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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불(Malcolm Turnbull) 정부가 학교 내 성교육(YEAH: Youth Empowerment Against HIV/AIDS)에 책정했던 예산을 갑자기 철회하면서 이 프로그램이 폐지될 위기에 처하자 관련 전문가들이 이로 인한 청소년 성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보수 일각의 압력에 의한 정치적 결정을 비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폐지 배경인 ‘일부 보수 세력의 압박’ 강력 비난

 

호주의 유일한 성 교육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폐지가 결정되자 이것이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강행되었고, 이로 인해 어린 학생들의 건강한 성 개념 확립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심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고 지난 일요일(23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턴불 정부는 그동안 젊은 강사를 통해 시행해 온 학교 내 성교육(YEAH: Youth Empowerment Against HIV/AIDS)에 책정했던 예산을 거둬들이고 오는 6월30일 이후부터는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성 매개 감염증에 반해 피임기구의 사용이 감소하던 2015년 한 해 동안 단지 4명의 강사에 대한 인건비를 포함해 45만 달러를 투입함으로써 1만 여 이상의 학생들에게 대면식 성 관련 수업을 제공해온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는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YEAH’ 프로그램의 실질적 폐지는 이를 통해 어린 연령대의 학생들에게 성(sexuality)에 대해 교육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믿는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강행된 사상적 사안의 최대 희생자”라고 게 이들의 지적이다.

라 트로보 대학(La Trobe University) 명예교수이자 성 건강 관련 권위자 앤 미첼(Anne Mitchell) 교수는 “현재 우파세력에 대한 많은 아첨 행위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YEAH’ 지원 중단은 그러한 행태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성문화, 특히 HIV 예방에 대해 교육해왔고 또한 효과적이었음에도 갑작스러운 예산 철회는 분명 어딘가로부터의 정치적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미첼 교수는 LGBTI(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중성애자 등 성 소수자들을 일컫는 머리글자) 학생들을 위한 안전한 학교를 만든다는 취지의 ‘Safe Schools Coalition’의 운영위원이다.

이 위원회는 지난 3월 호주 기독교 로비단체와 위원회가 아이들을 성적으로 부추기고 ‘동성애적 이념’를 홍보한다고 주장하는 자유당 우파 세력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뒤 이어진 제3자 평가를 가졌고, 그 결정에 따라 해산됐다.

이에 대해 보건부 수잔 레이(Sussan Ley) 장관실 대변인은 정부의 ‘YEAH’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철회 이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성명을 통해 “호주 정부는 HIV(에이즈 바이러스), B형 간염, C형 간염 그리고 성 매개 감염증 등 혈액 매개성 바이러스 및 성 매개 감염증 대처방안(National Blood-borne Virus and STI strategies)에 명시된 질병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 수립 기금을 조성 중”이라고만 언급했다.

이 제도 하에서 지원 자금 신청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성공적으로 선정하게 된다고 말한 보건부 대변인은 “지원 신청에 대해 비용, 혁신 그리고 효율적인 BBV와 STI 예방에 대한 강의, 교육 활동 등 같은 지원자의 경력 가치들을 평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심리학자 마이클 카-그렉(Michael Carr-Gregg) 교수 역시 11학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YEAH’ 프로그램 폐지는 ‘Safe Schools’를 둘러싼 ‘히스테리’와 관련이 깊다고 믿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90만 명의 청소년들을 교육해온 이 프로그램의 폐지에 대해 “지극히 비논리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당신이 자녀들에게 성에 대해 교육한다면 아이들은 그 이상의 것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임이 분명할 것”이라는 카-그렉 박사는 “단지 불임을 야기하는 클라미디아(chlamydia. 성병의 일종) 보고율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약 앞으로 몇십 년 이내, 우리 사회가 성 교육에 대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호주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임 세대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일반적으로 보고된 클라미디어를 포함, 성 매개 감염병의 70%가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발병비율은 일정한 반면 지난 2013년 8만2천 건의 새로운 진단이 나온 바 있다. 임질 진단 역시 지난 5년간 80%까지 치솟는 등 계속 급증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시행된 호주 하이스쿨 학생 및 성 건강에 대한 국가 조사에서 10~12학년 학생 중 절반이 “학교 성교육은 실생활과 무관했으며, 관계에 대한 감정적 어려움, 성적 만족 등과 같은 문제들 대신 생물학적 관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응답했다.

‘YEAH’ 강사인 탐신 피터스(Tamsin Peters)씨는 이 프로그램이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적절한 것이었다고 자신했다. “그 누구도 수학 교사에게 자위행위에 관해 편하게 물어볼 수는 없지만 만약 학교에 청소년 학생과 나아 차가 많지 않은 강사가 있다면 학생들은 성 문제나 궁금증에 대해 보다 쉽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이를 질문할 때에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청소년들은 어쨌든 성 관계를 가질 것이고,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줌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관계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IV 바이러스성 에이즈로 부모와 언니를 잃은 ‘YEAH’의 알리샤 로스(Alischa Ross) 회장은 정부가 투자금의 회수에 신경 써 왔으며 프로그램 지원이 철회될 것이라는 사전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 “학교 내 성교육에 관한 보수층의 압박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부모로서 자녀들이 위험한 시나리오 상에서 모든 종류의 성적인 그리고 신체적 건강 문제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면 어린 자녀들이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의 노력은 그들로 하여금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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