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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높은 주택가격은 기준금리에 의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학적 요인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부동산 금융-정보 서비스 사 연구...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론

 

호주의 높은 주택가격은 이제 젊은층의 ‘Great Australian Dream’을 앗아가고 있다. 전 세계 국가와 비교해 최상위대 가격으로 인해 특히 각 대도시 거주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으로, 정부 차원에서의 대책 또한 상당히 미흡하다.

이런 가운데서 지난해 4월까지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를 이어오던 호주 중앙은행( RBA)이 인플레이션 상승 억제를 위해 5월 들어 공격적인 이자율 인상을 단행하면서 주택가격 오름세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다면 호주의 높은 주택가격이 단지 높은 이자율 때문일까? 부동산 관련 정보-금융 서비스 사인 ‘LongView’와 ‘PEXA’가 지난달 넷째 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이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 주요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호주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시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RBA가 기준금리를 0.1%로 결정한 것은 지난 2020년 11월 4일(화)이었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완화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호주 물가는 거의 30% 급등했다.

호주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5월, RBA가 현금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전, 시드니와 멜번의 주택가격은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RBA는 올해 2월까지 9회 연속(2023년 1월 제외) 이자율 인상을 단행했으며, 현재는 호주 전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락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연구를 보면 오랜 기간 주택가격의 변화와 공식 금리 움직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RBA 연구는, ‘주택가격은 기준금리에 민감하지만 다른 요인이 특정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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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각 주(State and Territory) 수도의 연도별 주택가격 지수를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 LongView PEXA Whitepaper

   

LongView-PEXA 연구에 따르면 지난 60년 동안 공식 현금 금리가 오르락내리락 했지만 주택가격은 평균 7%가 상승했다. 1960년에서 1988년 사이,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가격은 4배가 되었고, 1988년에서 2021년 사이 금리가 하락한 동안에도 집값은 두 배로 상승했다.

LongView의 에반 손리(Evan Thornley) 회장은 “많은 논평가들이 호주의 높은 주택가격 원인으로 이자율과 양도차익 할인 등 세금 감면에 초점을 두었지만 정작 부동산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구통계학적 요인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손리 회장은 “거의 모든 선진국은 기록적으로 낮은 이자율, 공급 제한 및 주택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았다”며 “호주가 이들 국가와 다른 점은 지속적인, 높은 인구증가율과 도시 집중도”라고 강조했다. “호주의 도시는 특이하다”고 언급한 그는 “거주인구가 다른 국가 도시에 비해 적고, 도시 규모는 크며, 대부분 CBD 및 주변에 집중되어 있는가 하면 그 사이에 그다지 많지 않은 광대한 교외지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LongView-PEXA의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급등했지만 그 대부분은 토지 가치(land value)의 가파른 상승이 원인이었음을 제기한다. 주거용 토지는 현재 호주인들의 부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 비율은 34%였다.

손리 회장은 “토지 가치 상승과 건물 가치 하락, 그리고 호주 인구역학은 호주의 토지가 선진국 다른 어느 곳보다 더 빠르고 지속적으로 높게 평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LongView-PEXA 연구 보고서는 인구학적 요인이 주택에 대한 강한 수요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주도한다고 보았다.

1982년에서 2022년 사이, 호주 인구 증가는 이스라엘이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 같은 인구증가의 상당 부분은 전 세계 각국에서 호주로 유입된 이민자들이 주도했다.

현재 호주 인구의 약 51%는 시드니, 멜번(Melbourne), 브리즈번(Brisbane) 등 3대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영국 인구의 절반은 9개 대도시에 분포하며 미국의 경우 인구의 절반이 36개 대도시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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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거주자들이 중간가격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mortgage 보증금 마련) 평균 저축 기간. Source : LongView PEXA Whitepaper

 

호주 각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는 주택가격 압박을 가중시켰다. 시드니, 멜번, 브리즈번 CBD의 인구밀도는 크게 높은 반면 도심 외곽 교외지역의 밀도는 빠르게 하락했다.

PEXA의 글렌 킹(Glenn King) 최고경영자는 “호주 젊은층에 장기적으로 중대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우려했다. “(높은 주택가격을 피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집 마련을 해야 하는 첫 주택구입자들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간단히 말해 이제 호주의 가장 큰 도시들은 이것(거주자의 삶의 질 제공 등)에 비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40년 사이, 호주 인구의 주택소유 비율은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하락했다. 35세에서 44세 인구는 1981년에 비해 내집을 가질 가능성이 18% 감소한 반면 25-34세 사이 젊은이들의 주택소유 가능성은 20%나 줄어들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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