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총리 재임).jpg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전 재무장관이 자유당 새 대표로 선출, 집권 여당 당수로 총리에 취임하면서 정계의 리더십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07년 케빈 러드(Kevin Rudd. 노동당) 이후 현재까지 불과 10여년 사이 총리는 6차례나 교체됐다. 사진은 제12대 총리로 최장 기간 재임(5,882일) 기록을 갖고 있는 로버트 멘지스 경(Sir Robert Menzies. 자유당).

 

케빈 러드(노동당) 이후 모리슨(자유당)까지, 역대 평균 재임보다 짧아

 

리더십 불안은 현대 호주 정치에서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지난 8월 말, 수면 위로 부상된 ‘자유당 내전’이 1, 2차 당권 투표 끝에 스콧 모리슨을 수장으로 선출하면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1996년부터 2007년 연방 총선까지 자유-국민 연립 집권 여당을 이끌었던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에 이어 노동당(Kevin Rudd 총리)이 정권을 잡은 이래, 지난 11년 사이 호주 총리는 무려 여섯 차례나 바뀌었다.

연방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 자리에 오른 이들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각 당 대표의 집권에 도전해 총리로 등극한 경우였다.

2007년 총선에서 12년간 이어진 자유-국민 연립 정부를 무너뜨리고 노동당 승리를 이끈 케빈 러드(Kevin Rudd)는 첫 임기를 마치기 얼마 전인 2010년, 자신이 발탁한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부총리의 당권 도전에서 패하며 총리 자리를 내주었다. 이후 길라드는 2010년 총선에서 승리, 임기를 이어갔으나 2013년 6월 러드의 대표직 도전에서 패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러드 총리는 재취임한 3개월 후 치러진 총선에서 패해 자유-국민 연립에 정권을 내주어야 했다. 2013년 9월, 총선 승리로 28대 총리 자리에 오른 토니 애보트(Tony Abbott) 또한 2년 남짓 재임한 가운데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의 당권 도전에서 밀려났다.

2013년 총선 직전, 야당이었던 자유당 대표 경선에서 애보트와 맞붙은 턴불은 1표 차이로 대표 자리를 꿰차지 못했으나 2년여 후 2015년 9월14일 밤, 애보트의 지지도 하락을 틈탄 복수전(?)에서 당내 의원 54명의 지지를 받아 44표에 그친 애보트를 물리치고 새 대표 및 29대 총리로 취임했다.

집권 이후 턴불 총리는 잠시 탄탄한 지지도를 이어갔으나 곧이어 하락세로 돌아서 2016년 총선에서는 노동당의 공세를 간신히 막아냈으며, 2기 임기 이후에는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지는 자유당의 지지기반을 바라보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당 내에서 턴불 총리의 리더십 문제가 거론됐고 그 중심은 애보트 전 총리, 그와 함께 보수 강경 인사로 구분되는 피터 더튼(Peter Dutton) 내부무 장관이었다. 사실 이번 당권 경쟁의 배경에는 토니 애보트 전 총리를 비롯한 당내 보수 진영이 자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들은 호주 보수 미디어를 등에 업고 있었다.

이 와중에서 턴불은 1차 당권 투표에서 45대38로 더튼의 도전을 막아냈지만 더튼은 이에 굴하지 않고 상황이 허락되면 재도전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당내 분위기를 파악한 턴불은 명예로운 퇴진을 고심하게 됐고, 자신의 지지자인 스콧 모리슨을 내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퇴진을 하되 모리슨을 내세워 더튼을 앞세운 애보트와 대리전을 치른 것이고, 결국은 애보트의 설욕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역대 총리 재임기간 1,181일

2000년대 들어 ‘단명’

 

애보트를 밀어내고 총리 자리에 오른 턴불의 재임 일수는 1,074일이다. 호주의 6개 식민 정부가 하나의 연방으로 탄생된 1901년, 초대 총리 자리에 오른 에드먼드 바턴 경(Sir Edmund Barton. 996일 재임) 이후 역대 총리들의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턴불의 재임 일수를 보면, 중간 재임기간(899일)보다는 길지만 평균 재임기간(1,161일)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부 총리들의 장기 집권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평균 재임기간을 기준으로 특정 인사의 임기를 판단하는 것에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07년 케빈 러드 이후 지난 8월24일 말콤 턴불까지 5명(러드의 재집권으로 실질적으로는 4명) 총리의 평균 재임 기간은 783일이다. 이는 분명 중간 재임기간은 물론 평균 재임 일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최근 호주 정계의 ‘불안한 리더십’이 도마에 오른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이다.

한편 초대 총리인 바턴 경 이후 가장 장수한 총리는 대부분 보수 진영에서 나왔다. 최장 기간 재임은 12대 총리인 로버트 멘지스 경(Sir Robert Menzies. 자유당, 1949년 12월19일-1966년 1월26일)으로 5,882일에 달하며, 25대 총리인 존 하워드(John Howard. 자유당, 1996년 3월11일-2007년 12월3일)가 4,284일로 두 번째 장수 총리였다. 이외 22대 총리인 말콤 프레이저(Malcolm Fraser. 자유당, 1975년 11월11일-1983년 3월11일) 2,677일, 10대 총리인 조셉 라이온스(Joseph Lyons. 1931년 노동당으로 출발해 그해 United Australia Party 창당, 1932년 1월6일-1939년 4월7일) 2,648일, 8대 총리인 스탠리 브루스(Stanley Bruce. 국민당, 1923년 2월9일-1929년 10월22일) 2,447일, 7대 총리인 빌리 휴즈(Billy Hughes. 노동당-국민당-무소속-호주연합당-자유당, 1915년 10월27일-1923년 2월9일) 2,183일이다.

이와 달리 노동당은 보수 진영에 비해 집권 횟수가 적고 총리 재임 기간도 짧았다. 노동당 수장으로 가장 오랜 기간 총리에 재임한 인물은 23대 밥 호크(Bob Hawke. 1983년 3월11일-1991년 12월20일)로 3,206일 동안 총리 자리에 있었으며 1천 일 이상 장기(?) 재임한 총리는 16대 벤 치플리(Ben Chifley, 1945년 7월13일-1949년 12월19일. 1,620일), 24대 폴 키팅(Paul Keating, 1991년 12월20일-1996년 3월11일. 1,543일), 14대 존 커틴(John Curtin, 1941년 10월7일-1945년 7월5일. 1,367일), 5대 앤드류 피셔(Andrew Fisher, 1972년 12월5일-1975년 11월11일. 1,152일), 27대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2010년 6월24일-2013년 6월27일. 1,099일), 21대 고프 휘틀럼(Gough Whitlam, 1972년 12월5일-1975년 11월11일. 1,071일) 등 6명, 이외에는 1천 일을 넘기지 못했다.

 

■ 역대 호주 총리 재임 일수

-Sir Edmund Barton : 996일

-Alfred Deakin : 216일

-Chris Watson : 113일

-George Reid : 321일

-Alfred Deakin : 1,227일

-Andrew Fisher : 201일

-Alfred Deakin : 331일

-Andrew Fisher : 1,152일

-Joseph Cook : 450일

-Andrew Fisher : 405일

-Billy Hughes : 384일

-Billy Hughes : 95일

-Billy Hughes : 2,183일

-Stanley Bruce : 2,447일

-James Scullin : 806일

-Joseph Lyons : 2,648일

-Sir Earle Page : 19일

-Robert Menzies : 855일

-Arthur Fadden : 40일

-John Curtin : 1,367일

-Frank Forde : 7일

-Ben Chifley : 1,620일

-Sir Robert Menzies : 5,882일

-Harold Holt : 692일

-John McEwen : 22일

-John Gorton : 1,155일

-William McMahon : 636일

-Gough Whitlam : 1,071일

-Malcolm Fraser : 2,677일

-Bob Hawke : 3,206일

-Paul Keating : 1,543일

-John Howard : 4,284일

-Kevin Rudd : 934일

-Julia Gillard : 1,099일

-Kevin Rudd : 83일

-Tony Abbott : 727일

-Malcolm Turnbull : 1,074일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총리 재임).jpg (File Size:42.7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257 호주 보험-금융 서비스 가격 상승 속, Private health insurance 3% 이상 인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6 호주 호주 각 학교 교장들, ‘최악’ 수준의 신체적 폭력-협박에 시달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5 호주 ‘P-plate’ 상태의 자녀 ‘안전’ 고려한다면, 자동차를 사 주는 대신...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4 호주 계속되는 가계 재정 부담 속, 수백 만 명의 호주인이 ‘부업’ 찾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4.04.
5253 호주 생활비 압박 지속... 정부, 물가상승률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52 호주 순 해외이민자 유입-자연 증가로 호주 인구, 곧 2천700만 도달 예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51 호주 Minns-Perrottet 현직 및 전직 NSW 주 총리, ‘McKinnon Prize’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50 호주 정부, 비시민권자 대상으로 보다 수월한 ‘강제추방’ 가능한 법안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9 호주 주택 1sqm 당 프리미엄 가장 높은 광역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8 호주 할리우드 스타덤의 화려했던 순간, 그 기억을 간직한 영화 촬영 여행지들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7 호주 자동차 절도-파손 및 가택침입 등 전국에서 ‘household crime’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6 호주 ‘충격적’ 일자리 급증... 실업률, 지난해 9월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5 호주 World Happiness Report... 호주인 ‘행복감’, 상위 10위에 올랐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4 호주 호주 당국, 프랑스 방문 여행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주의’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3 호주 COVID-19 전염병 대유행으로 전 세계 기대수명, 1.6년 감소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2 호주 “유아기의 스크린 시청 시간, 부모와의 상호 언어형성 기회 빼앗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1 호주 ChatGPT-기타 인공지능 활용한 고등교육 부문의 부정행위 ‘극성’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8.
5240 호주 시니어 대상 pension 및 Jobseeker payments 등 복지수당 인상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5239 호주 NSW 예산계획, “바람직한 사회적 결과-투명성 향상에 목표 둘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
5238 호주 올들어 두 번째의 RBA 통화정책 회의, 이자율 4.35% 유지 결정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