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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이 끝나갈 무렵, 로라는 늘 익숙했던(?),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불안과 걱정이 다시금 꿈틀거리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 사람들과의 관계와 빠듯한 회사 업무, 도시의 번잡함과 소음 속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것들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았다. 도시의 삶에서 자신이 밀려났다 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스스로 그런 삶에 어울린다고 여긴 적이 없었으므로.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맞아, 굳이 그런 삶을 살 필요는 없지.” [본문 중에서]

 

로라 워터스씨, 북섬에서 남섬까지 트레킹 후 ‘삶을 바꿀 용기’를 얻다

 

40대 중반의 나이, 좋지 못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로라 워터스(Laura Waters)씨는 무거운 스트레스와 벗어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 약물섭취 등을 통해 심적 압박을 벗어나고자 노력했으나 모든 게 허사였다.

그러던 중 로라는 트레킹 여행을 생각했다. 그 코스는 뉴질랜드, 북섬에서 남섬까지 ‘두 발로 걸어가기’ 였다. 스스로를 혹독한 환경에 버려두는 강력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진실로 내 삶을 ‘Control-Alt-Delete’(Ctrl-Alt-Del. PC 호환 시스템의 컴퓨터 키보드 명령으로, 컴퓨터를 재부팅할 때 이용하는 단축키) 하고, 삶의 나쁜 흔적들을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싶었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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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힘겨웠던 일상에 억눌렸던 한 여성이 장기간의 뉴질랜드 트레킹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를 얻은 사연이 최근 ABC 전국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돼 청취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사진 : Laura Waters)

 

이 모험을 떠나기 전에는 혼자서 캠핑을 해본 적이 없는 로라는 트레킹 여행 한 달 만에 스스로의 결정이 옳았음을 알게 됐다. 그녀는 “그 동안 내가 관계됐던 주변, 내가 속해 있던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떼어놓음으로써 (나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모든 것을 떨쳐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트레킹 코스는 상당히 위험했다.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그녀는 끝내 계획했던 코스를 ‘다’ 걸었다. 그리고 호주로 돌아왔을 때, 로라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음을 깨달았다.

 

최근 ABC 방송 전국 라디오인 RN은 멜번(Melbourne)에 거주하는 로라 워터스씨의 이야기를 소개, 청취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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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여정 중 한 여행자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로라 워터스(Laura Waters)씨. (사진 : Laura Waters)

 

어떤 일이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작은 교훈

 

그녀가 5개월에 걸쳐 걸은 길은 ‘Te Araroa’였다. ‘The Long Pathway’로 불리기도 하는 이 코스는 북섬 끝 케이프 링가(Cape Reinga)에서 남섬 끝 캠벨타운(Campbelltown)으로 불리는 블러프(Blaff)에 이르는 총 3천 킬로미터(1,900마일)의 장거리 트레일 이다.

 

로라는 이 코스에 대해 “말 그대로 긴 트레일이었을 뿐이며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면서 ‘Bewildered’를 지날 당시에 대해서는 “단지 끝없는 해변의 모래와 파도 그리고 바닷새들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도시의 번잡함, 그 속에서 과도한 자극에 시달렸던 그녀는 그러나 그런 풍경 속에 있다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혼돈이 없다는 것은 규칙이 없다는 것과 같았다.

하루 종일 걸어도 말을 거는 사람 하나 없었고 캠프장에는 물을 받을 수도꼭지도 없었다. 그럼에도 마음은 편했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백팩 배낭을 내려놓고는 텐트를 세웠다.

그녀는 “거기서 큰 자유를 얻은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작은 타운을 지나며 사람들을 만났다. 그녀는 스스로가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것에 걱정이 들지 않았다. 다만 트레일의 지형은 편하지 않았다. 트랙은 매우 거칠었고 때로는 길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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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선택한 뉴질랜드 횡단 코스는 ‘The Long Pathway’로 불리기도 하는 ‘Te Araroa’였다. ‘The Long Pathway’로 불리기도 하는 이 코스는 북섬 끝 케이프 링가(Cape Reinga)에서 남섬 끝 캠벨타운(Campbelltown)으로 불리는 블러프(Blaff)에 이르는 총 3천 킬로미터(1,900마일)의 트레일이다. 산악지대를 걷고 있는 로라 워터스씨. (사진 : Laura Wa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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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을 하는 동안만큼은 도시에서의 생활이 주는 갖가지 스트레스, 심적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는 게 워터스씨의 말이다. 사진은 랑기타타 강(Rangitata River)을 건너고 있는 워터스씨. (사진 : Laura Wa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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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섬 서쪽, Ninety Mile Beach에서의 워터스씨(사진). 하루 종일 걸어도 마주치는 사람을 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그녀는 마음이 편했다고 말했다. (사진 : Laura Waters)

 

그녀에 앞서 몇 주 먼저 출발했던 한 트래커가 절벽 길을 걷다가 180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항상 그렇다. 호주에서의 트레킹과는 다르다”고. 예측 불가능한 날씨는 트레킹의 위험을 가중시켰다. 그녀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정말 극복하기 힘든 여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상당히 심한 바람이 몰아치던 날, 몸을 숨길만한 곳 하나 없는 북섬 타라루아(Tararua) 삼림지대의 능선을 지날 때는 바람에 몸이 날려 여기저기 부딪혀야 했다.

얼마나 세게 바람이 불었는지에 대해 그녀는 “숨을 쉴 수 있는 속도보다 빠르게 공기가 목구멍 안으로 몰아쳤다”고 표현했다. 또 “그 세찬 바람소리는 귀에서 비명을 지르는 제트 엔진과 같았다”고도 했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고 잔디를 꽉 붙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남섬에서는 눈 폭풍에 휘말리기도 했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 몸이 돌처럼 굳어갔고 피난처는 없었으며 물건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손이 마비됐다.

운 좋게도 30분 거리에 그녀가 몸을 숨길 수 있는 오두막이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흘렀다면 내 삶이 어떻게 끝났을는지 모르겠다”며 당시의 위태로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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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 트레킹 여행에서 로라는, 그 동안 자신을 휘감고 있던 불안감에서 벗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트레킹이 끝나갈 무렵, 로라는 늘 익숙했던(?),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불안과 걱정이 다시금 꿈틀거리는 것을 깨달았다.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 사람들과의 관계와 빠듯한 회사 업무, 도시의 번잡함과 소음 속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것들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았다. 도시의 삶에서 자신이 밀려났다 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스스로 그런 삶에 어울린다고 여긴 적이 없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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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원에서의 야영. 5개월에 걸친 트레킹을 마치고 호주로 돌아온 그녀는 이제까지의 생활 방식을 정리한 뒤 여행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실천했으며, 이전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사진 : Laura Waters)

 

그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맞아, 굳이 그런 삶을 살 필요는 없지.”

그리하여 그녀는 평소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위해 스스로에게 1년간 휴가를 주기로 하고 아무 일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로 했다. 아파트를 가득 메우고 있던 책과 타고 다니던 자전거, 여분의 옷 등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 돈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녀는 주인 없는 집을 봐주거나 솔로몬 제도의 작은 리조트, 뉴질랜드의 삼림에서 자원봉사를 했으며, 잠자리와 음식을 얻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은 하루 몇 시간으로 제한했다.

“돈을 많이 쓰지 않는다면, 많은 돈을 위해 일할 필요가 없다.” 그녀는 “대신 자유를 얻었기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부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1년간 본인에게 주었던 휴가가 어느덧 5년이 되었고, 그 사이 그녀는 회사를 정리했으며, 도시를 떠나 프리랜서 여행 작가가 되어 있었다.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제까지 맛보지 못했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로라 워터스씨는 “뉴질랜드에서의 힘들었던 트레킹을 통해 얻은 용기가 스스로를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복잡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하는 그녀의 진솔한 말이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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