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원주민 가수).jpg

‘이 시대 최고의 목소리’라는 평가와 함께 호주는 물론 전 세계 수많은 팬을 확보했던 원주민 가수 G 유누핑구씨가 4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평소 앓아오던 간 및 신장 관련 질환이 직접적인 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한 호주 언론들은 원주민 커뮤니티의 문화적 감수성을 감안, 그의 풀네임(full name)과 사진은 게시하지 않았다.

 

금주 화요일(25일) 다윈 소재 병원서 간 질환으로... 향년 46세

 

‘이 시대 최고의 목소리’(Voice of a generation)라는 평가를 받으며 호주는 물론 전 세계 음악팬을 확보하고 있는 호주 원주민 가수 G 유누핑구(G Yunupingu) 박사가 금주 화요일(25일)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 소재 병원에서 4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을 공표한 유누핑구 박사의 소속사는 평소 앓아오던 간 및 신장 관련 질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최북단, 안헴랜드(Arnhem Land. 울창한 밀림과 바위, 강이 어우러진 원주민 문화유산보호지구) 지역, 엘코 아일랜드(Elcho Island)의 ‘욜릉우’(Yolngu) 부족에서 장님으로 태어는 그는 영어와 부족언어인 ‘욜릉우’ 언어의 음악으로 수백 만 장의 음반을 판매한 최고 대중음악가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 이면에는 수년간 이어진 간 및 신장 관련 질환과의 힘겨운 싸움이 있었다.

유누핑구 박사는 “호주 대중가수 중 최고의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전 세계 투어에서는 미국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전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Queen Elizabeth II), 교황이 참석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유누핑구 박사의 소속사이자 음반회사인 ‘스키니피시’(Skinnyfish) 측은 “그의 데뷔 앨범(‘Gurrumul’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솔로 앨범이다)은 그를 ‘이 시대 최고의 목소리’라는 평가를 끌어냈으며 호주 국내에서 ‘트리플 플래넘’(triple platinum. 3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 달성)을 기록하는가 하면, 영국에서 ‘실버’(silver. 특정 수량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가수에게 주는 상)를 안겨 일약 최고의 가수로 굳혀놓았다”며 “전 세계 각국 음반 차트에서도 수차례 최고 대중가요에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그는 시드니대학교에서 음악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학 아나 레이드(Anna Reid) 부교수는 그에 대한 명예 박사학위 수여에 대해 “음악 부문에서 아주 빼어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레이드 부교수는 “그의 탁월한 목소리는 연약한 듯하면서도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 영적인 요소, 원주민의 땅과 조상에 대한 감정적 힘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이어 “원주민 문화에서 얻은 음악적 영감은 고향인 안헴랜드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면서 “그의 조용하고 내성적 성격은 그의 음악과 어우러져 호주는 물론 전 세계 청중들과의 영적 유대감을 형성해나갔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그는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의 ‘올해의 호주인’(Australian of the Year)으로 선정되었으며, 가수 데뷔 후 호주 음반협회(Australian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ARIA)가 주관하는 ‘ARIA Music Awards’를 5차례나 수상했다. ‘ARIA Music Awards’는 호주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상으로, 유누핑구 박사가 이 상 후보에 오른 것만도 9차례나 된다.

또한 지난해에는 원주민 토레스 해협 도서민들의 역사-문화 기념 주간인 ‘NAIDOC(National Aboriginal and Islander Day Observance Committee) Week’(매년 7월 첫 주 일요일에서 그 다음 주 일요일까지)를 기해 수여하는 ‘NAIDOC Awards’에서 ‘Artist of the Year’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그의 딸 자스민(Jasmine)은 아버지를 대신해 수상한 자리에서 “최고의 롤 모델”이라는 말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면서 “우리 가족은 물론 원주민 지역사회를 자랑스럽게 만든 사람”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서 음악담당 전문 기자로 일했던 브루스 엘더(Bruce Elder)씨는 지난 2008년 유누핑구 박사에 대해 “호주 대륙의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고 묘사한 바 있다. “그의 음악은 너무 아름답고 감정이 넘치며 열정과 감동이 담겨져 청중을 압도한다”고 언급한 그는 “그것은 마치 문화적 장벽을 넘어 마르지 않는 깊은 샘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며 “그는 진정으로 보편적인 감정의 다리를 발견한 사람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호주 록 밴드 ‘미드나이트 오일’(Midnight Oil)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전 노동당 의원 피터 가렛(Peter Garrett)씨는 유누핑구 박사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존경하는 친구”라는 말로 경의를 표하며 “그는 진정 위대한 음악가였다”는 글을 남겼다.

가렛 전 의원은 이어 “할 일이 많은 나이에 사망했다는 것은 너무 슬픈 소식”이라며 “가족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노동당 대표직을 역임했던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수상도 “위대한 인물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며 “위대한 민족의 아들로, 특별한 마법과도 같은 목소리를 가졌던 사람”이라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호주 원주민 출신 랩 듀오인 ‘A.B. Original’의 브릭스(Briggs)는 “진정으로 내 친구 유누핑구 박사가 그리워질 것이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의 가족에게 사랑을 전한다”고 말했다.

유누핑구 박사는 지난 2009년 호주 유명 미술공모전인 ‘아치볼드’(Archibald. 호주 국내 유명인을 묘사한 초상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 가이 매스트리(Guy Maestri)의 작품 주인공이기도 했다.

‘아치볼드’에서 대상을 수상한 뒤 매스트리씨는 유누핑구 박사를 작품의 주제로 정하면서 “위대한 음악가의 조용하고 강한 존재감을 그림에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아치볼드 공모 작품을 위해 한 달 넘게 유누핑구 박사의 음악들 들으며 일했다”는 그는 “그의 노랫말을 읽고 각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했는데, 그 모든 과정이 감각적인 경험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누핑구 박사는 자신의 생애를 담은 영화가 8월 개막하는 멜번 국제영화제에서 공연되기를 기다리던 상태였다.

소속사인 ‘스키니피시’의 마크 그로스(Mark Grose) 대표에 따르면 유누핑구 박사의 긴 질환은 B형 간염에서 비롯되어 수년간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호주 유명 음악자 중 하나이자 유누핑구 박사의 친구인 보건 윌리엄스(Vaughan Williams)씨는 유누핑구 박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화요일(25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사망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병원 측의 치료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유누핑구 박사의 사망 소식을 전한 호주 언론들은 호주 원주민 커뮤니티의 문화적 감수성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유누핑구 박사의 풀네임(full name)을 밝히지 않았으며 그의 사진도 게재하지 않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원주민 가수).jpg (File Size:36.9KB/Download:3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4301 호주 STEM 전공자 배출 과잉, 수요 부족으로 취업난 심화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300 호주 시드니 시티 카운슬, 유학생 위한 무려 법률 정보 ‘앱’ 출시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299 호주 ‘올리버’와 ‘샬롯테’, 10년간 NSW 주 신생아 최고 ‘인기’ 이름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298 호주 Northern Territory, ‘여행자 유치’ 새 전략으로 ‘원주민 문화체험’ 앞세워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297 호주 호주 선물시장, 10월 금리인하 '기정사실'... 실업률 상승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296 호주 시드니 주택 임대료 ‘flat’... 북부 해변 지역은 다소 올라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295 호주 지난 3월 시드니 경매 낙찰률, 지난 12개월 이래 가장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294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충동구매?... 뉴타운 테라스 주택, 315만 달러로 치솟아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8.
4293 뉴질랜드 국민 대다수 “정부 총기관리 정책 변화 ‘옳다’” NZ코리아포.. 19.04.17.
4292 뉴질랜드 NZ사람들, 건강이나 가난보다 휘발유 가격을 더 걱정 NZ코리아포.. 19.04.17.
4291 뉴질랜드 지난해 스피드 카메라로 적발된 벌금 액수, 2013년도의 20배 NZ코리아포.. 19.04.16.
4290 뉴질랜드 새로운 여론조사, 아던 총리 취임 후 최고 지지율 51%기록 NZ코리아포.. 19.04.16.
4289 뉴질랜드 IS에 납치된 NZ간호사 아카비 이름 공개, 신변 위험 우려 제기 NZ코리아포.. 19.04.16.
4288 뉴질랜드 오토바이 갱단 급습한 경찰, 370만달러 상당의 자산들도 압류해 NZ코리아포.. 19.04.12.
4287 뉴질랜드 넬슨 만델라의 생애를 담은 전시회, 오클랜드에서 개최 예정 NZ코리아포.. 19.04.12.
4286 호주 호주인들, “세금 인하보다는 더 저렴한 생활비 원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85 호주 총선 겨냥한 예산 계획, 집권당 지지도에는 플러스 효과 없어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84 호주 불안정한 일자리... ‘second job’ 갖는 직장인, 기록적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83 호주 대학졸업 학위, 더 이상 ‘직장’을 보장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82 호주 올 연방 선거일, 5월18일로... 모리슨 총리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81 호주 ‘사랑과 희생’... 기독교의 가치 생각하는 시간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80 호주 애니메이션 ‘블루이’, 해외 진출... ‘호주 영어’도 세계로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9 호주 결혼적령기 남녀 비율 심한 중국, 미얀마 등에서 ‘신부 매매’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8 호주 2019년 ‘Travellers' Choice Awards’... ‘싱가로프 항공’, 최고 항공사에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7 호주 중국 공관, 지방의회에 ‘반공산당 미디어’ 제재 ‘압력’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6 호주 10%의 제한속도 초과는 허용 가능한 범위일까...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5 호주 노동조합-일부 기업들, 부활절 휴가 연장 권유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4 호주 높은 주택 가격 피하려는 시드니사이더들의 최다 관심 지방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3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예비 구매자들 몰린 피터샴 주택, 잠정가서 35만 달러 ↑ file 호주한국신문 19.04.11.
4272 호주 호주의 ‘우편번호’ 지역별 고수입-저소득 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71 호주 Federal Budget 2019- 정부 예산 계획의 승자와 패자는?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70 호주 Federal Budget 2019- 주요 내용은 ‘중산층 소득세 인하’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9 호주 베레지클리안 주 총리 “거주민 삶의 질 향상에 중점 두겠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8 호주 10 breathtaking outdoor bathtubs around Australia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7 호주 호주 주요 도시의 지역별 인구성장 격차 두드러져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6 호주 서울-제주 노선, 지난해에도 전 세계 최다 항공기 운항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5 호주 올해 ‘아치볼드’ 공모에 시드니 거주 104세 노인 참가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4 호주 호주인들, 연간 89억 달러 상당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3 호주 멜번의 높은 임대료 피해 지방 도시 이주 지속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2 호주 호바트, 더 이상 주택 가격 저렴한 도시 아니다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1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아난데일 소재 테라스 주택, 예비 구매자들 사로잡아 file 호주한국신문 19.04.04.
4260 뉴질랜드 오클랜드 주택가 소폭 하락, 지방은 더욱 느린 비율로 상승 NZ코리아포.. 19.04.04.
4259 뉴질랜드 관광섬 훼손 관련 취재 중이던 NZ언론인, 피지에서 구금돼 NZ코리아포.. 19.04.04.
4258 뉴질랜드 화카타네 커뮤니티, 중국 소유 생수 회사와 법정 싸움 기금 모금 NZ코리아포.. 19.04.03.
4257 뉴질랜드 속도위반 단속 건수 상위 20대 스피드 카메라, 4천 4백만 달러 벌금 부과 NZ코리아포.. 19.04.03.
4256 뉴질랜드 연금 기금, 무기 소매상과 제조업체 투자 배제 검토 NZ코리아포.. 19.04.03.
4255 뉴질랜드 22개월된 아기, 유치원에서 사과 먹다가 사레 걸려 뇌손상 NZ코리아포.. 19.04.02.
4254 뉴질랜드 뉴질랜드 임업 분야, 급속한 발전 NZ코리아포.. 19.04.02.
4253 뉴질랜드 새로운 고용법, 오클랜드 운전사와 버스 부족으로 서비스 위기 NZ코리아포.. 19.04.02.
4252 뉴질랜드 윌리엄 왕자 “여왕 대신해 테러 희생자 추모하고자 CHCH 방문한다” NZ코리아포.. 1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