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학성폭력 1).png

호주 인권위원회(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가 전국 대학생 3만9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내 성폭행 범죄 동향이 나온 후 시드니대학교 학생들이 교내 성폭력을 비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권위원회 조사... “대학들, 피해자 보호보다 가해자 편” 지적도

 

근래 호주 각 대학 내에서 제기된 성폭력 사건과 관련, 호주 인권위원회(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가 전국 대학생 3만9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교내 성폭행 범죄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성소수자(LGBTI) 및 장애인과 원주민, 대학원생 등 소수 그룹을 대상으로 한 성 범죄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중에는 남성이 예상보다 높아, 남성 동성애자(Gay)가 특히 많았으며 대학원생 및 실습 지도교수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성 범죄는 대부분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것으로, 피해 학생들 절반 이상이 가해 학생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발생 장소는 캠퍼스 내 기숙사에서 가장 많았으며 기차 안 등 대학 외 공공장소에서 일어난 건수도 예상보다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전국 학생단체들은 금주 월요일(1일) 아침 해당 결과와 관련한 브리핑을 갖고, “성폭행을 당하고도 이를 신고하기 힘든 지방(regional) 지역 피해 학생들의 어려움과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을 유학생(international students)의 피해사례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많은 학생들이 자신 및 타인이 당한 성폭행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성범죄 상황을 목격하고도 대처 방안을 몰라 피해사실에 대한 신고가 부족하다는 점을 특히 강조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원회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교내 성범죄를 해결할 다양한 정책 개혁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성범죄 상담 직통전화(hotline) 상담원과 긴급구조원(first responder)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피해자들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와 행동을 개선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ABC 방송은 “이번 조사는 교내 성범죄에 대한 각 대학의 부실한 대처와 관련, 수년간 여성단체들이 강력 대처를 촉구한 결과로 겨우 진행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보다 나이가 많고,

덩치가 컸어요“

 

빅토리아 주에 사는 23세 여학생 제인(가명)은 같은 학과 남학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2016년 말 TAFE에서 마사지 학과 공부를 시작하게 된 제인은 마사지 기술을 배우기 위해 같은 학교 학생의 집을 방문했다.

“교습을 시작하기 전에 특정 장소에서 하는 것은 싫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는 그녀는 “저보다 나이가 많고 덩치도 크며 저한테 익숙한 장소도 아니어서 그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사지를 가르쳐준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성폭행은 그녀의 완강한 거부에도 불구, 밀폐된 침실 안에서 계속해서 진행됐다.

제인은 다음날 학교 수업의 팀별 실습활동에서 가해학생과 같은 팀에 배정됐고, 또 다시 그녀의 몸을 더듬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만지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가해자 편?

 

첫 성폭행 발생 두 달 후 제인은 어머니와 함께 학교에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고, 학교는 그녀에게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 총장이나 중재기관을 찾아가던가, 가해 남학생과 연락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학교 직원이 ‘성폭행 사실을 증명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고, 마사지 수업 실습 중에 일어난 일로 해당사건이 범죄로 인정되면 추후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하며 이런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한 대학 측이 해당 과목 교사에게 두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종합(대학성폭력 2).png

인권위의 이번 조사는 호주 내 대학 절반가량의 학생들이 성 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인은 마지막 방편으로 교내 모든 지도교수(tutor)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그녀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그녀는 “‘기밀유지 학칙’(confidentiality agreement)를 어겼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문제를 삼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실습시험도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험을 위해 그녀는 경찰에 찾아가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명령(a restraining order)을 받았고, 시험기간 동안 이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가해학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갔다. “교사 중 하나가 ‘가해학생이 기말고사를 보고 있으니 학교에 오지 말라’고 내게 이메일로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학교 측은 오히려 그가 하는 말을 믿었고 그의 편을 들었다”며 “그의 시험시간이 우선시됐고, 내 수업시간과 시험은 그 다음으로 취급됐다”는 것이다.

호주 캠퍼스 성폭행 근절 단체인 ‘End Rape on Campus Australia’는 대학교 내 성범죄를 줄이는 데에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의 아나 허시(Anna Hush)씨는 “이번 보고서는 교내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는 학생 및 학생대표들이 오래 전부터 계속해 해결방안을 요청해온 케케묵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39개 대학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데이터가 모두 공개된 이날(31일), 호주 대학연합(Universities Australia)의 마가렛 가드너(Margaret Gardner) 회장은 조만간 전국 대학교의 부총장들과 회의를 갖고 교내 성범죄 근절을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대학성폭력 1).png (File Size:377.4KB/Download:15)
  2. 종합(대학성폭력 2).png (File Size:285.2KB/Download:1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1601 호주 호주 한부모 가정 아동빈곤 급증…‘집값은 뛰고, 월급은 제자리’ 사회 양극화 반영 톱뉴스 17.08.04.
1600 호주 전기세 대란 서민층 “강타”…시드니 68,400가구 단전 위기 톱뉴스 17.08.04.
1599 호주 시드니 ‘타운 하우스’ 인기 급상승 톱뉴스 17.08.04.
1598 호주 <현장취재> 무법천지 ‘마틴 플레이스 홈리스 텐트촌’ 톱뉴스 17.08.04.
1597 호주 시드니 올림픽 파크, 무인자율주행버스 시험 운행 톱뉴스 17.08.04.
1596 호주 연방정부, 영주권 제도 개정 계획 톱뉴스 17.08.04.
1595 호주 호주 학생 작문 실력 저하…NSW 9학년 70%, 일부 과목 기준점수 미달 톱뉴스 17.08.04.
1594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만나는 골프스타들, MCKAYSON 뉴질랜드 여자 오픈 NZ코리아포.. 17.08.04.
1593 뉴질랜드 오클랜드 주택 시장, 7년 이래 가장 조용한 7월 NZ코리아포.. 17.08.04.
1592 뉴질랜드 이민부 직원의 직권남용 - 가족과 친구들에게 비자 영주권 발급.. NZ코리아포.. 17.08.04.
1591 뉴질랜드 사람 있는 줄도 모르고 캐러밴 훔쳐 끌고 갔던 도둑 NZ코리아포.. 17.08.04.
1590 호주 2017 ‘HILDA’ 보고서... “젊은이들, 더욱 힘들어져져”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9 호주 대테러 전담팀, IS 조직과 연계된 테러 용의자 색출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 호주 ‘대학 성폭력 보고서’... LGBTI 피해자 대부분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7 호주 광역시드니 전역, 주택소유자 비율 크게 줄어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6 호주 NAPLAN 예비결과 공개... “학업성취도 향상됐다”?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5 호주 2030년 미래 직업... 필요한 기술은 무엇?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4 호주 올해 ‘아치볼드’, ‘아가다 고스-스네이프의 초상’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3 호주 호주 여아들 ‘사춘기’, 8세로 빨라졌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2 호주 6월 신규주택 판매, 6.9%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1 호주 호주 중앙은행, 호주 기준금리 1.5% 동결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80 호주 올 7월까지의 매물주택 수, 지난해 대비 54%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17.08.03.
1579 뉴질랜드 교차로 자동차 유리 닦기, 벌금 150달러 부과 개정안 NZ코리아포.. 17.08.03.
1578 뉴질랜드 누룩 들어간 베지마이트와 마르미트, 스트레스 더 적게 만들어. NZ코리아포.. 17.08.03.
1577 뉴질랜드 무심한 진통제 남용, 약물 중독 위험 NZ코리아포.. 17.08.03.
1576 뉴질랜드 태평양 지역, 20년만에 등장한 뎅기열 급증으로 초 긴장. NZ코리아포.. 17.08.02.
1575 뉴질랜드 담배없는 나라 빨리 만들기 위해 세금을 ...... NZ코리아포.. 17.08.02.
1574 뉴질랜드 뉴질랜드 실업률, 2008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NZ코리아포.. 17.08.02.
1573 호주 ‘현역 최다승’ 백전노장 카리 웹(42), LPGA 통산 42승 목전서 무산 톱뉴스 17.08.02.
1572 호주 호주 공항, 안면인식기 도입 계획 발표 톱뉴스 17.08.02.
1571 호주 RBA 기준금리 1.5% 12개월째 동결…달러화 가치는 상승 톱뉴스 17.08.01.
1570 호주 호주 주택가격 다시 오름세 조짐 톱뉴스 17.08.01.
1569 호주 호주 캠퍼스 안팎 성추행 심각 수준 톱뉴스 17.08.01.
1568 호주 노동당, 의문의 중국계 담배수입자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 수령 톱뉴스 17.08.01.
1567 뉴질랜드 넥타이 모으기 세계기록 수립한 키위 수집광 NZ코리아포.. 17.08.01.
1566 뉴질랜드 영하의 밤 지낸 후 극적으로 구조된 여성 운전자 NZ코리아포.. 17.08.01.
1565 뉴질랜드 3주 동안 3번씩이나 도둑 맞은 주유소 NZ코리아포.. 17.07.31.
1564 뉴질랜드 식어가는 부동산 시장, 에이전트 커미션 할인 경쟁 NZ코리아포.. 17.07.31.
1563 호주 ACCC, 메르세데스-벤츠 대형트럭 '액트로스 963' 리콜 결정 톱뉴스 17.07.30.
1562 호주 셀렉티브 스쿨 논란 재현 톱뉴스 17.07.30.
1561 호주 457 비자 직원에게 임금 환급 강요 한인 여행사 적발 톱뉴스 17.07.30.
1560 호주 NSW 교육당국, 셀렉티브 스쿨 입시제도 개편 예고 톱뉴스 17.07.30.
1559 호주 호주 국내선 항공기 폭파 테러 저지…모의범 4명 체포 톱뉴스 17.07.30.
1558 호주 보복 운전 시비 얼굴 가격 당한 21살 여성 5가지 죄목으로 기소 톱뉴스 17.07.30.
1557 호주 허위 납치극 한국인 부자, 유죄 시인...Ch9 사건 재조명 톱뉴스 17.07.30.
1556 호주 정부주택난 심화…해결책은? 톱뉴스 17.07.30.
1555 호주 캔터베리 경마장 인근 고층 아파트 단지 조성 ‘가시화’ 톱뉴스 17.07.30.
1554 뉴질랜드 밤마다 옷 훔쳐갔던 범인, 알고보니..... NZ코리아포.. 17.07.29.
1553 뉴질랜드 최신형 페라리 몰고 200km이상으로 내달렸던 운전자 NZ코리아포.. 17.07.29.
1552 뉴질랜드 필리핀에서 60대 키위 남성 총격 받아 숨져 NZ코리아포.. 17.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