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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 주 의회 사무처 및 각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특정 직원 대상의 따돌림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결과는 의회 권력을 가진 남성 우월적 조직의 독특한 문화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사진 : Parliament of NSW

 

남성 우월적-약탈적 직장문화 드러내, 만연된 성차별에 음란성 발언 ‘예사’

 

전 ‘반 성차별위원회’의 엘리자베스 브로데릭(Elizabeth Broderick) 위원장 주도로, NSW 주 의회 내 업무 환경에 대한 조사의 한 방법으로 진행된 비밀 면담은 만연된 성차별에 성희롱과 성폭력, 특정 직원을 향한 따돌림 또는 집단 괴롭힘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NSW 여성부의 브로니 테일러(Bronnie Taylor) 장관이 “이번 보고서를 읽은 이들 가운데는 특정 행위에 대해 양심이 찔릴 것인데, 그런 이들은 NSW 주 의회에 속해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나의 강력한 조언”이라면서 ”(불미스런 사례와 관련해) 언급된 이가 당신이라면 주 의회에서 떠나기를 바란다”고 강하게 질타한 것은 그 실상의 심각성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사 보고서는 어느 의원 또는 장관(frontbencher) 사무실이 불미스런 일의 ‘핫스폿’인지, 어떻게 직원들을 괴롭히고 가스라이트(gaslight. 심리적인 방법으로 자기가 제정신인지를 의심하게끔 누군가를 조종하는 행동) 하며, 선출직 권력에 의해 통치되어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의회 내 각 사무실에서

섹스팅이 벌어지고 있다”

 

비밀 면담 또는 비밀 서면으로 제출된 조사 대상자들의 경험담을 보면, 상당수는 현직 의원들이 여성 동료 의원 및 직원들에 대해 음란성 발언을 일삼는, 만연된 성차별 문화를 묘사하고 있다.

한 직원은 “마치 철없는 소년들이 모인 보이스 클럽(boys' club) 같다”며 “의회 내 사무실에서 섹스팅(sexting)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에 응한 또 다른 여성 직원은 “권력 불균형이 분명하게 드러나며, 현직 의원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젊은 직원을 조종하고 학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이는 매우 흔한 일로, 의원이나 고위 간부가 젊은 직원과 잠자리를 같이 하기도 한다”며 “강압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후 해당 직원에게는 절대적인 이득이 주어진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그 직원은 “이런 모습은 마치 1970년대 늙고 부유한 백인 남성이 20대의 아름다운 여성을 고용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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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직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승리지상주의 사고방식(win-at-all-cost mindset)이 강하게 자리해 있다. 의회 내의 이런 환경은 자연히 사무처 및 의원 사무실 등에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전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주 총리 당시의 NSW 주 상원의회 회의. 사진 : Parliament of NSW

  

또 다른 응답자는 “일부 의원의 경우, 미모를 갖춘 특정 연령 이하의 여성만 고용한다”며 “일종의 ‘권리주’(right stock)를 갖고 성관계의 기회를 만들고자 접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조사 대상자가 “섹스팅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은 아주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직원은 자신이 근무한 의원 사무실에서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소리를 자주 들어야 했다. 일부러 다가와서는 “가슴이 잘 어울린다고 하는 등 직장 내에서 분명하게 부적절한 발언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의원 사무실에서 정책 자문(policy advisor)을 맡은 한 여성 직원은 본래 업무와는 다른, 조직 관련 일을 맡고 중요한 정책 관련 사항은 남자 직원에게 맡기는 문화가 있다고 고발했다. 심지어 “정책 자문관임에도 의원들은 커피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는 그녀는 “게다가 남녀간 급여 차이는 끔찍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 응한 여성 가운데 야간 근무를 하는 것에 안전함을 느낀 이들은 57%에 불과했다. 반면 남성의 이 같은 답변은 80%였다.

 

“특히 ‘왕따’가

심한 사무실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한 특정 의원 및 장관 사무실의 경우, 의회 사무처나 각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잘 알려진 ‘괴롭힘 또는 따돌림의 핫스폿’임을 보여준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이 ‘왕따’를 견디다 못해 사무실을 떠난다 해도 해당 사무실 내 업무 환경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또한 특정 의원이나 장관의 리더십을 고발하기도 했다. 한 조사 대상 직원은 “최악으로 알려진 의원 사무실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일부 의원 사무실에는 그런 문제가 없다”는 그녀는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한 의원은 직원들이 기피하는 ‘최악’의 사무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문제는 해당 의원이 속한 정당 내에서도 그 의원의 올바르지 못한 인성을 알고 있지만 통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몇 직원들에 의해 언급된 의원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해당 의원에 대해 “아주 감정적이고 공격적으로 대하는 것은 물론 무례하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고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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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미디어 브리핑에서 NSW 주 여성부 브로니 테일러(Bronnie Taylor. 사진) 장관은 “이번 보고서를 읽은 이들 가운데는 특정 행위에 대해 양심이 찔릴 것인데, 그런 이들은 NSW 주 의회에 속해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나의 강력한 조언”이라면서 ”(불미스런 사례와 관련해) 언급된 이가 당신이라면 주 의회에서 떠나기를 바란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문제는 ‘권력 불균형’

 

이번 조사 보고서는 의회 내 각 사무실 직원에 대한 학대의 주요 동인 중 하나로 현직 의원과 직원 간의 ‘권력 불균형’(power imbalance)을 지적했다.

한 조사 대상자는 ‘공포의 통치’(reign of terror)를 언급했다. “불만을 드러내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일자리를 잃을까 두렵고, 그러다 결국은 견디지 못해 떠나기도 한다”며 “그들(의원들)은 정말로 능력 있는 직원을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업무와 관련하여 받는 극심한 스트레스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walking on eggshells)고 호소하면서 “그 때문에 기능장애가 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업무 처리에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적대적인 비난을 받거나 심지어는 ‘you are shit at your job’이라는 욕설까지 듣기도 한다”고 고발했다. 또한 일부는 조사에서 “직원들은 의원의 변덕에 의해 언제든 버려질 수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현직 의원은 이 직장(의회) 내 수직 관계의 최상위에 자리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갖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조사 대상자의 반응이었다”며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그 최하층에 자리해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일부 의원의 리더십은 ‘공격적’이거나 ‘징벌적’ 또는 ‘괴롭히는 스타일’로 묘사되기도 했다. 보고서는 “조사에 응한 직원의 60%는 의회 내의 위계질서 때문에 의원이나 고위 간부의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를 지적하기 어렵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win-at-all-cost mindset...

선출직 권력의 조직문화?

 

다수의 현직 의원 및 직원들 사이에는 의회 내의 적대적 성격이 의회 조직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환경에서 조직 내 변화를 기대하는 것에 회의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한 조사 응답자는 “의회 내 문화 전체가 매우 위계적, 배타적이며 잔인하고 엘리트 의식에 가득 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회에서의) 질의시간(question time)에 각 의원들이 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런 행동이 어떻게 인정받는지를 보아야만 그 조직문화가 최상층에서 어떻게 설정되고 그런 다음 의회 내 각 사무실 직원들에게 내려오는지를 알 수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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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W 주 도미닉 페로테트(Dominic Perrottet. 사진) 주 총리. 그는 “의회 내 직장 문화에 많은 독소적 요소들이 있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주었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제시된 권고사항을 모두 따를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이에 동의하는 이들은 많았다. “입법의회(Legislative Assembly)의 ‘베어핏’(bear pit. 의회나 주식시장처럼 공격적이고 논쟁적, 경쟁적인 사람들이 있는 곳을 가리킴) 같은 환경은 의회 전체(사무직 환경 포함)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한 직원은 “(의회에서 상대 정당을 공격하는) 파이터의 모든 자질은, 의원에게 있어서는 훌륭할 수 있지만 그를 ‘직장 상사’(boss)로 모시는 일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정치’ 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사고방식’(win-at-all-cost mindset)이 직장 문화에서는 해로울 수 있다. 그 직원은 “우리가 일하는 환경은 주로 상대방(다른 정당)을 쓰러뜨리고 앞서 나가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는 직원들이 서로 지원하고 공감하며, 또한 공정하고 평등한 일반 직장의 작업 환경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느슨한 음주 통제,

위압적 환경의 한 단면

 

이번 조사에서 알코올은 특히 성희롱과 관련하여 보고된 일부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NSW 주 의회 내의 직원 바(bar) 또는 사무실 내에서 근무시간 중 술을 마시는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조사에 응한 이들의 대다수는 현직 의원들이 특히 이런 술자리에서 음란성 발언을 내뱉곤 한다고 답했다. 이런 자리에 동참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해도 종종 ‘합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털어놓았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동안 술을 마시는 이들이 있으며, 때로는 근무 중 마신 술로 인해 통제불능 상태가 되기도 한다”는 한 직원은 “다른 직장에서라면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답변에 응한 현직 의원 중 68%는 ‘근무시간 중 음주가 허용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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