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인신매매 1).jpg

중국 당국의 한 자녀 정책으로 아들을 선호해 온 중국의 결혼 적령기 여성 부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인근 국가인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지에서 돈을 지급하고 신부를 매매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며 심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7세 당시 중국으로 팔려갔던 미얀마 여성 난다르(Nandar)씨. 브로커가 그녀에게 지급한 돈은 미화 1만1,630달러였다.

인권 감기시구 ‘Human Rights Watch’ 보고서, ‘성 노예’ 거래까지 횡행

 

셍 문(Seng Moon)이 미얀마 카친(Kachin) 주에서 중국 남서부 지역으로 팔려간 것은 그녀의 나이 16살 때였다. 이곳 한 가정의 ‘수입 신부’로 인신매매된 것이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미얀마 정부군과 ‘카친 독립군’(Kachin Independence Army) 사이의 전투가 발생하자 중국으로 피신하기도 했던 그녀의 가족은 미얀마 실향민을 위한 캠프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현재 21살이 된 그녀는 캠프에서 거주할 당시, 시누이로부터 카친과 접해 있는 중국 남부 윈난 성(Yunnan)의 요리사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고, 캠프에서 일을 해 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들은 사연을 회상했다.

셍 문의 가족들은 돈을 벌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녀의 시누이와 함께 차에 태워 윈난 성으로 보내졌다. 그 차량 안에서 어느 순간 정신을 잃은 뒤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억한 것은, 시누이로부터 차멀미 약을 받아먹은 것이었고, 깨어났을 때 그녀의 두 손은 허리 뒤로 묶여 있었다.

윈난 성에 도착한 뒤 그녀는 2개월 동안 어느 집 방에 갇혀 있었고, 그 뒤 한 중국인 가족이 와서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신부를 구하는 중국인 가정에 팔려간 것이다.

그녀를 데리고 간 나이 많은 중국인 남성은 그녀에게 한 남자를 가리키며 “이제 네 남편이다. 너는 결혼한 몸이니 서로 잘 지내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라”고 말했다.

 

종합(인신매매 2).jpg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 미얀마 카친(Kachin) 주. ‘카친 독립군’(Kachin Independence Army)이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 여성들의 경우 가난을 피해 중국으로 ‘팔려가는’ 사례가 많다.

 

“아이를 낳아줘. 그러면 너를 보내주겠다”

 

셍 문씨의 사연은 지난 3월21일(목) 발표된 국제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 HRW)의 인권피해 사례 보고서와 관련해 실제 피해자 37명이 털어놓은 인신매매 경험의 전형적인 이야기이다. 그녀가 발표한 경험담의 제목은 <Give us a baby and we'll let you go: Trafficking of Kachin ‘Brides’ from Myanmar to China>였다.

총 112페이지에 달하는 HRW의 이번 보고서는 미얀마 카친 및 북부 샨(Shan) 주의 어린 소녀들이 성 노예로 중국에 팔려가는 현실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인신매매 되는 소녀들은 불과 14세밖에 안 되는 아이들도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인구 억제를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한 가정에 한 자녀만 가질 것을 독려했다. 그러다 보니 태아의 성별을 미리 파악, 남아 출생을 선호했고, 이는 결국 결혼적령기 남성 비율이 여성을 크게 앞지르는 현실이 됐다. 여성이 부족해 결혼을 하지 못하는 중국 남자들이 무지기수라는 얘기다. 이는 특히 지방의 경우가 심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신매매 피해 경험을 가진 37명의 여성 사례 가운데 12명은 18세가 안 되는 나이의 여성이었으며, 가장 어린 소녀는 14세였다.

 

종합(인신매매 3).jpg

중국으로 갔다가 빠져나온 여성들은 대부분 직장을 구해주고 돈을 벌게 해 준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은 경우이다.

 

HRW의 여성부 공동 책임자인 헤더 바(Heather Barr)씨는 미얀마와 중국 정부가 인신매매 방지, 피해자 지원, 인신매매 범죄자 기소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 책임자는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HRW)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국제간 인신매매에 대해 어느 한쪽 국가도 법 집행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얀마에서는 딸이 인신매매 당했다고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해도 외면당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심지어 뇌물을 요구받는가 하면, 뇌물을 주지 않으면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거나, 조사하는 시늉만 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바 책임자는 인신매매된 딸을 찾아달라고 중국 공안에 신고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한탄했다. 중국 공안은 인신매매 조직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여성들이 신고하면 범죄조직을 수사하기는커녕 피해 여성들을 이민법 위반자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기술된 인신매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대개는 미얀마에 있는 친척들에게 속아 중국으로 팔려간 여성들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일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한 뒤 중국으로 건너간 뒤 ‘신부’를 필요로 하는 중국 가정에 어린 소녀들을 넘기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들이 받는 돈은 고작 4,240달러에서 1만8,380달러 사이이다.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일한다는 카친독립기구(Kachin Independence Organisation)의 한 관리자는 “미얀마 측 브로커들은 중국의 인신매매 중개인으로부터 일정 비율의 커미션을 받는다”고 HRW 측에 설명했다. 이 관리는 ‘인신매매 여성의 가격’은 “여성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에 달려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종합(인신매매 4).jpg

브로커에 속아 중국으로 갔던 여성들은 중국 공안에 신고하지만 오히려 이민법 위반으로 수감되기도 한다. ‘취업’이라는 말에 속아 윈난성으로 갔던 한 여성은 아이까지 낳아주고 미얀마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도 사회문제로 부각

 

어린 신부를 사고파는 문제는 미얀마뿐 아니라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빈곤 국가에서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인권 사안을 다루는 ‘태평양 링크 재단’(Pacific Links Foundation)의 미미 부(Mimi Vu) 자문관은 ABC 방송에서 “베트남은 신부밀매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부 자문관은 “매년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팔려가는 어린 신부들의 숫자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공식적으로 연간 1천 명가량이 중국에서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이는 매매된 전체 여성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국가이며, 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중국 지역이든 베트남 지역이든)은 비슷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측에 어린 신부로 팔려나갈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베트남 여성들의 경우 생활력이 강하고 중국으로 건너가서도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인기(?)가 높다.

NSW대학교 ‘중국 및 아시아학부’의 판 왕(Pan Wang) 선임 강사는 “중국 농촌 지역 남성의 경우 결혼 대상 여성이 크게 부족하기에 중국 내 외딴 지역에서의 외국 신부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농촌 지역은 아직도 아들선호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어 임신한 여성은 태아의 성별을 미리 파악해 여아인 경우 낙태를 해 왔기에 이는 오늘날 젊은 여성의 부족이라는 문제로 이어졌다.

‘Love and Marriage in Globalising China’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왕 강사는 중국 농촌 지역이 남아를 선호하는 이유는 ‘아직도 사람의 노동력으로 소득을 얻는다’는 점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HRW의 바 자문관 또한 “중국의 대부분 지역은 전통적으로 아들이 부모를 부양해야 하고 딸은 남편을 따라 집을 떠나 살아야 한다”며 남아선호 배경을 설명했다.

 

종합(인신매매 5).jpg

중국 농촌의 한 가정에 팔려갔던 여성. 돈을 주고 신부를 수입한 중국 가정에서는 아이를 낳게 한 뒤 여성을 또 다른 가정에 되팔기도 한다.

 

인신매매 조직들, 여성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

 

‘태평양 링크 재단’의 부 자문관에 따르면 인신매매 조직들은 미얀마나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어린 소녀들은 단순히 ‘신부’로 넘기는 것 외에 이 소녀들을 다른 ‘용도’로 매매하기도 한다.

그녀는 “출산, 가사도우미, 매춘, 노예노동으로 여성을 거래하는가 하면 이 모든 것을 한데 묶은 패키지로 거래하기도 한다”면서 “주변 국가 빈곤층 가정의 나이 어린 소녀들을 그야말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부 자문관은 중국 당국이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실시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 지방 지역의 여성 인신매매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한 자녀’ 정책을 공식 폐지했다.

전문가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인신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HRW 보고서는 미양마와 중국 당국이 사전 예방, 피해자 구조 및 지원, 매매조직과 여성을 구매하는 이들을 찾아내 정식 기소 등 강력한 사법처리를 해야 함은 물론 인신매매에 대하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국경 지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인신매매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인신매매 1).jpg (File Size:73.2KB/Download:23)
  2. 종합(인신매매 2).jpg (File Size:88.4KB/Download:27)
  3. 종합(인신매매 3).jpg (File Size:38.7KB/Download:28)
  4. 종합(인신매매 4).jpg (File Size:56.5KB/Download:33)
  5. 종합(인신매매 5).jpg (File Size:33.2KB/Download:3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201 호주 호주 한부모 가정 아동빈곤 급증…‘집값은 뛰고, 월급은 제자리’ 사회 양극화 반영 톱뉴스 17.08.04.
5200 호주 호주 불개미 습격 비상… 향후 10년간 4400억원 들여 박멸 작전 시행 톱뉴스 17.08.04.
5199 호주 시드니의 새 명소…아시아 음식 천국 ‘스파이스 앨리’ 톱뉴스 17.08.04.
5198 호주 올해의 ‘아치볼드(Archibald Prize)상’은, 톱뉴스 17.08.04.
5197 호주 자연과 예술이 빚어낸 풍경 속으로 톱뉴스 17.08.04.
5196 뉴질랜드 누드사진 1달러 광고한 더니든 남자.... NZ코리아포.. 17.08.05.
5195 뉴질랜드 도로공사장에서 발굴된 19세기 대포알 NZ코리아포.. 17.08.05.
5194 뉴질랜드 사람 있는 줄도 모르고 캐러밴 훔쳐 끌고 갔던 도둑 NZ코리아포.. 17.08.05.
5193 호주 RBA, “금리인상, 아직은 글쎄…”…조기 인상 가능성 배제 톱뉴스 17.08.05.
5192 호주 우사인 볼트 100m 마지막 레이스서 동메달, 게이틀린 우승 톱뉴스 17.08.07.
5191 호주 “호주 공항 국내선 보안, 국제선 수준으로 격상한다” 톱뉴스 17.08.07.
5190 호주 호주정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지지’ 톱뉴스 17.08.07.
5189 뉴질랜드 연금수령 나이 변경 이번 총선에 영향 미칠 수 있어. NZ코리아포.. 17.08.07.
5188 뉴질랜드 멸종 위기 노란눈 펭귄, 어망에 걸려 수백마리 사망 NZ코리아포.. 17.08.07.
5187 뉴질랜드 독감 극성, 매주 160명 이상 환자들 병원 찾아 NZ코리아포.. 17.08.07.
5186 호주 겨울잠 깬 호주연방의회 7일 정기 회기 재개 톱뉴스 17.08.07.
5185 호주 시드니 스트라스필드 카운슬, 코리아 가든 전면 백지화 톱뉴스 17.08.07.
5184 뉴질랜드 충돌사고 후 거꾸로 뒤집힌 BMW 승용차 NZ코리아포.. 17.08.08.
5183 뉴질랜드 미소띤 채 많은 물건들 훔쳤던 상점도둑 NZ코리아포.. 17.08.08.
5182 뉴질랜드 “핸드브레이크 깜박” 자기 차에 치여 다친 산림작업 인부 NZ코리아포.. 17.08.08.
5181 뉴질랜드 냉동고에서 먹거리들과 함께 사라진 태반 보관상자 NZ코리아포.. 17.08.08.
5180 뉴질랜드 면세점 진열 제품, 꼭 저렴하지 않아... NZ코리아포.. 17.08.08.
5179 뉴질랜드 NZ 톰 월시, 런던 세계 선수권 대회 포환던지기 금메달 NZ코리아포.. 17.08.08.
5178 뉴질랜드 로토루아 카운실, 한국 보령산 머드 파우더 수입 포기 NZ코리아포.. 17.08.08.
5177 뉴질랜드 요리 중 잠깐 자리 비웠다가 전 재산 날려 NZ코리아포.. 17.08.08.
5176 뉴질랜드 오클랜드 임대주택 수익, 3년 만에 올라 NZ코리아포.. 17.08.09.
5175 뉴질랜드 50만 달러에 낙찰된 ‘오클랜드의 아버지’ 초상화 NZ코리아포.. 17.08.09.
5174 뉴질랜드 임산부 7명 중 한 명꼴 “여전히 담배 핀다” NZ코리아포.. 17.08.09.
5173 호주 마누스 섬 수감 난민 사망…갖은 억측 난무 톱뉴스 17.08.09.
5172 호주 자유당 동성결혼 내홍 ‘국민투표’로 정면 돌파 톱뉴스 17.08.09.
5171 호주 무소속 상원의원 “연방의원 이중국적 내부 감사” 촉구 톱뉴스 17.08.09.
5170 뉴질랜드 뉴질랜드 출산율, 최근 가장 낮게 나타나 NZ코리아포.. 17.08.10.
5169 호주 올 7월까지의 주말 경매, 지난해 대비 32%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8 호주 오는 11월부터 시드니 서부-CBD 기차, 매주 300대 추가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7 호주 호주 육상 영웅, 베티 커스버트 사망... 79세로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6 호주 지방선거 앞두고 특정 후보, 주소지 ‘임시’ 이전 ‘파문’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5 호주 유명 교육자, "50년대 구시대 산물인 HSC 폐지돼야...“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4 호주 “시드니 항공기-유독가스 테러 모의, IS 지휘 받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3 호주 인공지능으로 인한 우리 사회 10가지 핵심 변화는...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2 호주 Australia's best country and outback festivals(1)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1 호주 Fairfax-Ipsos의 ‘포커스 그룹’ 조사; 주택가격 문제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60 호주 Fairfax-Ipsos의 ‘포커스 그룹’ 조사; 정당 지도자 인식 file 호주한국신문 17.08.10.
5159 뉴질랜드 한밤중에 사라진 아이 함께 찾아 나섰던 온 마을 주민들 NZ코리아포.. 17.08.10.
5158 호주 롯데 그룹, 골드코스트 부동산 시장서 낭패 톱뉴스 17.08.10.
5157 뉴질랜드 나무와 충돌하는 교통사고 연이어 발생, 하룻밤 새 2명 사망 NZ코리아포.. 17.08.11.
5156 뉴질랜드 백 명 중 서른 명 이상, 처방된 약 먹고 병원 입원 NZ코리아포.. 17.08.11.
5155 뉴질랜드 오클랜드 부동산 열기, 근본적인 대책 필요하다고... NZ코리아포.. 17.08.11.
5154 호주 스마트폰·긴 노동으로 잠 부족…호주 피로 사망 한해 3천명 톱뉴스 17.08.11.
5153 호주 20시간 4천500통 통화? 19만1천 달러 고지서 받은 호주 남성 톱뉴스 17.08.11.
5152 호주 홀덴 떠난 SA, 한국산 자동차 존재감 부각…SA 경찰 순찰차 채택될 듯 톱뉴스 17.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