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Mental health 1).jpg

생활비 압박, 임대위기 상황에서 호주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과도한 재정 스트레스나 정신적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경우 가능한 빨리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사진 : Unsplash / Eric Ward

 

‘Beyond Blue’, 1천 명 대상 조사... 정신건강지수, COVID-19 봉쇄 당시 수준

 

높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압박, 임대위기 상황에서 호주 근로자의 거의 절반이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관련 문제에 우려를 표하며 지원기관을 통한 도움 요청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신건강 자선기구 ‘Beyond Blue’가 지난 2월 취업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최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대상자의 45%가 부채에 압도당하고 있지만 이들 10명 가운데 7명은 그 어떤 지원도 요청하지 않았다.

평가 점수가 낮을수록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정신건강지수로 측정한 건강 상태는 62.5로, 대다수가 인구가 팬데믹 봉쇄 상태에 있던 2021년 8월, 마지막으로 측정된 기록과 유사한 수준이다.

싱글맘인 샤론 웨스틴(Sharon Westin)씨는 정신건강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호주 근로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그래픽 디자인, 어린이 미술, 예술 명상수업을 전문으로 하는 세 가지 사업을 저글링하고 있다.

멜번(Melbourne) 남동부의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웨스틴씨는 새로 이사한 주택에서 겨우 9개월을 지내다 지난해 말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다른 임대주택을 찾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1만1,000달러의 새 부채가 생겼다. 그녀는 또한 매월 2주간은 10대의 두 아들을 돌봐야 한다.

웨스틴씨는 “내 아들들에게는 내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Beyond Blue의 임상 책임자인 그란트 블라시키(Grant Blashki) 박사는 “웨스틴씨와 같은 상태의 사람들에게 클리닉에서 항상 해주는 말은, 자신에게 친절하라는 것”이라며 “재정적 구멍에 빠졌을 때 많은 자기 비난과 함께 매우 쉽게 부정적 이야기에 휘말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정적 어려움이 주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가 있으며,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합(Mental health 2).jpg

2023년도 호주 근로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그래프. 정신건강지수 100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정신건강 상태가 양호함을 의미한다. Source : Telus Health

   

가능한 빨리 도움 받아야

 

또 다른 정신건강 자선기구인 ‘SANE’의 정신건강 지원 담당자 앨리슨 맥알리어(Allison McAleer)씨는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대인, 에너지 공급자 또는 금융기관에 연락해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의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알리는 게 좋다”는 것이다.

또한 푸드뱅크나 정부보조금 등 다른 옵션을 찾아보고 본인이 각 기관의 지원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친구나 전문가에게 문의해 어떤 정신건강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권했다.

웨스틴씨는 공과금 납부를 위한 지원을 신청하고 자신을 지지해 줄 이들의 도움을 받는 등 두 가지 제안을 받아들였다.

블라시키 박사는 “재정 문제에 대한 걱정은 끊임없는 것일 수 있다”며 “사람들은 만성적인 근심에 지쳐 좋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면서 조기에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만성 우울이나 불안 단계에 접어들기 전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무료 상담-부채 조언 권고

 

Beyond Blue는 NSW를 비롯해 퀸즐랜드(Queensland),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가상 정신건강 코칭 서비스인 ‘NewAccess’를 운영한다. 이는 GP의 추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스몰 비즈니스를 위한 맞춤형 ‘NewAccess 프로그램’도 있다.

 

종합(Mental health 3).jpg

정신건강 자선기구 ‘SANE’에서 지원 서비스 책임자로 일하는 앨리슨 맥알리어(Allison McAleer. 사진)씨는 “재정적 스트레스가 특히 심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어디에 속해 있고 어떤 일을 하던 당신을 이해하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게 좋다”는 블라시키 박사는 “이 과정을 이용한 이들 중 70%가 코치와의 상담에서 스트레스 감소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NewAccess는 정신건강 부문의 훈련을 받은, 특정 상황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사한 기구인 SANE 또한 복잡한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을 위해 전화 및 온라인 일대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두 단체 모두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지원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에는 전문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

 

정신건강 ‘위험신호’는

 

블라시키 박사는 전문적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나타나는 위험신호(red flags)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신호’에는 잠을 못 이루는 것, 직장이나 집안에서 사소한 일로 벌이는 말다툼, 업무에 대한 지나친 불평, 과음, 문자 메시지나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 것 등이 포함된다.

블라시키 박사는 “이런 범주에 있는 이들은 우선 GP와 상담을 하거나 Lifeline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그런 한편 정신건강 부분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Better Access’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정신건강 상담에 대해 연간 10회의 메디케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SANE의 맥알리어씨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받는 이들 중에는 10회 이상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례가 많다.

 

종합(Mental health 4).jpg

정신건강 지원 기구 ‘Blue Beyond’의 그란트 블라시키(Grant Blashki. 사진) 박사. 불면, 사소한 일에도 말다툼을 벌이거나 업무에 대한 지나친 불평, 과음, 문자 메시지나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 것 등 위험신호(red flags)가 느껴지면 전문적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시진 : Finder

   

스스로를 돌보는 자세 ‘중요’

 

블라시키 박사와 맥알리어씨는 “재정적 스트레스가 특히 심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돌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맥알리어씨는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좋은 단계 중 하나는 매일 몸을 움직이기 위해 집을 나서는 것으로, 이는 단지 10분 동안일지라도 처음 느끼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과도한 알코올을 피하고 비난과 분노에 빠지기 쉬운 관계에서 스스로의 최고 자아(your best self)을 찾고자 노력할 것”을 권장했다.

재정 압박에 시달려온 웨스틴씨는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해결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것은 “가능한 한 명상을 많이 하는 것”이다. 또 “창조적인 일도 좋은데, 할 수 있을 때 그림을 그린다”는 그녀는 “그것 또한 도움이 되는데 내 입장에서는 일종의 명상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사람들이 모두가 겪고 있는 일에 대해 연민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자의 소득과 상관없이 지금은 모든 호주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하지만 나는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은 거의 그렇게 살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Mental health 1).jpg (File Size:58.9KB/Download:11)
  2. 종합(Mental health 2).jpg (File Size:30.3KB/Download:12)
  3. 종합(Mental health 3).jpg (File Size:54.8KB/Download:11)
  4. 종합(Mental health 4).jpg (File Size:69.3KB/Download:1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277 호주 알바니스 총리, 차기 호주 총독에 법조인 겸 사업가 사만타 모스틴 지명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6 호주 NSW 운전자 대상, 도로 통행료 환급신청 접수 시작... 클레임은 어떻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5 호주 연방정부, 5월 예산 계획에서 가계 재정부담 완화 방안 제시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4 호주 유닛을 구입하고 투자 이익까지 얻을 수 있는 주요 도시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3 호주 새로 적용된 학생비자 입안자, ‘노동당 정부의 대학 단속’으로 악용?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2 호주 심각한 주택부족 상황 불구, 시드니 지역 ‘빈 집’ 2만 가구 이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1 호주 시드니 전역 유명 사립학교 학부모가 되기 위한 ‘대기자 명단 전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70 호주 ‘Hambledon Cottage’ 200년 주년... 파라마타 시, 관련 기념행사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9 호주 ‘주택위기’ 해결의 또 하나의 어려움, ‘baby boomers의 고령화’?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8 호주 파라마타 시, ‘Arthur Phillip Park’ 재개장 기해 야외 영화 상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7 호주 계속된 생활비 부담 속, 수백 만 명의 호주인 저축액 1천 달러 미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6 호주 Express. Empower. Get Loud!... CB City, ‘청년주간’ 행사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4.04.11.
5265 호주 팬데믹 이후 호주 인구 ‘급증’ 속, 가장 큰 영향 받는 시드니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4 호주 투자 부문의 최고 ‘인플루언서’, “고령화 위기 대비하려면 호주 본받아라”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3 호주 주택을 구입할 때 침실 하나를 추가하려면 얼마의 급여가 필요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2 호주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적 확산 추세 따라 해당 비자 제공 국가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1 호주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대학원 과정은 ‘건강’ 및 관련 분야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60 호주 늘어나는 신용카드 사기... 지난해 호주인 손실, 22억 달러 규모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9 호주 월별 CPI 지표, 3개월 연속 3.4% 기록... “하향 추세 판단, 아직 이르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8 호주 주택시장, ‘인상적 성장세’ 지속... 1년 사이 중간가격 6만3,000달러 ↑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