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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Perth) 투아트 힐(Tuart Hill)의 대로변에서 구직 사인보드를 옆에 놓고 일자리를 찾는 레슬리 데블린(Leslie Devlin)씨. 56세인 그는 “비록 나이가 많지만 젊은이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ABC 뉴스 화면 캡처.

 

‘Any work 4 me’... ABC 방송, 퍼스의 한 길거리 구직자 소개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어요.”

실업 상태의 한 구직자가 노동시장에서의 나이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길거리에서 구직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다.

금주 수요일(7일) ABC 방송은 “만약 서부 호주 퍼스(Perth)의 투아트 힐(Tuart Hill)에 있는 완네루 로드(Wanneroo Road)와 로얄 스트리트(Royal Street) 교차 지점을 정기적으로 지나가는 이들이라면, 나이 든 한 남성이 ‘Any work 4 me’라고 쓰여진 사인 보드를 옆에 두고 길거리 간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 구직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 남성은 불안정한 노동시장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일자리 찾기에 나선 56세의 레슬리 데블린(Leslie Devlin)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현재 실업 상태이지만 센터링크의 실업자수당 신청을 거부했다. 너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는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차량이 많은 교차로 부근의 대로변에 앉아 ‘일자리 구함’이라는 사인 보드를 놓고 한 없이 기다리는 그의 이런 일자리 찾기 시도는 몇 차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어떤 날은 약간의 일거리를 얻기도 했고 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공치는’ 날이 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에 대해 데블린씨는 ABC 방송에서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광고이며, 사람들은 내가 정말로 일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할 일이 없다고 집아 앉아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 (사인보드를 옆에 놓고) 기다리다 보면 정원 손질을 해 달라는 일거리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길거리 구직 활동은 “인터넷에 정통하지 않아 온라인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고 가진 돈이 없어 신문에 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집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어떤 때는 길거리 사인보드를 보고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제안하기도 했고, 데블린씨는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한 이들도 그의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고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념하지 않았다는 그는 “나 자신이 충분히,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데블린씨는 “오늘처럼 길거리에 나오지 않는 날도 사인보드를 집 바깥에 내놓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본다”고 덧붙였다.

풀타임 일자리를 갖지 못한 그는 센터링크에서 수당을 받고자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한 주에 2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찾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그는 “하지만 막노동을 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호주 통계청(ABS)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주 실업률은 5.8%로 낮은 편이지만 지난 4월 새로 생성된 일자리 3만7천개는 캐주얼 잡(casual job)이었으며, 풀타임 일자리는 1만1,600개가 감소했다.

고령자위원회(Council of the Aging)의 마크 테일(Mark Teale) 대표는 “호주 노동시장에서 나이 차별이 심화되었다”고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50세 이상 연령층의 27%가 직장에서 나이 차별을 경험했으며, 이들 중 3분의 1은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했다.

또한 인력모집 에이전시인 ‘Hays’가 1천352명의 고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70%는 고령의 나이가 고용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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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변에 앉아 있다 보면 간단한 일거리를 맡기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 의뢰인의 요청으로 정원을 손질하는 데블린씨.

 

나는 정직한 직원이다

 

데블린씨는 자신의 나이를 감안하면 고용주들의 꺼린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자신이 가진 강한 직업윤리 의식이 고용주의 인식을 바꾸어놓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정직한 노동자”라는 그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이나 하려는 젊은이를 고용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어떤 일이든 (젊은이들보다) 더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도 그는 길거리에서 간이의자에 앉아 구직 사인보드를 옆에 놓고 자신에게 풀타임 일자리를 줄 고용주를 기다리고 있다. “야외에서의 작업, 정원관리, 막노동, 구멍을 파고 메우기, 페인팅 등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그는 “내게는 일자리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여기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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