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La Niña) 현상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호주 동부 지역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고 일부 지역은 타운 전체가 초토화될 만큼 피해를 입었다. 최근에는 NSW 주 서부 내륙, 포브스(Forbes) 지역에 몇 년간 내릴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했다. 사진 : NSW 주 Forbes 지역의 홍수 상황을 전하는 7 News 방송 화면 캡쳐
북부 해역 덥혀 대기로 수분 퍼 올리는 ‘라니냐’ 및 부정적 ‘인도양 다이폴’ 영향
지난해부터 NSW 및 퀸즐랜드(Queensland)에 내린 엄청난 양의 비는 일부 지역을 휩쓸었고, 많은 인명과 헤아릴 수 없는 재산피해를 남겼다. 가장 최근에도 NSW 서부 내륙 포브스(Forbes) 지역에는 지난 수년간의 강수량에 해당하는 규모의 비가 몇 주 사이에 쏟아졌다.
수년 전만 해도 강수량이 적어 내륙 농촌 지역민들의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던 기후 상황이 바뀐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많은 비가 언제 그칠 것인가이다.
▲ 비를 만드는 모든 수분은 어디에서 오나= 대기에는 늘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올해 가장 큰 영향은 세 번째 연속 라니냐(La Niña.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 생기는 이상현상으로, 적도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 서태평양의 해수면과 수온은 평년보다 상승하게 되고, 찬 해수의 용승 현상 때문에 적도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강화되어 엘니뇨의 반대현상이 나타난다)와 함께 부정적인 ‘인도양 다이폴’(Indian Ocean Dipole. 초여름과 늦가을 사이에 인도양 열대 해역의 동부에서는 수온이 낮아지고, 서부에서는 수온이 높아지는 대기해양 현상으로, 엘니뇨와 마찬가지로 세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의 복합적 영향이다.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호주 북부 주변 해역이 평소보다 더 따뜻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 열대 바다가 쉽게 증발하여 수분을 대기로 퍼 올리게 되는 것이다.
라니냐 동안 호주 근처의 서태평양은 평균보다 따뜻하고 동쪽은 평균보다 차가워진다. 이는 호주 남동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의 딘 내러모어(Dean Narramore) 예보관은 “이 때문에 호주 전역에서 내리는 비는 평균 이상일 뿐 아니라 다양한 수분 공급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는 항상 강우량을 생성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기의 기상 시스템이 작동할 때마다 전국을 천천히 이동하면서 열대성 습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기후가 따스해지면서 수분을 유지하는 대기의 능력이 증가해 많은 비를 뿌리게 된다.
▲ 남동부에 많은 비가 내리는 이유는= 연중 이맘때를 기해 호주 남동부의 기상 시스템이 흔들리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대기가 이 지역에 쏟아내는 습기의 양은 상당히 많다.
내러모어씨에 따르면 습기가 너무 많기에 이런 시스템을 통해 광범위한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오래 지속되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태평양 지역의 해수온도는 평균 이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수분이 대기로 증발해 지상으로 퍼부을 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림 : Bureau of Meteorology
하지만 건조한 해에는 이 시스템의 영향이 크게 다르다. 내러모어씨는 “몇 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2019년에도 이와 비슷하게 활동적인 기상 패턴이 있었다”면서 “다만 차이점은, 당시에는 습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람과 열기, 열풍을 가져 왔고, 호주 전역을 강타한 산불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불행하게도 지금의 이동하는 (대기의) 모든 기상 시스템은 호주 동부와 남동부 전역이 흠뻑 젖을 만큼 많은 비를 가져오도록 하고자 이 모든 것이 결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비는 언제 멈출까= 단기적으로, 계속되는 비로부터의 휴식은 대기의 기상 시스템 사이에서 틈이 만들어지는 때이다. 모든 시스템에 의해 모든 것이 비의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기상 시스템은 매주 남부 전역을 가로지른다.
현재 예측으로는, 여름에 접어들면서 호주 남부는 고기압 능선이 내려감에 따라 비가 적게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매년 발생하는 것으로,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여름 시즌, 호주 남부에서 가장 건조한 날씨를 보이는 이유이다.
반대로 이는 호주 북부와 여름 우기에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따라서 중기적으로는 폭우의 위험이 사라지고 비가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많은 비가 멈추려면 대기를 수분으로 가득 채우는 현상이 멈추어야 한다.
기상청의 최신 기후 동인 업데이트는 부정적 ‘인도양 다이폴’(Indian Ocean Dipole. IOD)이 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IOD는 일반적으로 여름 시즌 초, 몬순이 내려감에 따라 무너진다.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 사이 호주 주변 태평양 해역의 수온을 예측한 그림. 사진 : 유투브 동영상 캡쳐
그런 반면 라니냐 현상은 2023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며,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라니냐는 보통 여름이 끝나는 시점 또는 초가을까지 지속된다.
하지만 라니냐가 조금 일찍 종료된다고 해서 현재 홍수로 인한 피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중립적인 여름에도 이는 열대와 아열대의 호주 우기를 만들어낸다.
집수지(catchment, 集水)가 넘쳐흐르고 기후 요인들이 더 빠르게 이상 현상을 보인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강우량은 당분간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달링-머레이(Murray-Darling) 강 유역의 홍수 사태는, 앞으로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해도 이미 지상으로 쏟아진 물이 천천히 하류로 흐르면서 몇 달 동안 피해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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