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열풍 0).jpg

지독한 가뭄과 일찍 시작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19세기 말 호주 전역을 휩쓸었던 가뭄과 열풍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열풍은 과거와 비교해 한층 뜨거워졌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는 호주 내륙의 한 목장. 사진 : National Museum of Australia

 

1896년, 435명 목숨 앗아간 열풍... “지금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변화 관련 과학자들 경고, “당시 기온측정 방식 감안하면 2도 정도 높게 기록”

 

지난주 부터 내린 비로 인해 시드니에서 울릉공 남부에 이르는 동부 해안지역의 산불들은 모두 진정이 됐지만 2월17일(화) 현재 캔버라 남단 및 빅토리아 주에서는 여전히 20여 곳의 지역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NSW RURAL FIRE SERVICE, Fires near me 지도 참조).

지난해,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산불은 호주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가장 극심했던 NSW 주의 산불 사태로 지난 연말까지만 1천 채 이상의 가옥을 전소시켰으며 농장과 야생동물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안겨주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연말의 산불에 대해 ‘극히 이례적이며, 산불의 강도 및 피해 규모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 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열풍 1).jpg

가뭄과 열풍이 호주 전역을 휩쓸었던 19세기 말, NSW 주 서부 내륙 버크(Bourke)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48.9도의 열풍이 있었으며, 그 피해가 막대했다. 사진은 당시 화가인 JA Commins가 묘사한 ‘In Drought Time’. 호주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소장.

 

이는 비단 산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름철, 한낮의 기온을 급격하게 높이는 열풍 또한 보다 뜨거워졌으며 자주 발생되고 있다.

호주에서 열풍과 관련해 가장 큰 피해로 기록된 것은 1896년이다. 당시 이 뜨거운 기온으로 호주에서는 43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1895년 말에서 1896년 초 사이의 가뭄과 더불어 가장 치명적인 자연재해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에도 열풍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는 계속됐다. 2009년 이후, 이로 인한 사망자 수는 432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1896년 이상기후가 이어지던 당시 NSW 주 서부 내륙 버크(Bourke)에서는 지역 인구의 1.6%에 달하는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식민정부인 NSW 당국은 “병원의 환자수용에 한계를 보였고, 길거리에는 많은 이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또 지역 언론들은 ‘버크 지역은 세 차례에 걸쳐 섭씨 48.9도의 열풍이 있었으며 24일 연속 38도 이상의 높은 기온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종합(열풍 2).jpg

1902년 호주 전역의 극심한 가뭄 당시, 바닥을 드러낸 달링 리버(Darling River). 사진 : 호주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근래 호주의 열풍이 기록적인 기온을 기록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19세기 후반의 이상기후를 거론하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극히 단순한 비교”라면서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열풍은 과거와 비교해 한층 뜨거워졌다”고 지적한다.

 

1896년의 이상기온,

패닉에 빠진 버크 타운

 

1896년 1월, 버크 지역신문인 ‘Bourke Western Herald’는 “엄청난 기온의 열풍으로 금세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현재 버크 지역에 남아 있는 것은 자살 행위”라고 경고했다.

뒤이어 신문은 “14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왔으며, 이는 모두 뜨거운 기온이 계속된 데 따른 것”이라며 “급격하게 늘어나는 사망자를 감안할 때 버크가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종합(열풍 3).jpg

1900년, NSW 주 내륙 광산도시 브로큰 힐(Broken Hill)을 뒤덮은 먼지 폭풍. 사진 : 호주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Australia)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역 당국은 마차에 얼음을 싣고 거리를 순찰하며 열사병(heatstroke) 피해자들을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거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산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할인된 기차 통행권을 발급했다.

그해 1월 15일, 시드니 리드컴의 룩우드(Rookwood) 묘지에는 열풍으로 인한 사망자 70위의 장례식이 한꺼번에 치러지기도 했다.

 

호주의 열풍 최고 기온은

2005년 이후에 나왔다

 

사실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 기록을 보면, 호주에서의 최고 기온은 2013년 발생한 열풍에 의한 것이었다. 이어 2005년 및 2018년 기온 수치들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1896년의 엄청난 기온은 기후 회의론자들이 지적하는 대표적 현상으로 남아 있다. 국민당 소속의 조지 크리스텐슨(George Christensen) 연방 의원은 지난 2014년 국회 성명에서 ‘호주에서 가장 뜨거웠던 날을 언급할 때, 1896년의 열풍을 고려하지 않는’ 기상청을 비난한 바 있다.

 

종합(열풍 4).jpg

오늘날 자연재해에 대해 일부에서는 “기후변화라고 단정하기에는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기상 및 환경 전문가들은 “지금의 기온은 이전과 비교해 분명히 높아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1890년대를 전후해 운영되었던 NSW 내륙 버크(Bourke, NSW)의 낙타 운송 행렬. 사진 : 응용과학박물관(Museum of Applied Arts and Sciences)

 

하지만 기상청은 호주의 날씨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온을 기록하는 방법은 1900년대 초까지 표준화되지 않아 그 이전의 팽창된 기온을 측정하는 상황이었다.

오늘날 기온을 측정하는 표준은 온도계가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또한 비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스티븐슨 스크린’(Stevenson screen) 사용을 포함하고 있다. 1908년 8월 이전까지 버크에는 이 스트븐슨 스크린이 설치되지 않았다. 이는 당시 기온 측정에서 섭씨 2도 정도가 부풀려졌음을 의미한다.

멜번대학교 기후학자인 린든 애쉬크로프트(Linden Ashcroft) 연구원은 “1896년 버크의 기온측정기기는 표준 이하의 조건에 있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일부 온도측정 기기는 베란다 아래에 있거나 석조 건축물이 아닌 곳에 있었고, 따라서 온도측정 기기가 햇볕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변 공기의 온도를 잡아내는 것은 아니며 햇볕 아래 서 있는 느낌이 들 정도의 온도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호주 기상청도 지난 2017년 보고서에서 “1896년의 데이터는 오늘날의 기록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기상청은 “당시에 대한 보다 상세한 연구에 의하면 1896년 열풍 중 버크에서 기록된 높은 기온은 비표준 노출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며, 표준 계측으로 기록된 기온에 비해 2도 정도 더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종합(열풍 5).jpg

1900년대 초 가뭄으로 바닥까지 말라버린 NSW 주 마이올(Myall) 지역의 머레이 강(Murray River).

사진 : NSW 주립도서관(State Library of New South Wales)

 

“당시 사람들은 열풍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지적

 

NSW대학교 기후연구원인 사라 퍼킨스 커크패트릭(Sarah Perkins-Kirkpatrick) 박사는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열풍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어 그 영향에 더 취약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녀는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옷을 입었고 에어컨이 없었으며 주로 밖에서 일을 했다”며 “또한 집밖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기온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퍼킨스 커크패트릭 박사는 결함이 있었던 온도측정 기기 상태를 고려한다 해도 1896년의 평균 온도는 오늘날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1896년경의 호주 평균 온도는 이전의 평균 기온에 비해 약 1도 높은 수준이었다”는 그녀는 “이는 2013년 여름 평균기온보다 1.5도 낮으며, 지난 2018년 여름 평균기온과 비교하면 2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1896년 여름은 무더웠던 게 사실이지만, 이후 호주가 겪은 일부 여름에 비해 높은 기온은 아니었다”는 게 퍼킨스 커크패트릭 박사의 설명이다.

 

종합(열풍 6).jpg

1879년 가뭄 당시 화가인 사뮤엘 칼버트(Samuel Calvert)가 묘사한 NSW 주 드라이 크릭(Dry Creek)의 양 목장.

호주 국립도서관(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소장.

 

열풍에 의한 사망자 수

(10년 단위 집계. 연도 : 사망자 수 / 1천명당 사망자 비율)

1840-49년 : 5명 / 0.18%

1850-59년 : 48명 / 0.65%

1860-69년 : 61명 / 0.45%

1870-79년 : 112명 / 0.59%

1880-89년 : 80명 / 0.30%

1890-99년 : 483명 / 1.40%

1900-09년 : 535명 / 1.33%

1910-19년 : 827명 / 1.69%

1920-29년 : 616명 / 1.04%

1930-39년 : 803명 / 1.19%

1940-49년 : 384명 / 0.52%

1950-59년 : 285명 / 0.31%

1960-69년 : 276명 / 0.24%

1970-79년 : 164명 / 0.12%

1980-89년 : 56명 / 0.04%

1990-99년 : 65명 / 0.04%

2000-09년 : 532명 / 0.26%

(Source: PerilAUS, Risk Frontiers)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열풍 0).jpg (File Size:77.4KB/Download:19)
  2. 종합(열풍 1).jpg (File Size:74.7KB/Download:19)
  3. 종합(열풍 2).jpg (File Size:108.5KB/Download:12)
  4. 종합(열풍 3).jpg (File Size:68.3KB/Download:11)
  5. 종합(열풍 4).jpg (File Size:81.3KB/Download:15)
  6. 종합(열풍 5).jpg (File Size:90.8KB/Download:15)
  7. 종합(열풍 6).jpg (File Size:111.7KB/Download:16)
  8. 종합(열풍 7).jpg (File Size:48.6KB/Download:1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51 호주 시드니 주택가격, 5월 이후 다시 ‘오름세’ 호주한국신문 14.07.03.
6550 호주 아프가니스탄 파병 호주 군인 사고로 사망 호주한국신문 14.07.03.
6549 호주 비만 및 과체중, “천식 유발과 깊은 관련 있다” 호주한국신문 14.07.03.
6548 호주 베트남 전쟁 난민에서 남부 호주 주 총독 지명자로 호주한국신문 14.07.03.
6547 호주 호주 10대 2명, 중동 지역 반군 세력에 합류 ‘추정’ 호주한국신문 14.07.03.
6546 호주 ACT, ‘호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 꼽혀 호주한국신문 14.07.03.
6545 호주 연방정부, “가정폭력 가해자, 숨을 곳 없다” 호주한국신문 14.07.03.
6544 호주 호주 최고 부자들은 누구... 호주한국신문 14.07.03.
6543 뉴질랜드 주택구매 능력 하락, 건설승인은 최고치 기록 굿데이뉴질랜.. 14.07.09.
6542 뉴질랜드 경찰 피해 수영으로 강 횡단… 맞은편서 기다리던 경찰에 결국 검거 file 굿데이뉴질랜.. 14.07.09.
6541 호주 시드니, 고층 건물 건축 경쟁에서 멜번에 뒤져 호주한국신문 14.07.11.
6540 호주 “아베는 세계 악의 축”... 한-중 교민들, 항의 시위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9 호주 OKTA 시드니, 오는 8월 차세대 무역스쿨 개최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8 호주 한국대사관, ‘한국음식 소개의 밤’ 마련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7 호주 주택임대 수요 지속,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6 호주 ‘One-punch’ 사망 가해자, 검찰 항소심서 추가 실형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5 호주 기차 안서 특정 승객에 폭언 퍼부은 여성 기소돼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4 호주 호주 상위 7명의 부, 173만 가구 자산보다 많아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3 호주 웨스트필드 쇼핑센터 살인사건, ‘삼각관계’서 비롯된 듯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2 호주 NSW 교정서비스, 재소자 ‘자체 생산’ 프로그램 ‘결실’ 호주한국신문 14.07.11.
6531 뉴질랜드 2014 Korean Culture Festival 500여 명 열광의 밤 file 굿데이뉴질랜.. 14.07.11.
6530 뉴질랜드 노동당 총선공약 교육분야에 총력전, 10억불 소요예상 file 굿데이뉴질랜.. 14.07.11.
6529 뉴질랜드 NZ방문-日총리 아베, 집단 자위권 이해 구해 굿데이뉴질랜.. 14.07.11.
6528 뉴질랜드 NZ 우유가격, 캐리 트레이드에 '역풍'될 수도 file 굿데이뉴질랜.. 14.07.11.
6527 뉴질랜드 NZ텔레콤-SK텔레콤, 사물인터넷 MoU 체결 file 굿데이뉴질랜.. 14.07.11.
6526 호주 파라마타 고층 빌딩 건설, 계속 이어져 호주한국신문 14.07.17.
6525 호주 시드니 이너 웨스트 지역 임대료, 크게 치솟아 호주한국신문 14.07.17.
6524 호주 동포 자녀 탁구 꿈나무들, 전국대회서 기량 뽐내 호주한국신문 14.07.17.
6523 호주 상공인연 강흥원 부회장, 17대 회장에 호주한국신문 14.07.17.
6522 호주 김봉현 대사, 호주 정계 인사 면담 호주한국신문 14.07.17.
6521 호주 이스트우드 추석 축제, 오는 9월6일 개최 호주한국신문 14.07.17.
6520 호주 호주-한국 대학 공동 ‘현대 한호 판화전’ 개막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9 호주 한인회, ‘문화예술 전당 및 정원’ 건추위 구성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8 호주 호주 정치인, 노조 관계자도 ‘세월호 특별법’ 청원 동참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7 호주 주택 소유 또는 임대,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일까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6 호주 육아 전문가들, ‘부모환경 따른 육아 보조금 제한’ 비난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5 호주 호주 수영계의 전설 이안 소프, “나는 동성애자”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4 호주 호주 수영(자유형) 간판 이먼 설리번, 은퇴 발표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3 호주 센트럴 코스트서 ‘위기의 남자’ 구한 영화 같은 장면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2 호주 NSW 스피드 카메라 단속, 1억5천만 달러 벌금 부과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1 호주 자유민주당 레이온젬 상원의원, 동성결혼 법안 발표 호주한국신문 14.07.17.
6510 호주 상습 무면허 운전 남성, 2153년까지 ‘운전 금지’ 호주한국신문 14.07.17.
6509 호주 길거리서 인종차별 폭행, 두 캔버라 주민에 ‘유죄’ 호주한국신문 14.07.17.
6508 호주 호주국적 이슬람 전도사, 테러리스트로 체포 호주한국신문 14.07.17.
6507 호주 시드니 부동산 경매 시장, 2주 연속 낙찰률 ‘순조’ 호주한국신문 14.07.24.
6506 호주 SIFF, 제2회 영화제 앞두고 도심서 ‘Art Market’ 마련 호주한국신문 14.07.24.
6505 호주 ‘독도 알리기’ 5km 단축 마라톤 열린다 호주한국신문 14.07.24.
6504 호주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호주한국신문 14.07.24.
6503 호주 ‘한상대회’ 인적교류,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져 호주한국신문 14.07.24.
6502 호주 ‘월드옥타 시드니’ 차세대 무역스쿨 강사진 구성 호주한국신문 1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