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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호주 금융정책을 담당하게 된 미셸 블록(Michele Bullock) 중앙은행(RBA) 총재 내정자. RBA에서 38년간 근무해 온 그녀는 지난해 4월 부총재로 지명됐으며, 현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의 후임으로 인플레이션 및 생활비 부담 문제 해결과 함께 RBA 개혁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알바니스 총리, “어려운 국내외 경제 상황 처리해나갈 ‘탁월한 자격’ 있다” 설명

오는 9월 18일 RBA 수장으로 업무 시작... 중앙은행 개혁작업 주도 ‘책임’ 떠안아

 

필립 로우(Philip Lowe) 호주 중앙은행 총재(RBA Governor)의 7년 임기가 오는 9월 끝나면서 그의 뒤를 이을 일단의 후임 인사들이 거론된 가운데 미셸 블록(Michele Bullock) 현 RBA 부총재가 새 수장으로 지명됐다.

지난 7월 14일(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와 찰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총리 집무실에서 블록 부총재를 만나 RBA 총재직에 대한 수락 의사를 확인한 뒤 그녀를 RBA 차기 총재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블록 부총재는 63년 역사상 중앙은행을 이끄는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향후 7년간 금융정책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블록 총재 내정자는 최근 나온 RBA 내부 검토에서 제기된 광범위한 RBA 개혁을 추진하면서 국내 경제 활성화와 실업률 급증을 막기 위한 조치로 향후 12개월 이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RBA에서 38년간 근무해 온 블록 총재 내정자는 지난해 4월 로우 총재를 돕는 부총재(RBA Deputy Governor)로 임명됐으며, 임명 다음 달부터 현재까지 12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던 14번의 통화정책 회의(RBA는 매월 첫 주 화요일, 이 회의를 통해 금리를 결정한다)에 참석해 왔다.

이날(7월 14일) 알바니스 총리는 미디어 발표에서 호주 경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최고의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지만 이를 처리해갈 ‘탁월한 자격’(eminently qualified)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녀의 업무는 아주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 수장 결정권을 갖고 있는 찰머스 재무장관은 블록 내정자를 ‘일류 경제학자’로 묘사하면서 오는 9월 18일, RBA 총재로 취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관은 “호주 중앙은행을 미래로 이끌어갈 최적의 위치에 있는 인사”라고 덧붙였다.

노동당 정부는 필립 로우 총재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RBA 총재와 부총재 임기는 각 7년이며, 일정 기간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한 이후 현 부총재인 미셸 블록, 현 재무부 스티븐 케네디(Steven Kennedy) 차관, 재정부 제니 윌킨슨(Jenny Wilkinson) 차관,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데이빗 그루언(David Gruen) 청장 등을 후보 물망에 올린 바 있다(한국신문 6월 30일 자 ‘RBA 로우 총재 임기, 9월 종료 예정... 호주 첫 중앙은행 총재 나올까’ 기사 참조).

블록 총재 내정자는 신임 총재 선임에 대해 “큰 영광”이라면서 “어려운 시기에 이 역할을 맡게 됐지만 RBA의 강력한 경영진 및 이사회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 로우 총재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 중 하나는 전염병 대유행 와중이었던 지난 2021년 11월, “오는 2024년까지 0.1%의 최저 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이후 2023년 5월부터 공격적인 이자율 인상을 단행한 것이었다.

RBA는 또한 급격하게 치솟은 물가로 인해 호주인의 실질소득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수치를 이유로 빠른 임금 상승에 대한 우려를 제기함으로써 경제학자들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 ‘주목’

 

도이체방크(Deutsche Bank) 거시경제학자인 팀 베이커 연구원은 전체 호주인의 총 임금 상승률이 연간 10%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실제 근무 시간당 임금은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총 가구 명목소득(household nominal income)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이는 추가 노동인력, 각 인력이 추가로 근무한 시간, 이자율에 의한 감소, 세금 및 복지,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블록 총재 내정이 발표된 이날, ANZ 은행 경제학자들은 RBA가 2024년 말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 추가 인상 보류(extended pause)로, 현 4.1% 수준의 이자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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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왼쪽) 총리, 찰머스(Jim Chalmers. 오른쪽) 재무장관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미셸 블록(Michele Bullock. 가운데) RBA 부총재. 알바니스 총리와 찰머스 재무장관은 지난 7월 14일(금) 아침, 의회에서 블록 부총재와 만나 신임 총재직 수락 의사를 확인한 후 신임 총리 선임을 발표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인 AMP Capital의 선임 경제학자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는 RBA가 더 이른 시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면서 “신임 총재의 첫 번째 결정은 내년부터 이자율을 인하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조된 경기침체 위험을 포함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여파를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BA 내부개혁 처리 임무도

 

지난 6월 공개된 RBA에 대한 독립 검토 보고서에서 권장한 대로 신임 블록 총재는 중앙은행의 주요 개혁 사안들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 이사회 구성이 포함된다.

찰머스 장관은 블록 부총재의 차기 총재 선임을 결정하면서 그녀에게 RBA 리뷰 보고서에서 권장한 사안들이 구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했다’고 밝혔다.

NAB 기업 및 기관 부문 선임 경제학자인 아이번 콜룬(Ivan Colhoun) 연구원은 블록 내정자의 경우 로우 총재에 비해 보다 실용적이되 덜 이론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매우 냉철한 성향으로 블록 내정자는 RBA 내부의 은행 문화 변화에 대한 많은 권고 사항을 구현하는 데 더 적합해 보인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정책 싱크탱크인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다니엘 우드(Danielle Wood) 연구소장은 “여성이 총재로 임명됐다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녀는 “지나 카스-코틀리브(Gina Cass-Gottlieb)가 호주 공정거래소비자위원회(ACCC) 위원장으로 지명되기 전까지 호주의 주요 경제기관은 여성을 수장으로 둔 적이 없었다”며 “블록 내정자는 그렇게 된 최초의 여성 경제학자”라고 말했다.

이어 우드 연구소장은 “이는 여성 직업의 발전에 대한 큰 신호로 생각한다”며 “경제학이 젊은 여성들에게 매력적 직업이 되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야당 내각 재정부를 맡고 있는 제인 흄(Jane Hume) 의원은 현 블록 부총재의 경우 경험이 많고 직무에 대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판단돼 자유-국민 연립은 그녀의 총재 내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흄 의원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그녀의 RBA 총재 임명이 매우 필요하고 환영받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반면 로우 총재의 임기 연장을 반대했던 녹색당 닉 맥킴(Nick McKim) 상원의원은 “블록 부총재의 새 총재 지명은 실업률을 높이고 임금을 억제하고자 금리 인상이라는 수단을 계속 이용하는 RBA의 ‘평소와 같은 결정’에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 노동조합협의회(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 ACTU)의 샐리 맥마누스(Sally McManus) 사무총장은 블록 총재 내정자에게 “금리 인상과 관련해 근로자들과 직접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그녀는 “현재 호주 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 상승의 직격탄을 살감하고 있으며 우리는 미셸 블록 부총재가 RBA 수장이 되어 전임자와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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