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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의 여러 부분에서 제한이 많았던 팬데믹 시기를 보내면서 이성간 데이트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데이팅 앱을 통해 이성을 만나고, 식사에 이어 가벼운 술자리로 이어지는 전통적 데이트 방식 대신 산책이나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많다. 사진 : Pixabay / PublicDomainPictures

 

소셜미디어-팬데믹에 의한 관계 단절, 남녀간 새로운 만남 과정에 변화 불러와

 

이별 상태와도 같은 생활, 사회적 거리두기, 틱톡(TokTok)을 통한 관계 등 펜데믹 상황이 남녀 사이의 데이트에도 상당한 변화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싱글인 시드니사이더들(Sydneysiders) 및 데이팅앱(dating app)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남녀들은 퇴근 후의 식사와 가벼운 한 잔의 술로 이어지는 전통적 데이트 방식이 아닌, 함께 산책을 하거나 술 대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선호한다.

시드니 도심 인근, 스탠모어(Stanmore)에 거주하는 30세의 클로이 프라이스(Chloe Pryce)씨는 지난 2020년 남자 친구와 헤어졌고, 최근 데이팅앱 ‘Hinge’를 통해 새로운 이성을 만나고 있다.

이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기 전, 그녀의 데이트는 거의 항상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만난 남자와의 데이트 경험은 더 다양하다.

그녀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한적한 공원을 걷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첫 데이트에서 부리워킹을 제안 받았을 때는, ‘안전’이 우려돼 사양했고, 대신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으로 데이트를 했으며, 수영 후에는 차이나타운에서 만두를 먹었다.

그녀는 “요즘에는 (데이트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약하려 하고, 반복적인 경험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로 최근 이성을 만나면서 느낀 데이트 방식의 변화를 털어놓으면서 “아마 20명을 만난다면 그 사람들 모두와 똑같은 첫 데이트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라이스씨는 이어 “가볍게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하며 상대를 알아갈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 같은 데이트 방식에 더 개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남부, 코가라(Kogarah)에 사는 29세의 안드레아 필립스(Andrea Philips)씨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전염병 대유행 이후의 직원 부족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통적 데이트를 즐기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강요된 창의성이 데이트 옵션을 영구적으로 확장했다”고 믿는다.

이어 “나는 여전히 첫 데이트에서는 저녁 식사를 선호하지만 네 번째, 다섯 번째 데이트로 이어진다면 산책 등 가볍게 걷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는 필립스씨는 “가령 본다이(Bondi)에서 쿠지(Coogee)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길을 함께 걷는 것”이라며 “COVID 사태는 이제 이 같은 (데이트 방식의) 변화를 더 수용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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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을 통해 이성간 만남이 종종 이루어지는 가운데 한 젊은이는 이 앱이 “사람들로 하여금 집중하는 시간을 단축하게 하고 끝없는 옵션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주어 데이트에 대한 관심을 시들하게 만들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진 : Pixabay / StockSnap

   

최근 데이팅앱 ‘Hing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앱 사용자 4명 중 3명은 더 이상 첫 데이트로 술 마시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며, Z세대(1996-2010년 출생)의 경우 밀레니엄 세대(또는 Y세대, 1981-1995년 출생)에 비해 첫 데이트에서의 무알코올을 좋아하는 비율이 높다. 심지어 이 앱의 ‘Z Hinge’ 사용자 3명 중 거의 1명은 데이트를 하면서 전혀 음주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은 또한 별거와 이혼 비율을 높였고, 이는 고령 인구의 데이트 증가로 이어졌다. 또 다른 데이팅앱 ‘Bumble’ 수치에 따르면 호주인 사용자의 42%가 지난 2년 사이, 이전의 이성 관계나 결혼 생활에서 벗어난 이들이었다. 이들 가운데 36%는 처음으로 데이팅앱을 사용했다.

‘Bumble’ 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커뮤니케이션 담당인 루실 맥카트(Lucille McCart) 대표는 X세대(1966-1980년 출생)의 경우 프로필을 볼 수 있는 사람을 제어할 수 있는 ‘incognito mode’를 자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맥카트 대표는 “이혼한 X세대 여성의 경우 또 다른 진지한 관계를 원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이 있지만 실제로 중년의 여성들도 데이팅앱을 통해 캐주얼하게 이성을 만나고 있다”면서 “(이미) 가족이 있고 이제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있다면 ‘관계’에 대한 압박감이 없다”고 덧붙였다.

뱅스타운(Bankstown)에 거주하는 44세의 여성 A씨는 자신이 싱글이었던 지난 2000년에는 데이팅 앱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다른 많은 ‘COVID 피해자’들처럼 결혼 생활을 접게 됐다.

그녀는 이혼 후 데이팅앱을 처음 사용하면서 이 도구를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지금은 앱을 통해 여러 남녀와 만나고 있으며 주로 커피 모임을 갖는다. 그녀는 온라인에서 특정 상대를 확인해볼 수 있기에 소셜미디어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젊은 사용자는 데이팅앱과 소셜미디어의 단점을 지적한다. 필립스씨는 “3~4년 전,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했을 때보다 요즘 사람들은 훨씬 더 비판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소셜미디어는 ‘situationships’(본래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관계로, 오늘날 디지털 세대에게는 ‘아직 데이트 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통용) 및 ‘icks’(앗, 헉 등 혐오 또는 공포를 나타내는 감탄사이나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는 ‘싫은 녀석’으로 통용) 등 많은 관계 트렌드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데이트 단계에 있는 이들에게 훨씬 더 많은 압력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필립스씨는 최근 ‘Bumble’에 가입했고, 이 앱에서 실제로 이전의 파트너를 만났다. 그리고 많은 대화와 데이트 기회가 있지만 때로는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이 깊이 없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개인적 이유로 익명을 원한 한 20대는 “데이팅앱이 사람들로 하여금 집중하는 시간을 단축하게 하고 끝없는 옵션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주어 데이트에 대한 관심사(stakes for a date)를 시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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