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치매 1).jpg

호주에서 인구 고령화로 치매 및 알츠하이머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이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료 전문가들의 연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근 ABC 방송은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 관련 약물의 임상시험 결과 치매 예방 및 치료에 낙관적임을 보여주는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초기 치매 진단을 받은 카렌 쿡(Karen Cooke. 오른쪽)씨.

 

호주 연구진의 시도, 알츠하이머 환자에 희망 될 수 있을까

멜번 기반 ‘Austin Health’의 연구, 치매 치료의 획기적 시도로 평가

 

카렌 쿡(Karen Cooke)씨는 손녀 파이틴(Paityn)에게 책 읽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근래 기억이 쇠약해진 쿡씨에게 있어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파이틴은 종종 쿡씨를 보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할머니, 그건 이미 말한 거잖아.”

이제 불과 54세인 쿡씨는 2년 전 초기 치매 진단을 받았다. 쿡씨는 자신의 증상에 대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몽롱한 디스코 조명’(disco haze)과 같은 질병”이라고 표현했다.

초기 치매 진단 후 쿡씨는 빅토리아 주의 작은 도시 벤디고(Bendigo)에 있는 딸 렉시(Lexie), 손녀 파이틴과 함께 살며 기억상실에 대처하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쿡씨 입장에서 하루하루는 복잡한 상황이다. 하지만 치매 질병 연구원들은 치매 환자들에게 희망이 없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11월27일(수) ABC 방송 뉴스 프로그램 중 하나인 ‘7.30’는 현재 진행 중인 치매-알츠하이머 관련 약물의 임상시험 진행 소식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멜번(Melbourne)에 기반을 둔 의료 전문 서비스 기관 ‘Austin Health’의 마이클 우드워드(Michael Woodward) 박사는 더 나은 치료를 위한 노력의 효과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현재 입장에서는 낙관적임을 감추지 않는다.

우드워드 박사는 치매 진단을 받는 호주인 수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기후변화 상황에서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 쓰나미, 테러 위협 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 치매와 알츠하이머(Alzheimer) 질병은 슬프게도 우리 사회에 이미 닥친 쓰나미”라면서 “이제 우리는 이 치매라는 쓰나미에 맞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쿡씨에게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면역측정기로 사용되는 단세포항체 ‘gantenerumab’이라는 새로운 약물이 임상시험 형태로 제공된다. 이는 체내 물질에 결합하는 단일 클론 항체(실험실에서 제조한 단백질)이다. 의사들은 이 약물에 대해 “낙관적”이라며 “그 동안 의료진들이 기다려왔던 치매 관련 약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이 약물 임상시험에는 수천 명이 참여했다. 쿡씨는 멜번의 ‘Austin Hospital’에서 임상시험 치료를 받는 21명의 치매 환자 가운데 한 명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약물은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amyloid)에 달라붙어 이를 제거하도록 설계된 단백질이다.

 

종합(치매 2).jpg

카렌 쿡씨의 금붕어 어항에 붙여 놓은 표식. 이런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카렌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먹이를 주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종합(치매 3).jpg

멜번의 ‘Austin Hospital’에서 진행하는 치매 치료 약물 임상시험에 참여한 카렌씨가 'gantenerumab’ 약물을 투여 받고 있다.

 

애초 ‘Austin Health’가 시작한 초기 시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연구진은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알츠하이머 환자의 기능저하 속도를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진행되는 시험을 통해 치매 환자의 기억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알기까지 적어도 2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드워드 박사는 “우리는 이 약물이 임상적으로 이로운지 확인하고 싶다”며 “만약 환자의 기억력이 향상된다면 이 약물은 일상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우리는 치매 질병이 느리게 진행되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다”며 희망을 드러냈다.

치매 환자 가족을 돌본 적이 있는 린다 잭슨(Linda Jackson)씨 또한 “치매로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를 보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누군가 치매를 ‘기나 긴 작별 인사’라고 표현한 것처럼, 실제로 그런 시간이었다”는 잭슨씨는 “어머니는 다른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음에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가족은 알아보았다”고 말했다.

서부 호주 퍼스(Perth, WA)의 마운트 플레즌트(Mt Pleasant)에 거주하는 잭슨씨(69)는 아직 치매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가족 병력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우리 가족 누구도 치매를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잭슨씨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의 신체 내 생성을 차단함으로써 알츠하이머 발병을 막고자 하는 새 약물 ‘Xanamem’ 임상시험을 마친 상태이다. 그녀는 “이 약이 실제로 효과적이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 10년 내 사용이 가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티솔 수치가 장기간 상승할 경우 기억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우드워드 박사는 “스트레스 및 기타 과정과 관련된 높은 수준의 코티솔은 인체 건강에 전반적으로 좋지 않지만, 특히 뇌에 치명적이며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종합(치매 4).jpg

치매 어머니를 돌보며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린다 잭슨(Linda Jackson/ 69)씨는 가족 병력인 치매를 사전에 막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약물 시험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사진은 기억회복 훈련을 하고 있는 잭슨씨.

 

‘Xanamem’을 만들어낸 ‘Actinogen’ 제약회사의 빌 케텔비(Bill Ketelbey)씨는 “초기 연구는 (치매 차단에) 유망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의 연구에서 우리는 건강한 노인들에게 매일 20밀리그램을 투여했고, 이를 통해 그들의 인지 능력이 빠르게 향상, 지속됐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치매 관련 약품의 최근 임상시험 결과는 낙관적이지만 이 약이 널리 처방되기 위해서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제 다음 단계에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2주의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을 복용한 잭슨씨는 “치매,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어떤 종류의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이 약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벤디고의 카렌 쿡씨는 지금, 치매 증상을 위해 기적을 바라는 것 이상을 하고 있다. 그녀는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뇌를 예민하게 유지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녀의 이 확신은 틀리지 않다. 그녀는 매일 탁구를 하고 매일 최대 20km를 걸으며, 체육관에도 간다.

쿡씨는 “이처럼 힘들게 운동을 하지 않고도 하나의 문장을 잘 묶을 수 있다면 다행”이라며 “지금 나는 상당히 힘든 과정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을 하면서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됨에 따라 ‘정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며 “요양원으로 가기를 원치 않기에 현재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치매 관련 포인트

- 알츠하이머는 사고, 행동 및 일상 업무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치매의 한 형태이다.

- 치매는 40만 명 이상의 호주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현재 두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이다.

- 현재 호주는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2028년 알츠하이머 환자는 58만9천 명 이상, 2058년에는 100만 명 이상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치매 관련 정부의 의료비용 부담은 현재 연간 140억 달러 이상에 달한다.

- 현재 이에 대한 치료 방법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약물 및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예방 및 치료방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치매 1).jpg (File Size:63.2KB/Download:21)
  2. 종합(치매 2).jpg (File Size:50.3KB/Download:19)
  3. 종합(치매 3).jpg (File Size:63.8KB/Download:13)
  4. 종합(치매 4).jpg (File Size:49.9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301 호주 NSW 주 선거- 12년 만에 주 정부 복귀한 노동당, 주요 정책 약속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300 호주 White Australia to multiculturalism... 호주의 이민국가 형성 과정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299 호주 Cost of Living Crisis 영향? NSW 주 중-장년층 남성 자살 비율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298 호주 시드니 각 지역 운전자들, 유료도로 통행료로 연간 수백 만 달러 지출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297 호주 시드니-멜번 등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급등한 ‘스쿨존’ 구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296 호주 음주량에도 빈부격차? 부유한 지역 10대들, 저소득 지역 비해 더 마신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295 호주 호주, 전 세계 ‘행복’ 순위 12위... 핀란드 등 북유럽 국민들, ‘가장 행복’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294 호주 NSW 주 각 학교 교장에 대한 학생-학부모 폭력 행위, ‘사상 최고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23.03.30.
6293 호주 NSW State Election- 연립의 수성 전략에 노동당, 파상적 공세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92 호주 “호주, 학비대출 확대-취업비자 점검 및 직장 관련 규정 재정비 필요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91 호주 ‘Climate 200’의 일부 주요 후원자, 이번에는 ‘대마초 합법화’에 눈 돌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90 호주 Age-Disability support pension-JobSeeker 보조금, 약 3.7% 인상 지급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9 호주 NSW 주 전역에서 최악의 ‘혼잡도로’는 Parramatta Road at Auburn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8 호주 상원위원회 보고서, ‘주 4일 근무 시범 시행-유급 육아휴직 기간’ 등 ‘권고’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7 호주 광역시드니 부동산 시장 회복 조짐? 일부 교외지역 ‘picking up’ 뚜렷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6 호주 NSW 주의 ‘두뇌 유출’... 매년 10만 명의 거주민, 타 정부관할구역으로 이주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5 호주 일자리 반등으로 실업률 하락... RBA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 가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4 호주 도심 인근 ‘Enmore Road’, 킹스크로스 대체하는 새 유흥구역 되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3 호주 브리즈번, 미 주간지 ‘타임’의 ‘World's Greatest Places’ 중 한 곳으로 선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3.23.
6282 호주 ‘베이비부머’보다 많아진 젊은이들, NSW 주 선거 결과는 청년 유권자 손에...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81 호주 WHO의 ‘팬데믹 선포’ 3년... COVID-19가 호주에 남긴 타격과 향후 대처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80 호주 NSW State Election... 무소속 후보 ‘약진’ 속, 양대 정당 힘겨운 접전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9 호주 여성 작가 대상의 ‘스텔라 문학상’, 호주인의 독서 습관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8 호주 Housing affordability crisis... 임대 스트레스 벗어나려면 얼마를 벌어야 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7 호주 시간당 10달러? 광역시드니의 노상주차 비용이 가장 비싼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6 호주 “물가지수 정점 불구하고 내년 말까지는 실질임금 혜택 얻지 못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5 호주 QLD의 Bundaberg-Fraser Coast, 지난해 ‘new kids on the block’으로 부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4 호주 주택담보대출 상환금 증가율, 임금상승 크게 앞서... 가계 재정 압박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3 호주 ‘tree-sea change’ 바람으로 호황 누렸던 지방 지역 주택가격, 큰 폭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2 호주 Bankstown Arts Centre, 차세대 아티스트 육성 프로그램 진행 file 호주한국신문 23.03.16.
6271 호주 2022년 연방 선거 이어 2023 NSW 주 선거에서도 ‘Teals’ 바람, 이어질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70 호주 Cost-of-living crisis... 10대 청소년들을 취업 전선으로 내몬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9 호주 NSW 주 선거... 유권자들의 ‘표심’을 지배하는 한 가지는 ‘생활비 부담’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8 호주 2022년 호주 사망 인구, 예상보다 거의 2만 명 늘어... 절반이 COVID 원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7 호주 long COVID 증상, 지속적 보고... 백신 접종한 이들에게도 흔하게 나타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6 호주 호주 정규직 여성 임금, 남성 동료에 비해 연간 약 13,200달러 적어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5 호주 호주 중앙은행, 10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 3.6%로 11년 만에 최고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4 호주 호주 부동산 시장... 매물 공급 감소-경매 낙찰률 상승으로 가격 하락 ‘주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3 호주 예술을 통한 고통의 치유... 행동주의 작가가 선보이는 ‘Devotion’ 메시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9.
6262 호주 3월 넷째 주말의 NSW 주 선거... “추측도 없고 기대감도 커지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61 호주 Sydneysiders, 은퇴 연령 on th up... 1970년대 이후 가장 오래 일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60 호주 미니멀리즘과 웰빙... 삶에 필요한 물품의 ‘최소화’가 더 나은 이유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59 호주 2023 NSW 주 선거... 2019년 이후 정치 지도, 크게 바뀌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58 호주 호주의 높은 주택가격, “기준금리의 문제 아니라 인구통계학적 요인 때문이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57 호주 소셜 카지노 게임, 실제 도박 행위로 간주될 수 있을까... 연방의회 검토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56 호주 NSW 주 선거... 젊은 유권자들이 정치권에게서 듣고 싶어 하는 정책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55 호주 Shouldering a heavy burden... 호주 학생들의 등교가방 ‘무게’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54 호주 AFP, 다문화 커뮤니티 대상으로 ‘외국 간섭 신고’ 캠페인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23.03.02.
6253 호주 대학 졸업 신입 연봉 6자릿수 직종은... 치과 전공자 초봉 10만 달러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
6252 호주 2022년도 NAPLAN 결과... 학업성취 높은 NSW 주 소재 학교는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