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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즐랜드대학교 산모연구기관, ‘비아그라’의 또 다른 용도 확인

응급출산 줄이는 데 도움... 불기피한 제왕절개 감소-의료비 절감에도 기여

 

필립 라이트(Philip Wright)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두 살짜리 아이지만 태어나는 순간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필립의 어머니 조 라이트(Jo Wright)씨에게 있어 그 기억은 여전히 아찔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당시를 떠올린 라이트씨는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순간이었다”며 “사산의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립을 출산할 때 24세였던 라이트씨는 태아의 심박동수가 위험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고, 진료진은 비상사태로 들어갔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응급 제왕절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그녀는 “너무 끔찍한 공포였다”고 덧붙였다.

조 라이트씨의 사례처럼 매년 수천 명의 호주 여성들이 분만 중 극심한 고통으로 응급 제왕절개 또는 보조기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의 해결책이 제시됐다.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산모연구소인 ‘Mater Research Institute’의 산부인과 전문의 사일레시 쿠마르(Sailesh Kumar) 교수는 출산 중인 산모에게 비아그라를 투여할 경우 아이가 고통을 겪을 가능성을 크게 줄여 분만 도중 응급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emergency c-sections’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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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출산 진통 중 태아에게 유입되는 혈류가 감소되는 위험 상황에서 비아그라 성분을 투여함으로써 태아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예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2년 전 출산 때, 위험 상황을 겪은 바 있는 조 라이트(Jo Wright)씨와 아들 필립(Philip).

 

“출산 관련 임상실험에서

놀라운 결과 나타나...”

 

그가 제시한 연구의 이론은 발기부전 약물의 활성 성분인 실데나필 시트레이트(sildenafil citrate)가 산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출산의 진통이 있는 동안 산모로부터 태아에게 전해지는 혈액의 흐름은 60%까지 떨어질 수 있다. 만약 이 시간에 충분한 혈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태아는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아그라와 같은 약물은 혈관을 확장시켜 태반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태아에게 산소 공급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Mater Research Institute’의 의사들은 임상실험에서 출산을 앞둔 300명의 임산부에게 이 약물과 가짜약(placebo)을 투약했고 이후 두 경우의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의사들은 응급 제왕절개가 필요한 산모의 비율 및 분만 보조기구 필요 비율을 절반으로, 출산 시간 또한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왕립 호주-뉴질랜드 산부인과 전문의학회’(Royal Australian and New Zealand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의 숀 시호(Sean Seeho) 박사에 따르면 응급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4명의 임산부 가운데 1명은 그 이유가 태아가 위험에 처한 긴급한 상황 때문이다.

시호 박사는 “이번 연구가 산모들에게 유익하고 태아의 고통을 줄이는 것으로 판명되면 이는 응급 제왕절개를 줄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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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중 응급 제왕절개를 받아야 했던 조 라이트씨와 가족들.

 

추가 연구 통해

더 많은 결과 도출해야

 

쿠마르 교수는 비아그라가 출산 산모에게 불필요한 의료 시술을 줄여주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만약 산모에게 의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산이나 기형아 출산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르 교수의 이 연구는 지난 11월14일 발표됐으며 호주 의료 및 보건 관련 연구 연합인 ‘Research Australia’가 혁신적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에 수여하는 ‘Frontiers Research Award’ 최종 후보에 올랐다.

쿠마르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현재까지의 예비 조사결과를 보다 폭넓게 확인하기 위해 8천5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출산 중 응급 제왕절개를 피할 수 있는 보다 정확한 가능성, 이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보다 많은 연구를 위해 ‘National Health and Medical Research Council’에 연구기금을 신청한 상태이다.

출산 중 고통을 겪는 태아는 저산소증을 경험할 수 있고 뇌 손상 또는 뇌성마비 비율을 높이며, 이는 태아 집중 치료실 입원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쿠마르 교수는 “예비 조사를 기반으로 우리(연구팀)는 비아그라 약물을 복용한 산모가 태아에게 보다 나은 결과를 주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아그라에 들어 있는 활성 성분인 실데나필 시트레이트는 네덜란드의 이전 연구에서 태아의 성장이 저조한 산모에게 사용된 사례가 있다. 당시 연구에서 이 같은 태아를 임신 중인 초기 임신 여성에게 이 약물을 더 많이 투여했지만 이 가운데 11명의 태아가 폐 문제로 사망하면서 결국 연구는 중단됐다.

쿠마르 교수는 “‘Mater Research Institute’의 연구에서 산모나 태아에게 부작용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예방책으로 네덜란드 연구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일시적으로 시험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연구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조 라이트씨는 “필립을 출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5명의 아이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첫 아이 출산에서 힘든 경험을 한 뒤 자신의 계획을 수정했다”면서 “응급 제왕절개를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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