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원주민 선수 1).png

오는 7월 23일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 대회를 앞두고 호주올림픽위원회(Australian Olympic Committee)는 472명의 호주 선수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호주의 역대 올림픽 사상 두 번째 많은 선수 규모이며, 이 가운데 16명의 원주민 출신 선수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비치발리볼 세계 랭킹 5위인 탈리카 클런시(Taliqua Clancy. 왼쪽)와 파트너인 마리아페 아타초 델 솔라(Mariafe Artacho del Solar. 오른쪽) 선수. 사진 : Volleyball Australia

 

 

2020 도쿄대회 대표팀 472명 중 11개 종목 16명, 역대 최다 원주민 선수

 

절반 이상의 일본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스가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행하는 2020 도쿄 올림픽에 호주는 사상 두 번째 많은 472명의 선수가 참여키로 했다(한국신문 1450호 참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1년 연기된 도쿄 대회를 앞두고 호주올림픽위원회(Australian Olympic Committee)가 지난 7월 5일 대회에 참가하는 호주 선수단 규모를 발표한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은 16명의 원주민 출신 선수가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이들 16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종목은 11개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호주는 1896년 처음으로 ‘Australia’ 국기를 앞세우고 하계 대회에 참가해 왔지만 1964년 도쿄가 대회를 개최할 때까지 원주민 선수는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원주민 출신 선수가 호주의 올림픽 사에서 역사를 만든 것은 바로 64년 도쿄 대회로, 당시 농구의 마이클 아 매트(Michael Ah Matt), 권투에서 출전한 아드리안 블레어(Adrian Blair)와 프란시스 로버츠(Francis Roberts)였다.

 

원주민 여성으로 처음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어 대회에 참가한 이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의 수영선수인 사만타 라일리(Samantha Riley)로, 그녀는 평영 100미터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원주민 선수로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선수는 1996년 애틀란타 대회 하키팀 대표(‘Hockeyroos’) 일원으로 참가한 노바 페리스-니본(Nova Peris-Kneebone)이었고, 4년 후인 새천년(2000년)의 시드니 대회에서는 육상 스타 캐시 프리먼(Cathy Freeman)이 여자 400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미국 등 육상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한 프리먼은 일약 전 국민의 스타로 부상했다. 특히 그녀는 호주 올림픽 꿈나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실제로 호주 올림픽 대표 선수들은 스포츠 선수로서 가장 영감을 받은 인물로 400미터 트랙을 질주하던 프리먼을 꼽기도 했다.

 

호주 육상의 또 한 명의 원주민 스타는 허들 종목의 카일 밴더-큐이프(Kyle Vander-Kuyp)였다. ‘워리미-유인’(Worimi-Yuin) 부족 출신으로. 두 번의 올림픽 대회에 출전했던 밴더-큐이프는 선수 생활을 접은 뒤 호주 올림픽위원회의 원주민 선수 연락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매거진(원주민 선수 2).jpg

호주 비치발리볼 올림픽 대표팀의 탈리카 클런시(Taliqua Clancy) 선수. 호주는 1896년 대회 때 처음으로 호주 국기를 앞세워 올림픽에 참가해 왔으며, 원주민 출신 선수가 대표팀 일원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1964년 도쿄 대회가 처음이다. 사진 : 사진 : 트위터 / @TaliquaClancy

 

밴더-큐이프씨는 “2020 도쿄 대회에 선발된 원주민 선수 수는 전체 선수단 규모 면에서 대단한 수치”라며 자신의 경험이 “원주민 선수는 물론 호주 대표팀의 모든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원주민 선수 연락관으로서 “과거 두 차례, 올림픽 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로 하여금 최선의 기량을 선보이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는 그는 “진정 끔찍한 전염병 사태에서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호주 대표팀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에게 큰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여자 축구의 키아 사이먼

 

호주 여자 올림픽 축구 대표팀 일원이 된 ‘아나이완’(Anaiwan) 부족 출신의 키아 사이먼(Kyah Simon) 선수는 올해로 연기된 도쿄 대회 출전이 불투명했었다. 애초 예정된 대회 한 해 전인 2019년, 그녀는 대표팀 선발 경기에서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마틸다’(Matildas. 호주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일컫는 애칭. 남자 축구 대표팀은 ‘Socceroos’로 칭한다)에 복귀했다.

 

사이먼은 ‘마틸다’의 붙박이 주전 골키퍼인 ‘눙가르’(Noongar) 부족 출신의 리디아 윌리엄스(Lydia Williams. 현재 영국 여자 프로축구 슈퍼리그의 Arsenal 소속)와 함께 ‘호주의 많은 원주민 아이들에게 긍정적 역할 모델’이 되어 왔다. 스스로도 “호주의 모든 원주민 부족과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키아 사이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원주민 아이들에게 스포츠 선수로서 하나의 모델이 되었듯, 육상 스타 캐시 프리먼은 그녀의 우상이었다. 2000년 당시 9살이었던 사이먼은 시드니 대회에서 400미터 트랙을 달리던 프리먼 선수를 TV로 지켜보면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아직까지 소수의 원주민 출신 올림픽 대표 선수 중 하나로 자부심이 있지만 20년쯤 후에는 호주를 대표하는 원주민 출신 선수들이 지금의 두 배, 세 배로 늘어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매거진(원주민 선수 3).jpg

원주민 출신 선수이자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떨친 남자 110미터 허들의 밴더-큐이프(Kyle Vander-Kuyp) 선수(사진). ‘워리미-유인’(Worimi-Yuin) 부족 출신으로. 두 번의 올림픽 대회에 출전했던 밴더-큐이프는 선수 생활을 접은 뒤 호주 올림픽위원회의 원주민 선수 연락관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사진 : Australian Olympic Committee

 

비치발리볼에서도

금메달 겨냥

 

호주올림픽위원회는 매 대회마다 호주가 획득할 메달 수에 대한 목표를 설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도쿄 대회에서는 많은 변수를 감안, 선수들 개개인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최고의 선수로 시상대의 맨 위 발판을 딛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꿈이자 최종 목표일 것이다. 호주 비치발리볼(beach volleyball) 대표 선수인 탈리카 클런시(Taliqua Clancy)와 파트너인 마리아페 아타초 델 솔라(Mariafe Artacho del Solar. 페루 출신 이민자)는 “금메달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이들 두 선수는 2020년 1월 기준으로 세계랭킹 5위에 올라 있다).

“우리 스스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해 왔다”는 클런시 선수는 “현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말 잘 준비해 왔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클런시 선수는 이어 “스포츠가 내게 준 기회에 감사하다”면서 “비치발리볼 덕분에 전 세계를 여행했고, 이번에 두 번째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원주민 상징 선수복 착용, 자랑스럽다”

 

‘Rugby Sevens’(7명이 경기를 펼치는 seven-a-side rugby) 선수 중 한 명인 ‘다라왈’(Dharawal) 부족 출신 모리스 롱보텀(Maurice Longbottom) 선수는 호주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호주 럭비리그에서 프로 선수로 뛰던 롱보텀은 5년 전 럭비 세븐스로 전환했고, 그 때부터 그의 올림픽 여정이 시작됐다. 그리고 호주를 대표하는 선수 일원으로 원주민 상징 디자인(Indigenous-design)의 스포츠 셔츠를 입게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호주 원주민 출신 선수들

(이름 : 종목 / 출신)

-Ash Barty: 테니스 / Ngarigo 부족

-Angeline Blackburn : 육상 / Monero Ngarigo and Yuin 부족

-Taliqua Clancy : 비치발리볼 / Wulli Wulli and Goreng Goreng 부족

-Thomas Grice : 사격 / Dharawal 부족

-Maurice Longbottom : Rugby Sevens / Dharawal 부족

-Patrick Mills : 농구 / Nunga 부족

-Leilani Mitchell : 농구 / Wuthathi 부족

-Brooke Peris : 하키 / Ngarrawanji 부족

-Dylan Pietsch : 럭비 세븐스(Rugby Sevens) / Wiradjuri 부족

-Stacey Porter : 소프트볼 / Kamilaroi 부족

-Kyah Simon : 여자 축구 / Anaiwan 부족

-Tarni Stepto / 소프트볼 / Kamilaroi 부족

-Brandon Wakeling : 역도 / Wonnarua 부족

-Lydia Williams : 여자 축구 / Noongar 부족

-Mariah Williams : 하키 / Wiradjuri 부족

-Alex Winwood : 복싱 / Noongar 부족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매거진(원주민 선수 1).png (File Size:529.8KB/Download:18)
  2. 매거진(원주민 선수 2).jpg (File Size:40.9KB/Download:18)
  3. 매거진(원주민 선수 3).jpg (File Size:82.0KB/Download:1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4637 호주 Federal election 2016: RBA, ‘네거티브 기어링’ 현 체제 유지 우려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2.
4636 호주 Federal election 2016: 양당 지지도 초박빙, 선거 결과 예측 어려워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2.
4635 호주 The eight things most tourists miss in Sydney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2.
4634 호주 구세군, 올해 ‘Red Shield Doorknok’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33 호주 파이브덕 소재 100년 된 하우스 경매가 137만 달러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32 호주 “스몰 비즈니스 지원으로 지속적 경제성장 추진하려는 것”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31 호주 호주 내 테러 위협 계속돼... 18세 남성 체포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30 호주 NSW 주, 호주 최대 ‘룩우드’ 묘지 법정관리 결정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29 호주 QLD 내륙의 한 마을, 통째로 매물 리스트에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28 호주 주택가격 상승... 저렴한 주거지 찾아 도심 외곽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27 호주 NSW 주 차선합병에 따른 최악의 정체구간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26 호주 NSW 주 정부, 일부 통합 카운슬 구역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16.05.19.
4625 호주 구매자들의 주택마련 의욕으로 높은 경매 결과 유지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
4624 호주 수퍼모델 파올라 버호벤, ‘크라운 그룹’ 새 모델로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
4623 호주 글리브 소재 ‘린드허스트’ 빌라, 700만 달러 이상에 매매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
4622 호주 ‘밀레니엄 세대 80%, ‘Australian dream’에서 멀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
4621 호주 ‘Lockout Laws’로 킹스크로스 ‘땅값’ 크게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
4620 호주 호주 대학들의 추악한 비밀, ‘교내 성범죄’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
4619 호주 40년 후 NSW 주, 근로 인력 크게 줄어들 듯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
4618 호주 Federal Election 2016- 연립 재집권 전망 속, 턴불 수상 지지도 ‘하락세’ file 호주한국신문 1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