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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퀸즐랜드(Queensland) 주를 이끌어온 아나스타샤 팔라슈추크(Annastacia Palaszczuk) 주 총리가 ‘깜짝’ 사임을 발표했다. 주 총리 직책은 물론 정계 은퇴를 포함한 그녀의 발표는 올해 들어 그녀가 맞닥뜨린 정치적 어려움과 지지기반 하락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여성 위한 길 개척한 노동당 영웅’ 평가... 연말 ‘Inala 선거구’ 의원직도 사퇴 예정

 

지난 8년간 퀸즐랜드 주 정부를 이끈 노동당 지도자 아나스타샤 팔라슈추크(Annastacia Palaszczuk) 의원이 주 총리직 사임을 밝히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팬데믹 사태 이후 다소 인기가 하락하기는 했지만 내년 10월 주 선거를 이끌 것이라 밝혀 왔던 그녀의 사임 의사는 ‘깜짝 발표’로 충격을 안겼다.

팔라슈추크 주 총리는 지난 12월 10일(일) 퀸즐랜드 지역을 영향권에 둔 사이클론 ‘재스퍼’(Jasper)에 대한 미디어 브리핑에서 갑작스럽게 ‘(총리직) 사임과 정계 은퇴’ 계획을 밝히며 “지금이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장 적절한 시간”(right time to move on)이라고 말했다.

팔라슈추크 주 총리는 “이번 주 주말에 주 총리직을 마칠 것”이라며 “오는 금요일(12월 15일) 당 의원회의에서 결정될 차기 지도자(QLD 노동당 대표 및 집권당의 주 총리) 선출을 위해 당 의원들에게 시간을 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 총리는 거의 9년간 QLD 주 정부 수장으로, 그 이전에는 3년간 야당 대표직을 맡았던 것을 언급하며 “당의 지도자가 된 것은 큰 영광이었다”고 인사를 전했으며, 연말까지 자신이 정치 활동을 시작한 브리즈번 남서부 지역, 이날라 선거구(Electoral district of Inala) 의원직에서도 사임할 것임을 밝혔다.

 

올 하반기 들어

주 총리 선호도 ‘급락’

 

팔라슈추크 주 총리는 지난 8월 파트너와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낸 이후 정계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사태의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왔던 그녀의 정부는 이후 청소년 범죄, 공공병원 정책 실패, 주택 위기 등 다양한 정치적 전선에서 정책 실패를 드러냈고, 이를 보여주듯 최근 몇 달간 여론조사에서 그녀에 대한 지지는 급격히 하락했다. 그럼에도 팔라슈추크 주 총리는 내년 10월 주 선거에서도 당을 이끌 것임을 밝혀 왔다.

지난 9월에는 당 내부 불만과 지도부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2명의 전직 노동당 정치인사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권고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 해도 QLD 노동당 내부적으로 그녀가 가진 당 대표직에 도전 의사를 표한 이들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날(12월 10일) 그녀의 사임 발표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리피스대학교(Griffith University) 정치학자인 폴 윌리엄스(Paul Williams) 박사는 “QLD 주 총리의 지지율이 올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면서 “팔라슈추크 주 총리 개인에 대한 지도자로서의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QLD 노동당이 더 이상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자 당 내부에서도 지도자를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연방총리는 이날(12월 10일) 아침, 팔라슈추크 주 총리가 전화를 하여 사임 의지를 밝혔음을 전하며, 그녀를 ‘노동당의 영웅’으로 묘사했다.

알바니스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2015년 QLD 주 선거에서 놀라운 승리로 역사를 만든 순간부터 아나스타샤 팔라슈추크 의원은 퀸즐랜드 주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강한 결단력으로 일해 왔다’고 밝혔다.

 

노동당의 ‘전설’ 중 한 명

 

한편 팔라슈추크 주 총리는 여성들을 위한 길을 개척하면서 또한 QLD 노동당을 굴욕과 패배에서 되살린 ‘노동당의 전설’로 남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녀는 QLD 주 정부 집권 이후 낙태를 범죄화하지 않는 법률, QLD의 자발적 조력 사망(voluntary assisted dying) 합법화, ‘관행’으로 치부되던 가정폭력에 대한 강력한 대처 등으로 여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아 왔다. 또한 2032년 예정인 브리즈번 올림픽 유치에도 적극 나서 개최권을 확보했다.

팔라슈추크 의원은 야당 대표로 시작해 주 총리가 된 최초의 여성이자 주 총리로 3선을 역임한 최초의 호주 여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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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임기를 결정지은 2020년 10월 주 선거에서 승리한 후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는 팔라슈추크 주 총리(사진). 그녀는 인권, 여성 문제, 환경 등에서 많은 개혁을 추진해 정치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청렴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그녀는 지난 2012년, 14년간 집권해 오던 ALD 노동당이 자유국민당(Liberal National Party of Queensland. LNP)의 캠벨 노먼(Campbell Newman)에게 무기력하게 패한 이후 당내 의원 만장일치로 대표에 선출됐다. 2012년 주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패한 QLD 노동당에는 단 7석(당시 정계에서는 이들 7인의 의원을 헐리우드 영화 제목을 따 ‘Magnificent Seven’으로 표현하기도 했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2012년 주 선거 이후, LNP가 오랫동안 집권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QLD 노동당은 2015년 주 선거에서 ‘깜짝’ 승리를 거두고, 무소속 피터 웰링턴(Peter Wellington)의 지원으로 소수정부를 구성하며, 팔라슈추크는 퀸즐랜드 주 39대 주 총리가 됐다.

집권 이후 두 번째 치러진 2017년 주 선거에서 그녀는 48석을 얻어 다시 LNP를 누르고 과반에서 2석 많은 단단한 기반을 만들었다.

 

전염병 대처에서

‘지나친 제한’ 비난 받았지만...

 

2020년 1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되고, 연방정부가 호주 국경을 폐쇄하면서 팔라슈추크 주 총리는 QLD 주 경계를 봉쇄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 결정으로 QLD는 대유행 기간 동안 호주 각 정부관할구역에서 가장 엄격한 주 경계 제한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실제로 QLD 각 지역사회는 물론 동료 정치인들도 그녀의 정책을 “지나치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며 “QLD 주를 위한 대처를 계속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이다”며 반발을 일축했다.

팔라슈추크 주 총리의 이 같은 전염병 대처에 대한 평가는 그해(2020년) 10월 주 선거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조치에 대한 많은 비판을 물리치고 승리하면서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갔다.

2020년 10월 31일 치러진 주 선거 승리 후 그녀는 팬데믹 기간 동안 QLD 주가 직면해야 했던 어려움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주 정부의 강한 조치를 이해하고 집권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팔라슈추크 주 정부는 QPD의 낙태 합법화, 낙태 진료소 주변의 안전구역 설치 법안 통과, 동성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에 대한 공식 사과 등 개혁을 주도했고, 토지정리법 강화, 공공 직업교육, 노동자 권리, 재생 가능 에너지 및 환경보호에도 주력해 왔다.

그런 반면 그녀가 구입한 투자용 부동산, 그녀가 개입한 특정 하이스쿨 교장 임명 등 개인적으로는 청렴성 논란에 부딪혔으며, 심각한 청소년 범죄 대처에 대해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69년 브리즈번에서 태어난 팔라슈추크 주 총리는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를 마친 후 변호사로 일하다 2006년, 22년간 QLD 하원의원이었던 부친 헨리 팔라슈추크(Henry Palaszczuk)의 뒤를 이날라 선거구에서 정계에 입문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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