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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각 지역의 버려진 풍경을 주제로 한 소셜미디어가 수천 명의 회원을 확보, 호주 전역의 잊혀진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시드니 남서부의 농촌도시 굴번(Goulburn) 서쪽, 한때 방앗간으로써의 역할을 했던 Pomeroy Mill. 사진 : Facebook / Greg Davis, Explored Visions

 

Old & Abandoned Australia-Abandoned Victoria-Abandoned Brisbane 등

 

‘What if these walls could talk?’

지금은 수천 명으로 늘어난 호주 전역의 사람들에게 잊혀진 장소, 건축물을 탐험하도록 영감을 질문이다. 이 호기심 많은 방랑자들은 각 교외지역의 풍경을 샅샅이 뒤지고, 외딴 주택이나 기타 버려진 건축물을 탐험하며, 사진을 통해 이것들이 가진 기억을 보존하고자 한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Facebook)에 개설된 ‘Old & Abandoned Australia’, ‘Abandoned Victoria’ 및 ‘Abandoned Brisbane’ 등의 페이지에는 수천 명의 아마추어 탐험가들이 가입해 각자가 발견한 장소, 건축물 등을 공유하고 있다.

Old & Abandoned Australia는 잊혀진 호주 역사에 대한 개인적 열정을 나누고 싶어 했던, 지금은 작고한 존 앤더슨(Jon Anderson)씨에 의해 시작됐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현재 20만 명 넘는 팔로워를 갖고 있다.

시드니 기반의 사진작가 그렉 데이비스(Greg Davis)씨는 늘어난 회원 관리를 위해 근래 이 그룹에 합류한 사람이다. 그가 동참한 이후 이 소셜미디어 페이지에 업로드 되는 새로운 사진들이 늘어나고 있다.

데이비스씨는 “관리자로 합류한 후 몇 가지 규칙을 적용했고, 지난 1년여 사이 이를 조정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진을 올리는 이들 대부분은 해당 장소가 복구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치고 있지만 대부분의 버려진 건축물은 이제 어쩔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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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사진가로 황폐하게 버려진 풍경이나 건축물 사진을 페이스북 페이지(Explored Visions)에 게시하는 그렉 데이비스(Greg Davis. 그의 사진은 또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 Old & Abandoned Australia과 공유된다)씨가 발견한 빅토리아(Victoria) 주, 한 지방 지역의 우체국으로 사용됐던 건물. 사진 : Facebook / Greg Davis, Explored V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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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Queensland) 중부 내륙 크라코(Cracow)에 남아 있는, 버려진 상점들. 한때 광산타운으로 많은 인구가 거주했던 이곳은 현재 약 8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사진 : Facebook / Greg Davis, Explored Visions

   

Old & Abandoned Australia 그룹의 많은 규칙 가운데 중요한 것은 ‘버려진 장소(또는 건축물)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를 보존하면서 훼손을 막고 회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데이비스씨는 “우리 규정 중 하나는 누군가 사진을 공유하면서 위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면 그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그룹의 회원들은 기차역, 공장, 교량에서 대규모의 기계,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오래되고 버려진 것을 구성하는 대상을 광범위하게 다룬다. 이 가운데 초라하게, 폐허로 남은 주택은 가장 많은 회원들이 공유하는 사진이다.

데이비스씨는 “이런 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이 오래된 농가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실제로 이런 사진에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공공건물에 대한 사진의 대부분은 오래된 발전소나 폐광들이다. 이들 가운데 시드니 북부 왕기왕기 발전소(Wangi Wangi Power Station), 빅토리아 주 모웰(Morwell, Victoria)에 있는 모웰 발전소(Morwell Power Station)는 이 그룹이 보여주는 잊혀진 역사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그는 이어 “내가 판단하는 또 다른 건축물로 Bradmill Denim(멜번 서부에 있던 순면 제품 공장), Nylex buildings(멜번에 있는 사일로 건축물로 호주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라며 “우리가 ‘urbex’(Urban exploration을 줄여 일컫는 말)라고 부르는 도시 탐험가들에게 이곳은 가장 선호되는 사진촬영 장소”라고 소개했다.

이 그룹의 일부 탐험가들은 멋진 ‘트로피’ 사진을 지향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사진과 함께 해당 장소나 건축물이 가진 이야기를 발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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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주, 세인트 아널드와 나바르(St Arnaud and Navarre, Victoria) 사이의 한 사유지에 버려진 농가. 사진 : Terri-Lee C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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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주 북서부 지방 지역의 한 농가. 외딴 지방 지역의 이런 농가는 아마추어 탐험가들로부터 인기 있는 사진 소재이다. 사진 : Facebook / Greg Davis, Explored Visions

   

페이스북 페이지 Old & Abandoned Australia의 회원 중 한 명인 테리 리-캠피언(Terri-Lee Campion)씨는 “10년 전쯤, 호주 전역 도로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많은 역사가 있음을 깨달았다”면서 “이런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 집으로 돌아온 뒤 나름대로 조사를 해 보았고, 그때부터 버려진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멜번에서 북쪽으로 약 180km 거리, 골번밸리 지역(Goulburn Valley region)의 작은 타운 코롭(Corop)에 거주하는 그녀는 남편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할 때마다 이 같은 풍경을 보고 수시로 ‘Stop! Stop!’을 외쳐 남편을 짜증나게 만들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리-캠피언씨는 “쓰러져가는 ‘이 벽이 말을 할 수 있다면’(if these walls could talk)이라는 오래된 속담처럼 폐허가 되거나 버려진 풍경들은 수수께끼에 관한 것 같다”며 “이곳에 있던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잊혀진 역사를 찾는 일

 

이런 풍경을 찾아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터이다. 데이비스씨는 자신의 방법으로 “GPS 지도, 사전에 계획된 경로와 예비 조사를 거치는 등 체계적인 접근방식을 취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특별한 장소를 찾기 위해 현지인들과 많은 대화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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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남서부 내륙의 농촌도시 굴번(Goulburn)에 있는, 버려진 고아원 건물. 사진 : Facebook / Greg Davis, Explored Vi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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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주 중부 내륙 에팔록(Eppalock, central Victoria)에 남아 있는 건축물의 흔적. 어떤 용도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 : Terri-Lee C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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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기차 철로를 따라가는 탐험을 즐긴다는 그렉 데이비스씨는 멋지(Mudgee, NSW) 남동쪽, 라일스톤(Rylstone)과 멋지 사이의 농촌타운 루(Lue)에 남아 있는 기차역을 발견했다. 사진 : Facebook / Greg Davis, Explored Visions

   

“지난 1월 NSW 주 북서쪽으로 6일간 약 3,000km를 여행했다”는 그는 “구글(Google) 지도를 이용해 이전에 가본 적이 없는 마을을 지나며 경로를 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오래된 기차 노선을 따라가는 것을 좋아한다”며 “지도에 나타나 있는 폐기된 철로를 지나다 보면 종종 작은 규모의 오래된 마을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치밀하게 사전조사를 한 뒤 탐험에 나서는 데이비스씨와 달리 리-켐피언씨는 다소 자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야말로 발길 가는대로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오래된 풍경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과정을 좋아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지방 지역 도로여행을 하면서 그녀는 오래된 타운이 있을 법한 지역이 있으면 무작정 길을 따라가 본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여행 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이 때문에 친구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적도 있다.

때로 그녀는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장소에 대해서는 그 과거를 파헤치기도 한다. “가끔, 비극적 과거가 담겨 있는 장소를 알아내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버려진 풍경,

사진에 담아내는 방법은

 

프로 사진가인 그렉 데이비스씨는 페이스북 페이지 ‘Explored Visions’을 운영하며, 이곳이 사진들을 Old & Abandoned Australia와 공유한다. 아울러 그는 이 버려진 풍경을 주제로 한 소셜미디어 운영 및 관리자로, 새로 가입해 사진을 업로드하려는 이들에게 해당 페이스북의 원칙 및 좋은 자신을 카메라에 담는 팁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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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중북부, 파누 바멈(Pannoo Bamawm)의 버려진 농가. 사진 : Terri-Lee C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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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 주 중서부 내륙, 닝간(Nyngan) 북쪽에 있는 기릴람본(Girilambone) 기차역 자리. 이곳을 지나는 기차는 아주 오래 전 운행이 중단됐다. 사진 : Facebook / Greg Davis, Explored Visions

   

이를 보면 △사진의 구도(composition)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교회 사진을 카메라에 포착한다면 첨탑 꼭대기는 자르지 않는 게 좋으며, △(사진의) 분위기를 위해 다양한 각도와 조명에서 시도할 것(정답은 없다), △스토리텔링 요소를 찾을 것, 가령 해당 풍경 안에 오래된 상점이나 펍(pub) 등 해당 지역을 설명해 줄 요소, 아니면 버려진 곳인 만큼 캥거루 등 야생동물을 카메라 앵글 안에 함께 포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사진을 업로드할 때에는 △해당 풍경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덧붙일 것을 권한다. 즉 위치를 반드시 밝힐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하여 이 장소를 찾았는지, 흥미로운 점은 무엇인지를 덧붙이라는 것, 그리고 △만약 진입을 불허하는 경고문이 있거나 사진촬영을 금하는 경우에는 절대 함부로 들어서거나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해당 그룹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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