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호주 우익 1).jpg

이슬람 테러리스트에 주목하는 가운데 국내 극우 세력에 대해서는 감시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우파 극단주의 조직은 지난 2015년 시드니를 비롯해 멜번, 브리즈번 등에서 ‘반 이슬람-호주 수복’을 기치로 랠리를 벌이면서 보다 조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2015년 우파 단체들이 백인국가로의 회귀를 주장하며 벌였던 시드니 랠리.

 

100여 우파 극단주의 조직 활동... 페이스북 등 SNS 통해 ‘극우’ 메시지 공유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의 이슬람 교회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를 벌인 범인이 호주 국적의 우익 세력으로 드러나면서 호주 내 극우 세력에 대한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주 화요일(1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호주 내에서 활동하는 극우 세력들을 점검하면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들이 보다 조직화되고 정차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극단주의 전문가 및 경찰 관계자들은 호주 내에서 인종적 우월성을 내세우는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폭력 위험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이번 크라이스트처치 대학살 사건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호주 주류 정치에서 이민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인종 및 범죄에 대한 논의의 톤이 높아지면서 호주 내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행동 또한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크라이스트처치 사건의 범인과 그의 출생지가 드러나면서 호주 경찰과 정보기관은 NSW 주 그라프턴(Grafton) 출신의 브렌턴 태런트(Brenton Tarrant)의 활동 배경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그가 이번 사건을 벌이기 전 동유럽을 여행했던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극우파 그룹은 특히 동유럽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태런트가 호주 내에서 어떤 단체와 연계되어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5년 극우 세력들이 시드니를 비롯해 멜번(Melbourne), 브리즈번(Brisbane)에서 ‘반 이슬람, 호주 수복’을 주장하는 ‘anti-Islam Reclaim Australia’ 랠리를 벌인 이후 호주 내 극우 세력은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퍼뜨리는 수십 개의 중간 규모 조직으로 갈라져 제각각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여러 조직 가운데 중요한 그룹에는 애국자 연합 전선이라는 뜻의 ‘United Patriots Front’, ‘호주 레지스탕스’를 의미하는 ‘Antipodean Resistance’가 포함되어 있다. 극우주의자 닐 에릭슨(Neil Erikson)이 이끄는 극우단체로 ‘민족주의 봉기’라는 뜻의 ‘Nationalist Uprising’ 등 일부 극우단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으며, 이들은 정기적으로 반이슬람 내용을 페이스북에 게시하고 있다. 특히 닐 에릭슨은 지난 2017년 멜번의 한 펍(pub)에서 이란 이민자 출신인 샘 다스티아리(Sam Dastyari) 상원의원을 ‘원숭이’라고 불렀던 사람들 중 하나이다.

호주 정보기관 조사에서 닐 에릭슨은 “크라이스트처치 무슬림 교회 테러 가해자를 알지 못하며, 태런트가 사건을 벌인 금요일(22일) 이전, 그가 총기 테러를 벌일 것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극우파 단체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보기관이 호주 내 극우단체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주 월요일(18일) ‘The New Guard’라는 이름의 우익 극단주의 조직은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크라이스트처치 무슬림 교회 테러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방 내무부 피터 더튼(Peter Dutton) 장관은 이날(18일) ABC 방송에서 “지난 3년 사이 태런트가 호주 내에 있던 기간은 단 45일”이라며 “(호주 내 안전을 담당하는) 내무부 장관으로서의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정보기관은 호주 내 극우 세력의 위협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말했다.

호주 사법계의 한 인사는 “호주인이 벌이는 대규모 테러는 호주 내 우익 극단주의자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믿어 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논리적으로 볼 때 극우 세력의 공격은 통상적으로 높은 사망자(highest body counts)를 낸다”면서 그 사례로 “미국에서의 테러 공격은 대부분 극우파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극우 단체들을 감시하는 일에는 미흡했다”며 “만약 태런트가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그를 체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극단주의 관련 단체 대책 전문가, 관계자들은 태런트가 저지른 이번 총기 테러가 지난 2011년 77명의 사망자를 낸 노르웨이 극우주의자 아네르스 브레이비크(Anders Breivik) 사건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한 소식통은 “호주 당국이 많은 극단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다크웹’(dark web.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감시하지 못한다면 태런트와 같은 극우주의자들이 여전히 활개를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에 ‘스킨헤드’(skinhead. 유색 인종 배격을 외치는 신나치 운동 세력) 일원으로 활동했던 A씨는 연방 및 각 주 정부가 우피 극단주의 단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킨헤드’ 단체 활동을 그만 둔 뒤 이 세력에서 빠져나오려는 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며 또한 특정 인종 우월주의자 조직에 대해 각국 당국에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호주 내에서도 큰 이슈가 아닐 수 없다”는 그는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대해 크게 우려해 왔으며, 그 때문에 큰 틈이 생겼다”면서 “슬프게도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호주 내에서 활동하는 약 100여 극우 활동 조직에 대해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서는 호주 내 우파 극단주의자 테러 사건은 단 한 건만이 법원에 접수됐다. 지난 해 9월 필립 게일리어(Phillip Galea)는 멜번 소재 ‘Trades Hall’을 비롯해 3곳을 목표로 폭탄 테러를 계획했다가 경찰에 체포, 기소됐다.

극단주의 관련 전문가들은 ‘호주 당국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 보니 국내 우파 세력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호주 정보기관은 이슬람 테러조직뿐 아니라 국내 극우 세력들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호주 정부기관 ASIO(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sation)의 던컨 루이스(Duncan Lewis) 원장은 지난 해 10월 상원 청문회에서 “극우파의 행동은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상황에서 나오며, 예전에 비해 훨씬 조직적이라는 점도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각 주 및 연방 경찰과 함께 일하는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의 급진주의 전문가 미셸 그로스먼(Michele Grossman) 교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파 극단주의 세력은 호주 내 곳곳에 있었지만 근래에는 이 세력들이 조직화되었고, 활동 또한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로스먼 교수는 크라이스트처치 테러에 대해 “전 세계 우파 극단주의자들이 퍼뜨리는 메시지를 기반으로 폭력적 행동을 수행하려는 새로운 의지”라고 분석하면서 “이제 우리는 극우파 세력과 관련해 더욱 위험하고 위협적인 그들의 프로파일을 분명히 보았기에 당국의 관심과 자원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호주 당국이 국내 극우파보다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관심을 두어 왔으며, 이런 가운데 태런트와 같은 폭력적 우파 조직원들이 단독으로 행동하거나 또는 소규모 우파 조직을 기반으로 하기에 이들의 테러 계획을 찾아내기 힘든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슬람 커뮤니티와 달리, 지역 공동체 내에서 우파 극단주의 조직이 우려될 때 의지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지역 채널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우려했다.

매콰리대학교 극단주의 전문가이자 ‘Policing, Intelligence and Counter Terrorism’ 저널 편집자인 줄리안 드루건(Julian Droogan) 교수는 “극우파들의 활동이 정치적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그 동안 우리가 조사해온 결과를 보면 극우적 공감과 정치적 의견이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극단주의자들은 주류 정치 사안에서 (극우파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보다 대담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주 국립대학교(ANU) 대테러 전문가인 야신타 캐롤(Jacinta Carroll) 교수는 호주의 극우파들은 조직적인 정치 활동을 통해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음을 우려하면서 “경찰과 정보기관은 이제 위협의 징후에 따라 감시 대상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호주 우익 1).jpg (File Size:101.6KB/Download:1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801 호주 5% 대출 보증금으로 ‘부동산 사다리’에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교외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4.21.
5800 호주 토요일 오전의 주택 경매? 일부 전문가들, “좋은 아이디어는 아닐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2.04.21.
5799 호주 Federal Election 2022- 가장 큰 규모의 선거, 어떻게 치러지나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8 호주 Federal Election 2022- 5월 21일로 확정, 본격 선거전 돌입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7 호주 50만 명 이상의 고령층, 65세에 은퇴 가능해질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6 호주 NSW 보건부, “첫 ‘Deltacron’ 및 혼합 COVID 감염 사례 보고” 밝혀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5 호주 팬데믹으로 크게 감소한 멜번 인구, 2030년에는 시드니 능가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4 호주 ‘Buy Now, Pay Later’ 증가... “부채에 시달리는 이들, 더욱 늘어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3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무료 수상 스포츠 강사 교육과정 재개설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2 호주 정부 개입의 ‘임대료 통제’, 호주의 ‘주택 위기’ 완화에 도움 될 수 있을까...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1 호주 관개시설 되어 있는 타스마니아의 ‘Vaucluse Estate’, 매매 리스트에 file 호주한국신문 22.04.14.
5790 호주 총선 겨냥한 연립 여당의 지원책 제시 불구, 노동당 지지율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9 호주 “팬데믹 상황이 힘들다고? 1846년 전, ‘인류 생존 최악의 해’가 있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8 호주 요양시설 거주 노인 5명 중 1명, 화학적 억제제인 항정신성 약물 투여 받아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7 호주 수십 명의 여성들이 누드 상태로 Perth CBD 거리에 선 이유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6 호주 “거주 지역이 치매 위험에 영향 미친다”... 모나시대학교 연구팀 연구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5 호주 타스마니아 주 피터 거트웨인 주 총리, 정계은퇴 ‘깜짝’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4 호주 NSW 주 정부, ‘시니어카드’ 30주년 기해 디지털 옵션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3 호주 호주 고고학자들, 5만 년 전 서부호주 사막의 고대 화덕-와틀과의 연관 밝혀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2 호주 정부 연료소비세 인하... ACCC 통해 휘발류 소매업체 ‘감시’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1 호주 “정부의 첫 주택구입자 지원 정책, 저소득 가구에 도움 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80 호주 리드컴에 들어서는 ‘리드컴 센트럴’, 한인상권 중심 전망 file 호주한국신문 22.04.07.
5779 호주 2022-23 Federal Budget; 각 부문별 Winner & Loser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8 호주 2022-23 Federal Budget; 모리슨 정부의 4기 집권 노린 ‘선거 전 예산’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7 호주 낮시간 활용하는 일광 절약,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6 호주 임산부의 ‘태아 상실 초래’한 범죄, 보다 강력하게 처벌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5 호주 멜번 연구팀, 두 가지 새 유형의 COVID-19 백신 임상시험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4 호주 호주로 입국하는 해외여행자들의 ‘출국 전 COVID 검사’, 폐기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3 호주 연방정부 백신자문그룹, 건강상 취약 그룹에 4차 COVID-19 백신접종 권고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2 호주 노동당 알바니스 대표, “지방 지역 주택구입자 지원 방안 마련하겠다” 밝혀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1 호주 ‘Infrastructure Australia’, “지방지역 급격한 인구 증가로 주택 부족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70 호주 시드니-멜번, 전 세계 도시 중 주택구입 가장 어려운 상위 5개 도시에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69 호주 주요 도시 경매 낙찰률, 전년도 비해 다소 낮아져... ‘부동산 추’ 전환 file 호주한국신문 22.03.31.
5768 호주 전기차 이용에 대한 높은 소비자 관심... 각 주-테러토리 정부 지원은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7 호주 “당신의 기후변화 정책이 내 이웃을 죽였다”... 리스모어 거주민들, 총리 질타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6 호주 “소셜 카지노 게임, 실제 도박만큼 중독성 있다”... 전문가들 ‘경고’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5 호주 뉴질랜드 정부, 4월 12일부터 COVID 검역 없이 호주 여행자 입국 허용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4 호주 37년 이어온 호주 최장수 드라마 ‘Neighbours’, 올해 종영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3 호주 SA 주 노동당 피터 말리나스카스 대표, 제47대 남부호주 주 총리에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2 호주 2019-20 여름 시즌 산불로 봉쇄됐던 블루마운틴 일부 트랙, 개방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1 호주 중고차량 ‘주행거리 조작’ 후 판매 적발 건수, 지난해 비해 4배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60 호주 ‘Beef Australia’ 이벤트, 호주 최대 관광산업상 시상서 최고의 영예 얻어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59 호주 팬데믹 사태 이후 해외 부동산 구매자들, 시드니 소재 주택에 ‘주목’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58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1906년에 지어진 파이브덕 소재 주택, 353만 달러 낙찰 file 호주한국신문 22.03.24.
5757 호주 연방정부, 새 회계연도 예산 계획 우선 과제는 높아진 ‘생활비 압박 완화’ file 호주한국신문 22.03.17.
5756 호주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직장문화, 업무 방식의 ‘초개인화’ 확산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2.03.17.
5755 호주 ‘COVID-19 팬데믹’ 선포 2년... 잘못 알았던 것-주의해야 할 세 가지는 file 호주한국신문 22.03.17.
5754 호주 NSW 주 보건부,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 감염 급증 경고 file 호주한국신문 22.03.17.
5753 호주 NSW 주에서 첫 ‘일본뇌염’ 사망자 발생... 보건당국, ‘주의-예방조치’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2.03.17.
5752 호주 위글스 ‘라이크 어 버전’ 커버 시리즈 넘어선 아웃백 작곡가의 ‘아이 러브 유’ file 호주한국신문 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