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공화제 1).jpg

입헌군주제 국가인 호주에서 공화제 전환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올해 연방 선거를 기해 ‘Vote Compass’가 진행한 공화제 관련 조사 결과 이를 지지하는 비율이 늘었으며, 찰스(Charles Philip Arthur George)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한다 해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3%에 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73세에 처음으로 영국 의회에서 여왕을 대신해 연설을 낭독한 찰스 왕세자. 사진 : Facebook / The British Monarchy

 

‘Vote Compass’ 조사... 차기 연방정부에서 공화제 관련 국민투표 논의는 없을 듯

 

호주는 지금과 같이 앞으로도 입헌군주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공화제로 전환해야 할까. 현재 호주 내에서 상당 비중은 아니지만 공화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이들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절반 이상의 호주인들은 영국 왕실과의 관계를 지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방 총선을 기해 ABC 방송이 각 주제별로 유권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Vote Compass’의 ‘공화제’ 관련 조사 결과, 응답자의 29%는 찰스 왕세자(Prince Charles)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뒤를 이어 ‘호주의 왕’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반응이었다. 또 어느 정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24%였으며, 11%만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답했다.

물론 엘리자베스 여왕 사후 찰스 왕세자가 왕이 되는 것에 호주 유권자들은 선택권이 없다. 영국으로부터 물려받은 현 호주의 왕위계승법에 따르면 왕위는 군주가 사망하는 즉시 1순위 계승자에게 승계된다. 왕 또는 여왕의 대관식은 일반적으로 애도기간이 지난 몇 개월 후에 치러지는 상징적 행사일 뿐이다.

이에 대해 ABC의 ‘Vote Compass’는 “하지만 이는 헌법에서 ‘여왕’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변경하는 것과 관련하여 법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지만 누구도 그 논쟁을 도발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많은 호주인들,

‘공화제 지지’ 쪽으로

 

최근의 ‘Vote Compass’ 조사를 보면 2년 전인 2019년 연방 선거 이후 공화국으로의 전환을 지지하는 이들이 다소 늘어났다. 약 43%의 호주인이 ‘이제는 영국 왕실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것에 ‘강하게’ 또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같은 주제의 2013년 ‘Vote Compass’ 조사에서 나타난 37%, 2019년 조사의 39%에 비해 더 늘어난 수치이다.

반면 호주의 공화국 전환에 ‘강하게’ 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30%였으며 약 4분의 1이 중립적 태도를 보였다.

공화제 전환에 대한 지지는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또 노동당 및 녹색당 지지들에 비해 자유-국민 연립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화제 전환을 반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호주인의 공화제 바람은 호주처럼 영국 여왕이 국가 원수인 캐나다의 2021년 조사 내용과 유사하다. 캐나다의 경우, 공화제로 가는 것에 대해 ‘강하게’ 또는 ‘어느 정도’ 찬성하는 비율은 45%였다.

호주의 공화제 지지 운동가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사망할 경우 호주 국내에서 이에 대한 모멘텀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 여왕은 지난 70년 동안 호주인의 삶에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해 왔다. 여왕의 이 같은 오랜 통치는 호주의 군주제 옹호자들에게 ‘호주가 여전히 여왕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내세우는 이유로 자주 인용되어 왔다.

 

종합(공화제 2).jpg

공화제로의 전환을 지지하는 호주인 비율은 지난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여왕을 대신해 연설을 하고자 의회로 들어서는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자 등 왕실 가족들. 사진 : Facebook / The British Monarchy

   

입헌군주제 지지자로, 지난 30여 년간 ‘호주 군주제 연맹’(Australian Monarchist League)을 이끌어온 필립 벤웰(Philip Benwell. 작가)씨는 여왕에 대해 “가장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며 여왕이 평생 봉사에 헌신했음을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그는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호주에서 영국 왕실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벤웰씨는 ‘공화제’를 ‘쓰레기’라는 말로 치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열성적 공화제 운동가인 피터 피츠사이먼(Peter FitzSimons. 작가이자 언론인)씨는 “Please! We are better than that”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영국 왕실과의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공화제를 위한 국민투표,

총선의 초점은 아니지만

 

올해 연방 선거에서 ‘공화제’ 안건이 각 정당의 주요 사안으로 부각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Vote Compass의 유권자 조사에서 드러났듯 호주인들 사이에 공화제 전환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서 공화제 전환을 묻는 국민투표(referendum)는 지난 1999년 11월 6일 치러진 바 있다. 당시 이를 찬성하는 이들이 절반을 넘기지 못해(찬성 45.13%, 반대 54.87%)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이들 가운데는 군주제를 적극 지지하기보다는 공화제로의 전환 이후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 등 ‘정치적 계산’에 의해 공화제 전환을 미루었다는 분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ABC 방송의 Vote Compass는 이 조사와 관련해 집권 여당인 자유당의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에게 공화제에 대한 의견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가 입헌군주제 지지자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18년 8월, 자유당 내 당권 경쟁 와중에서 대표직을 차지하며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의 뒤를 이어 총리 자리에 앉은 얼마 후 모리슨 총리는 “나는 입헌군주제 지지자(constitutional monarchist)이기에 여왕의 사진은 총리 집무실에 다시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턴불 전 총리는 공화제 지지자였다).

노동당의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대표는 공화제를 지지하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노동당은 만약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정부를 구성한다 하더라도 첫 임기에서 국민투표를 실시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신 노동당은 의회에서 ‘Indigenous Voice to Parliament’를 만들기 위한 국민투표를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당 선거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헌법에서의 인정과 원주민을 위한 의회에서의 목소리가 노동당 헌법 개혁의 최우선 과제이지만 모든 호주인들이 국가 원수 선출에 대해 논의하고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즉 공화제로의 전환 추진 계획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Vote Compass는 공화제로의 전환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우선순위가 아니기에 각 정당에서도 크게 내세우지 않은 것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Vote Compass 조사에서 이번 총선의 관심 사안으로 공화제 전환 안건을 꼽은 유권자는 극히 적었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호주는 당분간 영국 왕실과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찰스 왕세자에 대한 지지 여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후 찰스 왕세자가 우리의 왕이 되는 것을 얼마나 지지하는가?’에 대한 질문)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 : 29%

-어느 정도 지지하지 않는다 : 24%

-어느 정도 지지한다 : 24%

-매우 지지한다 : 11%

-모르겠다 : 12%

*이 조사는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2일 사이, 호주 전역 2만7,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임.

Source: ABC Vote Compass

 

■ 공화제 전환 지지 관련

(‘호주는 군주제를 끝내고 공화국이 되어야 한다’에 대해)

▲ 강하게 동의

-2013년 : 22%

-2016년 : 21%

-2019년 : 24%

-2022년 : 26%

 

▲ 어느 정도 동의

-2013년 : 15%

-2016년 : 15%

-2019년 : 15%

-2022년 : 17%

 

▲ 중립

-2013년 : 22%

-2016년 : 23%

-2019년 : 25%

-2022년 : 25%

 

▲ 어느 정도 동의 안 함

-2013년 : 14%

-2016년 : 14%

-2019년 : 13%

-2022년 : 12%

 

▲ 강하게 동의 안 함

-2013년 : 26%

-2016년 : 25%

-2019년 : 21%

-2022년 : 18%

 

▲ 모르겠다

-2013년 : 1%

-2016년 : 2%

-2019년 : 2%

-2022년 : 3%

*이 조사의 2022년 조사 결과는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2일 사이, 호주 전역 38만3,407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임.

Source: ABC Vote Compass

 

 

■ 캐나다 국민들의 공화제 전환 입장

-강하게 동의 : 26%

-어느 정도 동의 : 19%

-중립 : 28%

-어느 정도 동의 안 함 : 12%

-강하게 동의 안 함 : 12%

-모르겠다 : 4%

*2021년도 캐나다의 ‘Vote Compass’ 조사 결과.

Source: Vote Compas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공화제 1).jpg (File Size:208.2KB/Download:11)
  2. 종합(공화제 2).jpg (File Size:136.8KB/Download:1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4897 호주 NSW 노동당 정부의 첫 예산계획, ‘70억 달러 블랙홀’ 직면... 삭감 불가피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4896 호주 그래프로 보는 호주 노동시장... 경제학자들, “전환점에 가까워졌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4895 호주 3월 분기 호주 경제성장률 0.2% 그쳐... 현저한 GDP 둔화 신호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4894 호주 호주 전체 근로자 거의 절반, 부채에 ‘허덕’... 정신건강 전문가들 ‘우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4893 호주 4만 명에 달하는 범법 행위자 자녀들이 겪는 고통-복합적 불이익 드러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4892 호주 최저임금 8.6%-근로자 일반급여 5.75% 인상, 향후 금리상승 압박 ‘가중’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91 호주 NSW 주 소재 공립대학들, 등록학생 감소로 2022년 4억 달러 재정 손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90 호주 프랑스 식민지가 될 뻔했던 호주... 영국의 죄수 유배지 결정 배경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89 호주 악화되는 주택구입 능력... 가격 완화 위해 부유 지역 고밀도 주거지 늘려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88 호주 시드니 평균 수입자의 주택구입 가능한 교외지역, 20% 이상 줄어들어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87 호주 기준금리 상승 불구, 5월 호주 주택가격 반등... 시드니가 시장 회복 주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86 호주 퀸즐랜드 아웃백 여행자 11% 감소... 4년 만에 맞는 최악의 관광시즌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85 호주 정신건강-자살예방 시스템 변화 구축, “실제 경험 뒷받침되어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84 호주 CB 카운슬의 폐기물 처리 기술, ‘Excellence in Innovation Award’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4883 호주 그라탄연구소, 정부 비자개혁 앞두고 이주노동자 착취 차단 방안 제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4882 호주 호주 가정의 변화... 자녀 가진 부부의 ‘정규직 근무’, 새로운 표준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4881 호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이후 부동산 투자자들의 세금공제 신청, 크게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4880 호주 NSW 정부의 첫 주택구입자 지원 계획... 인지세 절약 가능 시드니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4879 호주 기준금리 상승의 실질적 여파... 인플레이션 더해져 소비자들, 지갑 닫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4878 호주 블루마운틴의 Zig Zag Railway 기관차, ‘관광 상품’으로 운행 재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