인상 관련 법 및 세입자 권리 증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한편 ‘비니스’는 오늘(26일) 저녁 루나 파크(Luna Park)에서 ‘CEO Sleepout’이라는 이름의 자선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는 시드니 소재 300여 기업 대표, 최고 경영자들이 루나 파크에서 야숙을 통해 노숙자 체험을 하는 것으로, ‘비니스’는 이 자선기금 모금행사를 통해 노숙자 지원에 당장 필요한 230만 달러가 모금되기를 바라고 있다.

 


■ 노숙자가 된

크리스 스튜어트씨 사례

 


올해 52세의 크리스 스튜어트(Chris Stuart) 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그의 자동차 안, 그리고 공공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다. 자동차는 그의 집이자 부엌, 거실, 옷방이며 공공도서관은 그의 서재이다.

 

밤이 되면 그는 서재를 나와 자동차에서 담요를 덮고 잠이 든다. 그는 “당신 자동차가 도둑맞는 것보다 차 안의 먹을거리가 없어지는 것이 더 걱정된다면, 당신은 문제에 처해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밤이 되어도 그는 집에서 라디오조차 들을 수가 없다. 자동차 배터리를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조 호키(Joe Hockey) 연방 재무장관이 ‘좋은 직장에 많은 주급을 받으면 주택구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 조언을 들었다”면서 그를 비롯한 고위 정치인들이 짧은 거리의 출장에도 수천 달러를 쓰고 있는 점을 비난했다.

 

그는 “나는 그들이 언제나 그런 식으로 돈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러려니 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고 보니 그것은 화나는 일”이라며 “나보다 백배나 좋지 않은 상황의 노숙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키 재무 장관으로부터 ‘저소득자가 자동차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들었지만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스튜어트 씨는 지난해 언젠가 ABC 라디오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자동차가 있다 할지라도 대개는 먼 거리를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을 잃은 지 오래 된 그는 공공도서관의 컴퓨터에서 인터넷에 접속해 일자리를 찾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지원한 직장은 200개가 넘는다. 청소, 버섯 따기, 농장에서의 계란 수집 등 모든 분야를 다 지원했지만 연락이 온 곳은 3개 회사뿐이다.

 

도박문제와 적은 임금을 받는 직장을 갖고 있던 그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노숙자가 되었고, 처음 몇 주간은 노숙자를 위한 임시 숙소에서 지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동차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뉴스타트’(Newstart) 수당을 받아 먹을거리는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수당으로는 숙소를 구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버스 운전기사, 환자 운송 운전기사 등으로 오랫동안 일해 온 스튜어트씨는 자신의 처지가 잘 해결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인생을 하나의 선으로 본다면 나는 지금 그 선의 한 점에 서 있다”는 그는 “과거에 좋았기에 미래도 좋을 것이며 단지 지금 한 순간 안 좋은 상황에 서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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