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토론 등의 산고 끝에 주 하원에서 가까스로 통과된 NSW주의 이른바 낙태 허용법으로 통칭되는 ‘2019 생식헬스케어개혁법안’이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에게 거센 후유증을 안겨주고 있다.

법안을 둘러싼 찬반 공방이 가열되는 동안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관망적 자세를 보여, 찬반 그룹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막판에 예상을 뒤엎고 낙태허용법에 대한 찬성으로 돌아섰던 것.

이에 당내 보수계파 의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법안 통과 직후 영국 방문 길에 오른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현지에서 시드니 모닝 헤럴드 기자와 만나 “보수계파 의원들의 실망감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내 의원들의 절대 다수가 법안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이 법안은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이 아니라, 낙태로 인한 형사처벌을 배제하는 법안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

그는 또 “심지어 남부호주주는 이미 반세기 전에 이같은 법안을 채택했는데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만 낙태를 형사법으로 처벌하는 법안이 119년 동안 존속돼 왔다”고 지적했다.

 

9부 능선 넘은 NSW 낙태 금지법

아무튼 119년간 존속돼온 NSW주 낙태 금지법의 폐지 움직임은 이제 가까스로 9부 능선을 넘었다.

알렉스 그린위치 NSW 주의원(무소속, 시드니 지역구)이 지난달 30일 개별 발의한 ‘2019 생식헬스케어 개혁법안(Reproductive Healthcare Reform Bill 2019)’은 사흘간의 마라톤 토론 끝에 8일 저녁 늦게 주 하원을 통과했다.  

몇차례의 수정 작업을 거친 해당 법안은 표결에 부쳐졌고, 찬성 59, 반대 31로 법안은 통과됐다.

낙태 허용을 위한 첫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관문이 통과되자 해당 법안을 지지한 하원 의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낙태 반대론자와 종교 단체는 낙태 허용 법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도미니크 페로테이 재무장관은 “이 법안을 지지한 의원의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선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또 “의회의 목적은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법안을 지지한 의원들은 그 의무를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엘리엇 경찰장관도 “시의적절하지 못했다”면서 “공론화 및 지역사회 여론수렴 절차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낙태금지법으로 형사처벌된  산모와 의사

유명무실한 듯 했지만 지난 1994년 이후 낙태 금지법 위반 혐의로 12명이 기소됐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유죄 판결로 실형을 선고 받은 것으로 NSW주 범죄통계연구청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가장 최근에는 2017년에 낙태 금지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기록됐다.

범죄통계연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4년 이후 기소된 12명 가운데 6명은 유산의도로 스스로 약물을 투여한 죄로 처벌됐고, 5명은 임신한 여성의 유산을 위해 기구를 사용한 죄로,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유산 목적으로 여성에게 불법 약을 공급한 혐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7명은 검찰에 의해 불기소 조치됐으며 나머지 한 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죄 판결을 받은 4명 중 2명은 지난 2002년 청소년 교도소에,  2명은 사회봉사형을 선고 받았다.

이 가운데는 의사도 한 명 포함됐다.

불법낙태시술 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시드니 의사에게는 2년 간 법적선행 실형이 내려졌지만 10년 동안 의사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또한 4살에서 9살 사이의 자녀 다섯을 둔 28살의 여성은 지난 2017년 유산의도로 스스로 약물을 투여한 죄로 기소됐다.

 

NSW,낙태 형사 처벌 유일 지역 

호주에서 낙태를 형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지역은 뉴사우스웨일즈 주가 유일하다. 1900년 제정된 낙태금지법이 119년째 존속돼온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법안은 한국의 보안법처럼 거의 유야무야된 듯한 상태다.

임신상태가 지속될 경우 임산부에게 신체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지고 임산부가 수술비를 부담할 경우  낙태 시술이 가능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존재하는 현행법에 의해 의사나 임산부 모두가 여전히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을 남겨둔다.

낙태 시술 실태에 관한 공식 자료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호주 여성 4명 가운데 1명은 낙태시술을 한번은 받게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퀸즐랜드주와 빅토리아주는 이미 낙태 처벌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사실상 이를 허용하고 있으며, NSW호주의학협회(Australian Medical Association NSW)도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진=AAP.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위)

사진 (AAP Image/Dean Lewins) NSW주 의사당 앞에서 낙태허용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대. 이날 시위에는 ‘사회주의 동맹’ 등의 좌파 단체와 녹색당 등의 진보진영 정치인을 비롯 일반 시민들도 다수 참석했다.(아래)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3177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사는 사람 맘대로? NO, 파는 사람 맘대로!” file 호주한국신문 19.08.29.
3176 호주 호주, 신형 방사포 시험사격 북한 규탄 톱뉴스 19.08.27.
3175 호주 홍콩시위... 호주 대학 내 중국계 학생들간 폭력 충돌 위험성 고조 file 호주한국신문 19.08.22.
3174 호주 “야생 캥거루 조심하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19.08.22.
3173 호주 “원주민 시각에서 우리의 영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08.22.
3172 호주 인구는 늘고 집값은 치솟고...“출퇴근 시간 너무 오래 걸려요!” file 호주한국신문 19.08.22.
3171 호주 Sydney Auction Report... 7월 경매 낙찰률 높아진 통계수치 file 호주한국신문 19.08.22.
3170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젊은 투자자들 “지금이 주택 구매의 적기...” file 호주한국신문 19.08.22.
3169 호주 공룡 미디어 그룹 ‘나인 엔터테인먼트’, 맥콰리 미디어 완전 인수 톱뉴스 19.08.20.
» 호주 ‘산고’ 끝 통과 NSW낙태 허용법, 베레지클리안 주총리에 ‘진통’ 톱뉴스 19.08.20.
3167 호주 골드만 "호주달러 환율 전망 하향…3개월 뒤 0.68달러" 톱뉴스 19.08.20.
3166 호주 RBA 로우 총재 “실업수당 인상으로 경기부양하라” 톱뉴스 19.08.20.
3165 호주 호주 이민부, 글로벌 우수 인재 5천명에게 영주권 부여 톱뉴스 19.08.20.
3164 호주 NSW 초등학교 어린이들, 학교에서 무료 덴탈 체크업 받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08.15.
3163 호주 “어린 학생들에게 스포츠 참여 강요하면 평생 운동 못하게 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19.08.15.
3162 호주 소득 격차 따른 연간 복지비용, 전년 대비 크게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19.08.15.
3161 호주 GET OUT, STAY OUT and CALL TRIPLE ZERO(000) file 호주한국신문 19.08.15.
3160 호주 What's on in Sydney this weekend? file 호주한국신문 19.08.15.
3159 호주 화제의 자동차 - Pagani ‘Huayra BC Roadster’ file 호주한국신문 19.08.15.
3158 호주 광역시드니 지역별 주거 환경... 살기 좋은 동네는 어디일까? file 호주한국신문 19.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