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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출간한 소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를 통해 인종차별 문제를 부각,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하퍼 리(Harper Lee. 사진)가 지난 주 금요일(19일, 미 앨라바마 현지시간) 타계했다.

 

인종차별 문제 조명,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현대문학 작품 중 하나인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의 작가 하퍼 리(Harper Lee)씨가 지난 주 금요일(19일, 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89세.

이날 국영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그녀의 타계 소식은 고향인 앨라바마 주 먼로빌(Monroeville)에 있는 작가의 자택에서 확인됐다.

‘앵무새 죽이기’ 이후 소설 집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리씨는 지난해 두 번째 소설 ‘파수꾼’(Go Set a Watchman)을 출간했었다.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수많은 독자와 언론의 요청에도 불구, 미국 남부 특유의 느린 억양을 가진 작가 리는 이 모든 것을 사양한 채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왔다.

그녀는 삶의 끝자락을 먼로빌의 요양시설에서 시력 및 청력 악화와 뇌졸중 투병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세기 전인 1960년 발간한 그녀의 첫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그녀에게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으며 일약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 소설은 1960년대의 우울한 시기, 미국 남부지역의 인종 차별을 조명했고 곧이어 각국 언어로 출간되면서 전 세계 문학인들의 필독서가 됐다.

첫 소설 이후 오랜 시간 끝에 지난해 내놓은 두 번째 소설 ‘파수꾼’도 ‘앵무새 죽이기’와 유사한 인물을 등장시키되 다른 시각에서 이 문제를 조명, “고통스럽다”, “충격적이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문학계를 흔들어 놓았다.

‘파수꾼’에서는 전작 ‘앵무새 죽이기’의 서술자로, 이제는 성인이 된 스코트(Scout)를 환멸에 빠뜨린, 인종차별 시각의 소유자 늙은 애티커스 핀치(Atticus Finch)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리의 고향에 위치한 작은 서점 ‘Ol Curiosities and Book Shoppe’을 운영하는 스펜서 마드리(Spencer Madrie)씨는 “우리는 아주 명석하고 위대한 작가를 잃었다”고 애통해 하면서 “우리는 그녀의 솔직함, 재능 그리고 아마도 준비가 덜 된 이 세상에 그녀가 남긴 진실들을 통해 하퍼 리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US’의 마이클 모리슨(Michael Morrison) 대표는 “이 세상은 하퍼 리가 훌륭한 작가였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녀가 엄청난 유머와 겸손 그리고 친절함을 지닌 매우 특별한 여인이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를 회상했다.

이어 “그녀는 좋아하는 책과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아주 ‘개인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 대로 살았다”는 그는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하퍼 리를 추모했다.

하퍼 리는 1926년 4월28일 먼로빌에서 AC와 프란시스 핀치 리(Frances Finch Lee)씨의 네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남북전쟁 당시의 군 장교였던 로버트 리(Robert Lee) 장군의 후손이기도 하다.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나레이터로 등장하는 꼬마 스코트처럼 리 역시 말괄량이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 앨라바마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던 그녀는 대학 졸업을 6개월 앞두고는 홀연히 뉴욕으로 떠나 항공사 예약부 직원으로 일하며 문학에 빠져들었다.

1956년, 친구인 마이클(Michael)과 조이 브라운(Joy Brown)은 그녀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건넸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집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1년간의 경제적 지원이었고, 이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대작 ‘앵무새 죽이기’이다.

리는 이밖에도 그녀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앵무새 죽이기’에서 허약하고 조숙한 인물로 등장한 딜(Dill)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 영감을 준 트루먼 카포트(Truman Capote)를 도와 또 다른 위대한 미국 작품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59년, 그녀는 한 농장 가정의 살인사건에 대한 냉정한 서술을 담은 작품 ‘냉혈한’(In Cold Blood)을 집필하기 위해 켄자스(Kansas) 주의 홀콤(Holcombe)으로 향하는 카포트와 동행하게 된다.

카포트가 그녀의 ‘앵무새 죽이기’ 집필을 도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으나, 찰스 쉘즈(Charles J Shields)는 2006년 출간한 전기 ‘앵무새: 하퍼 리의 초상’을 통해 이를 반박했다.

그는 또한 카포트의 작품 ‘냉혈한’에 대한 하퍼 리의 기여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리의 여동생은 카포트가 리의 퓰리처상 수상을 질투했기 때문에 결국 이 두 작가의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앵무새 죽이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또한 미국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이 영화 역시 196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작품으로 선정되었으며, 영화에서 애티커스를 연기한 배우 그레고리 팩(Gregory Peck)은 최우수 연기상을, 각본을 맡은 호튼 푸트(Horton Foote) 역시 각본상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 하퍼 리에 대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그녀의 실제 퍼스트 네임은 넬(Nelle)이지만 Nellie 혹은 Nell 등의 철자 혼동을 우려해 미들 네임인 Harper로 집필 활동을 했다.

-‘앵무새 죽이기’ 속의 등장인물 중 딜(Dill)은 그녀의 어린 시절 친구 트루먼 카포트를 실제 모델로 함. 후에 카포트 역시 리를 자신의 작품 ‘다른 목소리, 다른 공간’(Other voices, Other rooms)의 등장인물로 설정했다.

-1960년 출판된 ‘앵무새 죽이기’는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실제 ‘앵무새 죽이기’보다 이전에 쓰여 졌던 원고가 발견 되었을 때 그녀의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이는 전작에서 정의롭고 따뜻한 변호사로 그려졌던 주인공 애티커스(Atticus)가 두 번째 출판물 ‘파수꾼’에서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묘사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리와 배우 그레고리 팩은 영화 ‘앵무새 죽이기’ 영화를 작업하면서 친구가 되었고 가족 같은 사이로 오랜 시간 함께 했다.

-‘앵무새 죽이기’는 그녀의 고향 앨라바마 먼로빌에 가내공업 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기념하는 박물관도 건립되었다.

-리는 ‘앵무새 죽이기’ 음료 받침대(coasters) 등과 같은 상품들을 박물관에서 무허가 판매한 혐의로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배우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과 캐서린 키너(Catherine Keener)는 카포트의 저서 ‘냉혈한’(In Cold Blood)을 극화한 영화에서 하퍼 리를 연기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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