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낙태1).jpg

지난 6월9일 시드니 젊은이들이 미국의 극우 낙태 법안에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 AAP

 

최근 시드니 도심서 대규모 반대 시위 벌여 - “Our Bodies Our Choice”

 

한국은 물론 호주 NSW 주 에서도 낙태는 불법이다. 그러나 원치 않는 임신이나 기타 이유로 사실상 낙태시술이 손쉽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존엄성에 대한 논쟁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여러 주에서 강력한 낙태금지법이 도입된 후, 이러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2주전 시드니에서 10대 여학생들이 앞장서는 낙태법안 반대 시위가 벌어져 눈길을 끈다. 이 시위를 보도한 지난 9일(일) 데일리 텔리그라프지의 기사를 정리 소개한다. [편집자주]

 

미국의 여러 주에서 낙태금지법이 도입된 것에 항의하는 수백 명의 호주 사람들이 시드니 거리에 모였다. 시위에 앞장선 이들 중 한명은 놀랍게도 올해 17세의 고등학생인 벨라 자이드(Bella Ziade) 양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에 사는 우리의 친구들(our friends in the US)' 그룹과 연대하여 '우리 몸 우리의 선택(Our Bodies Our Choice)'이라는 제목의 거리시위를 주도한 자이드양은 “NSW 주에서도 낙태는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돼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스스로 행사할 자격이 있으며, 이를 위해 우리는 함께 싸우고 있다... 낙태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은 pro-life 가 아니다. 그들은 임신한 여성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anti-choice 일 뿐이다"고 주장한다.

(태아의 생명 존엄성을 말하는 pro-life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부정하는 anti-choice는 모두 낙태를 반대하는 말이지만, 전자가 태아의 생명 존엄성을 뜻하는 말이라면, 후자는 여성에게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없음을 전제로 한다 - 편집자주)

 

또 한명의 고등학생인 올해 16세 앰버 켈리(Amber Kelly)는 미국의 낙태금지 법안들이 호주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여 이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켈리양은 미국과 트럼프가 여성의 낙태권리를 더 제한한다면 그 영향으로 호주에서 여성의 권리는 큰 후퇴를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나는 여성이 육체적으로 자율성을 가져야 하며, 교회나 국가가 여성을 대신해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위가 끝나갈 무렵, 낙태반대 지지자들이 시위 장소에 도착하여 몇몇 시위자들과 언쟁을 벌였는데, 켈리양은 이들과도 성숙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은 반 친구인 타라 파브리스(Tara Fabris) 양도 호주정부가 미국의 이러한 보수적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낙태에 관한 더욱 제한적인 법안을 채택할 것을 걱정한다며 "다른 나라들, 특히 미국의 영향으로 극우적 신념이 우리 삶에 자리 잡는다면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여 얻어낸 여성의 권리들이 모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anti-choice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이렇게 무리한 법들이 제정될 수도 있다는 게 두렵습니다" 고 말했다.

 

종합(낙태2).jpg

 

지난 5월 미국의 여러 주에서 낙태 금지 법안들이 개정되면서, 비교적 진보적 색채를 유지해왔던 루이지애나 주에서도 최근 낙태금지법을 도입하기도 했으며, 최근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 범죄 피고인과 근친상간 등 특정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화학적 거세 법안을 의회통과 시켜 세계적 논란을 빚은 앨라배마 주정부에서는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심장박동 낙태 금지법'을 최초로 도입하기까지 했다.

 

이 법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까지도 적용되는데, 이 수술을 담당한 의사들은 99년 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켄터키, 미시시피, 조지아, 오하이오 등의 주들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으며 미주리 주하원은 최근 '8주 이후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금지법은 아직 발효되지는 않았으나, 이의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 NSW 주에서도 의사가 여성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에 위험성을 제기한 경우를 제외하면 낙태가 여전히 범죄로 규정돼 있다.

 

이번 집회에 참가한 17세 고등학생 졸리 쿠친스카(Jolie Kucinskas)는 자신이 ‘100% 공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나는 7살 어린이들부터 80살 여성들까지, 많은 사람들과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왔어요. 이러다 나중에 내 딸들이 살아갈 세상이 어떻게 될까 걱정하며 잠을 못 이루는 날도 있었어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아이를 낳는 권리에 대한 자유와 선택에 대해 두려워할 것이고 생각한다면 그건 틀린 거예요."

 

이경미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낙태1).jpg (File Size:101.6KB/Download:23)
  2. 종합(낙태2).jpg (File Size:41.1KB/Download:17)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01 호주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한의 날씨, “세계유산 위협하는 공통의 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0 호주 시드니 주택 시장의 ‘FOMO’ 심리, 3개월 사이 7만 달러 가격 폭등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9 호주 Year 12 학생들, 대학 입학시 원격 수업보다는 ‘캠퍼스 활기’ 원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8 호주 ‘주거 스트레스’, 지방 지역으로 확산... 민간단체들, “정부 행동 필요”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7 호주 연방정부 최초의 ‘Wellbeing budget’, 호주인들 ‘더 부유하고 장수’하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6 호주 정부 예산, 200달러 흑자 전망되지만... “올해 ‘생활비 경감’ 추가 조치 없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5 호주 ‘School zones’ 속도위반 적발 가장 많은 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4 호주 12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북반구의 7월, 올 여름 호주의 예상되는 기후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3 호주 스리랑카와 호주의 국가정체성 탐구 소설, 올해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2 호주 Auction theory... 경매 통한 거래방식이 부동산 시장에 암시하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1 호주 ‘파워풀 여권’ 순위... 호주 186개국-한국 189개국 무비자 방문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0 호주 심화되는 이상기후... 시드니 다수 교외지역, 더 많은 ‘tree canopy’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9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의 ‘은밀한’ 코카인 사용량,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8 호주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인플레이션 수치 하락 중... 일부 주요 국가들 비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7 호주 호주 실업률 다시 하락... RBA, 8월 통화정책 회의서 금리인상 가능성 ↑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6 호주 대다수 호주인들, “이민자 유입 너무 많다”... ‘적다’는 이들은 극히 일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5 호주 중앙은행 미셸 블록 부총재, 차기 총재 선임... 금리 인하 시작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4 호주 세금신고 정보- 새 회계연도의 세무 관련 변화... 환급액, 더 낮아질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3 호주 FIFA 주관의 첫 여자축구 국제대회, 그리고 1세대 ‘Matidas’의 도전과 투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2 호주 Mind the price gap... 기차라인 상의 각 교외지역 주택가격, 큰 차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1 호주 치솟은 기준금리와 높은 인플레이션... 호주인 절반, ‘재정적 위기’ 봉착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0 호주 ‘재택근무’는 ‘획기적’이지만 CBD 지역 스몰비즈니스에는 ‘death knell’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9 호주 NSW 정부, 주택계획 ‘Pilot program’으로 5개 교외지역 ‘신속 처리’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8 호주 “아직은 모기지 고통 적지만 젊은 임차인들, 높은 임대료로 가장 큰 압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7 호주 HSC 시험 스트레스 가중... 불안-집중력 문제로 도움 받는 학생들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6 호주 NSW 보건부, 급성 vaping 질병 경고... 일단의 젊은이들, 병원 입원 사례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5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3번째 키위사망자 발생 보고 일요시사 23.07.19.
6474 호주 2022-23년도 세금 신고... 업무 관련 비용처리가 가능한 항목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3 호주 잘못 알고 있는 도로교통 규정으로 NSW 운전자들, 수억 달러 ‘범칙금’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2 호주 차일드케어 비용, 임금-인플레이션 증가 수치보다 높은 수준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1 호주 2023 FIFA 여자 월드컵... 축구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변모시켰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0 호주 시드니 주택임대료, 캔버라 ‘추월’... 임대인 요구 가격, ‘사상 최고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9 호주 입사지원시 기업 측의 관심을 받으려면... “영어권 이름 명시하는 게 좋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8 호주 세계 최초 AI 기자회견...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거나 반항하지 않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7 호주 개인소득세 의존 높은 정부 예산... 고령 인구 위한 젊은층 부담 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6 호주 일선 교육자, “계산기 없는 아이들의 산술 능력,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5 호주 SA 주 8개 하이스쿨서 ChatGPT 스타일 AI 앱, 시범적 사용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4 호주 NSW, ‘세입자 임대료 고통’ 해결 위해 Rental Commissioner 임명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3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Dodgeball Sydney’와 함께 ‘피구’ 리그 마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2 호주 CB 카운슬, 어린이-고령층 위한 대화형 게임 ‘Tovertafel’ 선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1 호주 Millennials-Gen Z에 의한 정치지형 재편, 보수정당 의석 손실 커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60 호주 고령연금 수혜 연령 상승-최저임금 인상... 7월 1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9 호주 다릴 매과이어 전 MP의 부패, NSW 전 주 총리와의 비밀관계보다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8 호주 호주 대학생들, ‘취업 과정’ 우선한 전공 선택... 인문학 기피 경향 ‘뚜렷’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7 호주 보다 편리한 여행에 비용절감까지... 15 must-have travel apps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6 호주 각 대도시 주택시장 ‘회복세’, “내년 6월까지 사상 최고가 도달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5 호주 주 4일 근무 ‘시험’ 실시한 기업들, 압도적 성과... “후회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4 호주 연방 노동당, QLD에서 입지 잃었지만 전국적으로는 확고한 우위 ‘유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3 호주 호주 RBA, 7월 기준금리 ‘유지’했지만... 향후 더 많은 상승 배제 못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2 호주 NSW 정부, 각 지방의회 ‘구역’ 설정 개입 검토... 각 카운슬과 ‘충돌’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