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등반금지 1).jpg

호주의 대표적 아이콘 중 하나인 울룰루(Uluru) 등반 금지 조치가 다른 원주민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빅토리아(Victoria) 주 그람피언스 국립공원(Grampians National Park) 일대의 원주민 그룹 ‘Eastern Marr Aboriginal Corporation’에서 원주민 문화 훼손을 이유로 이곳에서의 일반인 암벽 등반 금지를 위해 빅토리아 주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VIC 원주민 단체 ‘Eastern Marr’, 그람피언스 암벽등반 금지 추진

 

지난 달 26일을 기해 노던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레드센터 지역(Red Centre region)의 대표적 관광지 울룰루(Uluru) 바위의 등반이 전면 금지됐다.

울룰루 바위에 대한 전통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이 지역 기반의 아낭구(Anangu) 부족이 신성시 여기는 성역이라는 것이 그 주요 이유였다. 그 동안 아낭구 커뮤니티는 자신들 부족의 탄생 신화가 시작된 곳이며 선조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이유로 울룰루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바위에 오르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해 온 바 있었다.

호주에는 약 600여 원주민 부족들이 있으며 이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언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은 부족의 역사를 문자로 남기지 않았고, 구전으로 후대에 전했으며, 부족 원로들의 전통과 구전에 따라 지금도 각 부족마다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들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울룰루 등반금지 조치로 인해 다른 원주민 커뮤니티에서도 부족이 전통적으로 신성하게 여기는 장소에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수도 있다고 ABC 방송이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빅토리아(Victoria) 주 남서부 지역의 원주민 그룹인 ‘Eastern Marr Aboriginal Corporation’이 그람피언스 국립공원(Grampians National Park) 일부 장소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Eastern Marr Aboriginal Corporation’은 지금의 그람피언스 국립공원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온 원주민 부족들이 결성한 단체로, 여기에는 마아르(Maar), 이스턴 군디츠마라(Eastern Gunditjmara), 차프 우룽((Tjap Wurrung), 피크 우롱(Peek Whurrong), 키래 우룽(Kirrae Whurrung), 쿤 코판 누트(Kuurn Kopan Noot) 및 다른 원주민 부족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단체의 제이슨 미푸서드(Jason Mifsud) 의장은 “우리는 그람피언스 국립공원의 암벽에 남아 있는 원주민 벽화 예술이 암벽등반 여행자들에 의해 손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 있는 지역들에 대해 (일반인의 출입 제한을 위해) 정부와 협의 중”임을 밝혔다.

이 단체는 현재 세계적 관광지이자 호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의 90%가 넘는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미프서드 의장은 “2025년까지 그레이트 오션 로드 방문객은 8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원주민의 문화유산에 대한 훼손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는 “울룰루 등반 금지를 이끌어낸 아낭구 부족의 용기가 다른 원주민 커뮤니티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원주민 공동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낭구 부족이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 용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 다른 그룹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프서드 의장은 호주의 원주민 그룹은 후대를 위해 고유의 문화유산이 보호되기를 원한다며 “비록 이 결정이 일반 대중에게 문을 닫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비원주민 커뮤니티는 이를 수용해야 한다. 전통적 소유권을 가진 우리는 이런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종합(등반금지 2).jpg

미국 국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와이오밍 주의 데빌스 타워(Devils Tower). 이 지역 원주민들이 매년 전통 의식을 치르는 기간 동안 접근 금지가 결정됐을 당시 암벽 등반가들이 강하게 반대한 바 있다.

 

등반 금지 조치,

모든 관점 반영돼야

 

데이빗과 마가렛 휴잇(David and Margaret Hewitt) 부부는 지난 55년간 울룰루 지역 원주만 공동체에서 살아왔다. 이곳에서 원주민들을 위해 헌신한 이들은 호주 정부가 일반인에게 수여하는 공로 훈장 ‘Order of Australia’을 수훈한 바 있다.

전기 및 목공 기술을 가진 데이빗은 1970년대, 원주민들과 함께 울룰루 인근의 타운인 율라라(Yulara)를 건설하는 데 공헌했다. 또 부인인 마가렛은 이곳의 유일한 간호사로 이 지역 원주민 여성들, 특히 출산 여성들을 보살펴 왔다.

데이빗은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이 지역 남자들은 해질녘 풍경을 보고자 울룰루 바위에 오르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울룰루 등반 금지 조치에 대해 “호주사회가 원주민 그룹의 전통적 권리를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성의를 보인 하나의 예의로서 우리는 이번 조치가 전적으로 호주사회 전체를 위한 합법적인 움직임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어느 지역의 원주민 그룹이든 그들의 견해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은 바위 등반을 금지하는 아낭구 부족의 결정을 받아들이지만 ‘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Uluru-Kata Tjuta National Park) 관리위원회가 부족 원로를 비롯해 모든 아낭구 부족민들을 대변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낭구 부족의 요구를 받아들인 이번 조치는 ‘백인사회(호주 주류)가 원주민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일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울룰루 등반이 금지될 것이라는 결정이 발표된 이후, 지난 수개월 동안 울룰루를 방문한 이들은 매월 1만 명에 달했다. 이는 금지 조치 시행 이전에 마지막으로 바위에 올라보려는 이들로, 평소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종합(등반금지 3).jpg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조상으로 여기는 북섬의 타라나키 산(Mount Taranaki) 또한 울룰루와 유사한 갈등이 있다.

 

사우스 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관광학과 교수인 프레야 히긴스-데스바이올레스(Freya Higgins-Desbioles) 박사는 울룰루처럼 토착 문화를 지키려는 이들과 이에 접근하려는 일반인 사이의 긴장은 다른 국가에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레야 박사는 미국 와이오밍(Bear Lodge Ranger District, Wyoming) 주에 있는 거대한 암벽 데빌스 타워(Devils Tower)에서 관리 당국이 이 지역 원주민들의 연례 의식을 위해 특정 시기에 일반인 접근을 불허했을 때 암벽 등반가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를 표명한 실례를 들으며, “마오리 부족의 신화가 있는 뉴질랜드 북섬 타라나카 산(Mount Taranaki) 정상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는 것처럼, 이번 조치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와 유사한 일은 전 세계 어디서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등반금지 1).jpg (File Size:75.9KB/Download:28)
  2. 종합(등반금지 2).jpg (File Size:90.6KB/Download:19)
  3. 종합(등반금지 3).jpg (File Size:68.1KB/Download:27)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4751 호주 여름철 해변 즐기기... NSW 정부, ‘안전 조치’ 시작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50 호주 스몰비즈니스-고령층 대상 사이버 범죄 크게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9 호주 NSW 주, 기한 넘긴 ‘기프트 카드’ 잔액 연간 6천만 달러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8 호주 호주인 거주 지역별, 심장건강 차이 두드러져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7 호주 비숍 외교부 장관, “북핵 문제는 강력한 경제 제재로...”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6 호주 ‘무종교’ 시드니사이더, 10년 전 대비 1.5배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5 호주 시드니 카운슬, 도심 ‘나이트 라이프’ 살리기 나서...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4 호주 광역시드니 거주민 66%, “주거지 개발은 이제 그만!”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3 호주 Top 10 drives around the Northern Territory(1)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2 호주 시드니의 높은 ‘주택 가격’, 수혜 지역은 퀸즐랜드?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1 호주 베레지클리안 NSW 주 정부, 업무 해외위탁 비중 ‘초과’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40 호주 ‘이중국적 의원’ 대법원 심리, ‘헌법 44항’ 해석 이견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39 호주 채스우드 아파트 아래 도로에서 한인 여성 사망한 채 발견 ‘충격’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38 호주 호주 정규직 여성 평균 임금, 남성 대비 87%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2.
4737 뉴질랜드 뉴질랜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뚱뚱한 나라. 1위는 ? NZ코리아포.. 17.10.13.
4736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역 주택 중간 가격, 약간 오른 것으로 나타나 NZ코리아포.. 17.10.13.
4735 호주 채스우드 고층 아파트 ‘데이트 폭력’ 투신 소동 및 여성 사망 사건의 진상은? 톱뉴스 17.10.14.
4734 호주 “일요일 근무수당 삭감 조치 존속” 톱뉴스 17.10.14.
4733 호주 “북한 도발 둘러싼 살벌한 설전에 떨고 있는 호주인들” 톱뉴스 17.10.14.
4732 호주 파이필드 통신장관, “공영방송사도 공정한 경쟁해야”…미디어 개혁법 당위성 재역설 톱뉴스 17.10.14.
4731 호주 SA 주의회 출마 선언 제노폰 연방상원의원 첫 걸음부터 ‘삐걱’. 톱뉴스 17.10.14.
4730 호주 호주-한국, 외교 국방 2+2 개최…”강한 제재로 배핵화 견인” 톱뉴스 17.10.14.
4729 호주 <한글날 특집> 뜨거워지는 한글 열기...휘청거리는 한글 표기 톱뉴스 17.10.14.
4728 호주 호주 소득수준 10년전 대비 평준화…소득 격차는 더 커져 톱뉴스 17.10.14.
4727 호주 사용하고 난 전자 제품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톱뉴스 17.10.14.
4726 호주 연방 및 주정부, 여름철 절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 톱뉴스 17.10.14.
4725 호주 브리즈번 주민, 휘발유 값으로 연 5천만 달러 추가 지출 톱뉴스 17.10.14.
4724 호주 토니 애벗 전총리 독설 이번에는 기후변화정책 “정조준” 톱뉴스 17.10.14.
4723 호주 “시드니 단독 주택이 사라지고 있다” 톱뉴스 17.10.14.
4722 호주 테이블 매너는 확실히 지킨다! 톱뉴스 17.10.14.
4721 호주 “한국의 목소리” 매력 만발 톱뉴스 17.10.14.
4720 뉴질랜드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는? NZ코리아포.. 17.10.15.
4719 뉴질랜드 ‘안전한 도시’ 세계 16위에 오른 웰링턴 NZ코리아포.. 17.10.15.
4718 뉴질랜드 ‘NZ 올해의 새’ 투표에서 압도적 1위는 앵무새 ‘키아(Kea)’ NZ코리아포.. 17.10.15.
4717 뉴질랜드 세계 경제 시장, 지난 2007년과 비슷한 조짐 경고 NZ코리아포.. 17.10.16.
4716 뉴질랜드 나무 위에 착륙한 패러글라이더, 한 시간 넘게 걸려 구조돼 NZ코리아포.. 17.10.16.
4715 뉴질랜드 목장에 착륙한 비행기 보고 몰려든 소떼들 NZ코리아포.. 17.10.16.
4714 뉴질랜드 빛의 축제, 드왈리 페스티벌 밤9시 불꽃놀이로 마감 NZ코리아포.. 17.10.16.
4713 뉴질랜드 해산물 불법 채취 후 판매, 3년 동안 낚시와 채취 금지 판결 NZ코리아포.. 17.10.17.
4712 뉴질랜드 오클랜드 주택 가치 평가, 최고 50% 오를 것으로 예상 NZ코리아포.. 17.10.17.
4711 뉴질랜드 개에게 물려 죽은 새끼 물개들 “DOC, 개 주인들에게 경고” NZ코리아포.. 17.10.17.
4710 뉴질랜드 아픈데도 불구하고 마지막 근무까지 마치고 죽은 경찰견 NZ코리아포.. 17.10.17.
4709 뉴질랜드 오클랜드 지역, 주택 자재 가격 6.8% 올라 NZ코리아포.. 17.10.18.
4708 뉴질랜드 오클랜드 해변과 식당 옥외 좌석, 금역 지역으로 지정 예정 NZ코리아포.. 17.10.18.
4707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3분기 낮은 경매율, “둔화 조짐 아니다”...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9.
4706 호주 NSW 주 정부, 이너웨스트 대중교통 개선안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9.
4705 호주 스트라스필드 광장서 ‘음식과 재즈’ 이벤트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9.
4704 호주 ‘사커루’의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오프’ 경기일 확정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9.
4703 호주 NBN 기반의 인터넷-무선전화 소비자 불만, 크게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9.
4702 호주 ‘2017 HSC’ 시험 시작, 학생들 ‘고군분투’ 모드 file 호주한국신문 1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