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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EIU)이 멜번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선정한 가운데, 캐나다의 유명 도시기획 전문가인 브렌트 토더리안(Brent Toderian)씨는 “승용차 이용률이 너무 높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은 멜번 ‘웨스트 게이트 프리웨이’(Westgate Freeway).

 

캐나다 저명 도시기획 전문가 주장, 이동수단 다양화 등 필요 제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멜번이 유명 연구기관으로부터 ‘살기 좋은 도시’ 중 첫 번째로 꼽힌 가운데, 캐나다의 저명 도시계획 전문가로 평가받는 브렌트 토더리안(Brent Toderian)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2005에서 2012년 사이, 밴쿠버(Vancouver)가 ‘전 세계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써의 명성을 구가할 당시, 그는 이 도시 총괄기획을 맡은 바 있다.

앞서 지난 15일(화) 영국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EIU)는 ‘Most Liveable Cities’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EIU의 올해 조사에서도 멜번은 지난해에 이어 전 세계 140개 도시 가운데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선정됐다. 멜번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Vienna)과 캐나다 밴쿠버가 2, 3위에 올랐다.

이 같은 조사 내용이 발표된 후 지난 주 목요일(17일) 토더리안씨는 ABC 방송 멜번 라디오에 출연, “멜번과 벤쿠버 모두 ‘살기 좋은 도시’ 상위권에 오를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토더리안씨는 멜번을 언급하면서 “도심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도심 외 다른 지역들(suburbs)은 대중교통은 물론 자전거 도로 및 인도와 같은 인프라가 부족해 그저 평범하거나 또는 평균 이하 수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멜번의 트램(tram)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트램은 많은 승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이며, 이 노선의 인근 지역은 지상 활용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토더리안씨는 “‘살기 좋다’(liveability)와 ‘사랑받을 만하다’(lovability)를 결정하는 데에는 수많은 기준이 있다”면서 “사람들이 특정 도시를 좋아하는 데에는 양질의 삶과 질적인 요소뿐 아니라 주관적인 이유가 있고,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중교통 이용객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동수단 선택권의 다양화 및 확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현명한 밀도’(smart density)라고 표현했다.

 

‘완전한 도시’의 기준은 무엇?

 

토더리안씨는 ‘성공적인 도시’에 대해 “자가 승용차 의존도가 낮고 지역(suburb)에 상관없이 대중교통 연결성이 높으며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기 좋은 도시"라고 설명하면서 “승용차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멜번에 소재한 세계적 건강 개선 자선단체 ‘Heart Foundation’ 활동을 병행하는 그는 “개인적으로 멜번을 좋아하지만 이런 면에서 ‘완전한 도시’는 아니다”면서 “오히려 오스트리아의 빈이 더 살기 좋은 도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년 전 세계적인 ‘살인 도시’로 유명했던 콜롬비아(Colombia) 메델린Medellin)에서 2년간 자문관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들어 ‘살기 좋은 도시’의 예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전설적인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가 활동했고, 콜롬비아무장혁명군 게릴라(guerilla) 단체들에 의한 내전으로 메데인은 전쟁터에 가까운 도시였다.

그러나 최근 도로를 되찾고, 인도 및 자전거 도로와 대중교통을 포함한 다양한 이동시설을 갖추어 도시 곳곳의 연결성을 강화함으로써 ‘죽음의 도시’에서 ‘기적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20년 만에 급속한 발전을 이룬 메데인은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이 선정한 ‘전 세계 가장 혁신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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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 토더리안씨의 지적에는 “자전거 이용 및 도보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멜번 세인트 킬다 로드(St Kilda Road) 상의 자전거 도로 이용자들(사진).

 

“EIU의 조사, 순위 선정

시스템 문제 있다”

 

토더리안씨는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평가하는 EIU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조사대상이 전 세계 고위급 인사들에게 맞춰져 정치적인 성향이 강하며, 평가 기준에서 현지인들의 실제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멜번의 경우 역사상 전쟁이 발생한 적이 없고 범죄율이 낮은 것, 트램이라는 특별한 교통수단이 너무 지나치게 강조되어 ‘살기 좋은 도시’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전 세계 가장 ‘멋진’(the greatest) 도시라고 하면 뉴욕(New York)이나 런던(London)을 떠올리면서도, 이 도시들을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지는 않는다”면서 “‘좋다 싫다’라는 것은 모두 주관적이므로, 통계수치는 언제나 가감해서 들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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