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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에 감염되었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오랜 기간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post-viral fatigue syndrome)을 겪기도 한다는 진단이다. 이 증후군은 단순한 피로감 이상으로 쇠약해질 위험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신경계 질환’ 섹션으로 분류하고 '장기 피로 및 기타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복잡한 의학적 상태. 이런 증상은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사람의 능력을 제한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 Pexels

 

‘SA Health & Medical Research Institute’ 진단... ‘단순피로’보다 광범위

이탈리아 연구원 조사, ‘감염자의 55%, 회복 후 최소 3가지 신경쇠약 경험’

 

COVID-19 발생 10개월을 넘어선 현재, 이와 관련된 연구 및 일회성 보고는 수천 건에 달한다.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했고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대다수는 회복되어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의 경과를 보면, 보통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 중증이 아니라면 1주 또는 2주가량 치료를 갖고, 회복 후에는 이전과 같은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COVID-19에 감염되었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오랜 기간 심한 피로감을 겪기도 한다는 진단이다. 최근 남부호주 주 보건 및 의료연구원(South Australian Health & Medical Research Institute)의 마이클 머스커(Michael Musker)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한 일부 환자들의 증상을 호주 비영리 과학 학술지 ‘The Conversation’에 기고했다.

머스커 연구원은 “어떤 이들에게는 바이러스 감염이 그들의 삶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며 “수개월, 수년 또는 평생 신체적 쇠약증상을 유발,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일명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post-viral fatigue syndrome)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인플루엔자, 선열(glandular fever. 림프선이 붓는 감염 질환), 사스(SARS), 그리고 지금의 COVID-19를 포함한 많은 바이러스성 질환을 겪은 이들에게서 보고되고 있다.

 

▲ 어떤 증상이 있나=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을 ‘신경계 질환’ 섹션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장기 피로 및 기타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복잡한 의학적 상태. 이런 증상은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사람의 능력을 제한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해 놓았다.

WHO가 이 증후군을 설명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피로’(long-term fatigue)라고 했지만 머스커 연구원은 “단순한 피로보다 더 광범위하고 쇠약해질 수 있다”면서 “여기에는 인후통, 신체 전반의 통증, 혈압 변화,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의 위장 장애, 두통, 수면장애, 우울증, 현기증이 포함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경의 예민함, 알레르기 반응, 팔다리가 따끔거리거나 화끈해지는 감각 등 보다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머스커 연구원은 “예를 들어 많은 COVID-19 감염 환자들의 경우 후각과 미각 감퇴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질환의 주요 특징은 최소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활동만 하면 증상이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증상을 감안할 때 본질적으로 근육통뇌수막염(myalgic encephalomyelitis, 또는 ME)으로 불리는 만성피로증후군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WHO는 이를 동일한 범주의 신경계 장애 범주로 분류한다.

이런 증상(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면 이에 대한 임상평가는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진단과 동일하다. 다만 만성피로증후군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이 바이러스를 앓는 것은 아니며, 이들 두 용어가 함께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게 머스커 연구원의 말이다. 현재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에 대한 진단검사는 없으며 일련의 증상을 기반으로만 진단이 가능하다.

 

▲ COVID-19에서 회복된 이들에게서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국가에서 종종 설명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발생한 뒤,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 증상이 보고된 바 있다.

기록되어 있는 가장 초기의 발병 중 하나는 1934년 캘리포니아의 사례이다. 당시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이들이 장기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bursting headaches) 또는 팔다리의 통증과 함께 근육이 약화되는 경험을 했다. 또 다른 사례는 1948년 아이슬란드에서, 이듬해에는 남부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에서 기록됐다.

비록 아직은 COVID-19를 이해하는 초기 단계이지만 감염에서 회복된 이들이 겪는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에 대한 다수의 보고와 일부 연구가 나온 상황이다. 가령 지난 7월 이탈리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입원 치료를 받은 COVID-19 감염 환자의 55%가 초기 감염에서 명백하게 회복된 후 약 2개월 뒤, 최소 3가지 쇠약증상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영국의 한 연구는 COVID-19 감염 환자의 10%에게서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이 현격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추정했다.

머스커 연구원은 “COVID-19와 유사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감안할 때 이는 놀라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 따르면 21명의 토론토 출신 의료 종사자들은 지난 2003년 SARS에 감염된 후 최대 3년 동안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을 겪었으며, 이 증상을 갖고 있는 기간에는 일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2006년의 연구도 있다. 더보(Dubbo, NSW)에서 온 253명이 선열(glandular fever), Q열(Q fever. 폐렴 비슷한 열병), 로즈 강 열병(Ross River virus. 호주 및 남태평양에서 만연했던 열병)에 감염된 바 있다. 이들 중 11%는 열병에서 회복됐지만 최소 6개월 동안 지속된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에 시달린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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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어 있는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의 가장 초기 발병 중 하나는 1934년 캘리포니아의 사례이다. 최근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COVID-19 감염 환자의 10%는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이 현격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 : Pexels

 

▲ 원인은 무엇?= 만성피로증후군과 함께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원들은 육체가 어떻게 하여 영향을 받는지를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만약 장기간의 합병증으로 이어진다면 어떤 바이러스라도 그 상태를 촉발시킬 수 있다. 이는 흔한 인플루엔자, 헤르페스 HHV-6 바이러스, 쿡사키 바이러스(Coxsackievirus)와 같은 위 질환(gastric ailments) 또는 COVID-19, 사스, 메르스(MERS)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동반할 수 있다.

또 다른 잠재적 유발 요인은 단핵증(mononucleosis) 또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암과 관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로 불리는 선열(glandular fever)이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90%를 감염시키지만 대부분 18세에서 25세 사이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서 말하는 ‘키스 병’(kissing disease. 전염성 단핵증)에 걸릴 경우 만성적이고 신체가 쇠약해지는 질병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머스커 연구원에 따르면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은 바이러스가 원인일 수 있지만 과학자들은 아직 실제 원인을 알지 못한 상태이다.

한 가지 이론은,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이 신체 면역체계의 과잉반응으로 인해 광범위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잉반응인 시토카인 때문에 염증이 혈액-뇌 장벽을 넘어 잠재적으로 전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장기적인 독성 뇌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우리 인체의 모든 부분은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으며 일부는 신체 시스템에 잠복해 있기도 한다. 그러다가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 이의 좋은 사례가 수두 바이러스의 재활성화인 대상포진(shingles)이다.

연구원들은 또한 우리의 면역체계가 심장이나 소화력(digestion), 심지어 당뇨를 일으킬 수 있는 건강한 조직을 부주의하게 손상시키도록 하는 질병에 자가면역 요소가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구조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영향을 받아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이유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아직 믿을 만한 ‘바이오 마커’(biomarkers)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신체 내 상태를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안타깝게도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 또는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구체적인 약물이나 신속한 치료법은 없으며, 치료옵션에는 일반적으로 개인에게 맞는 여러 가지 접근방식에 맞추어 다양한 의료 전문가를 이용하는 것이 포함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온전한 휴식(total rest)이다. 이는 텔레비전이나 독서와 같은 정신적 자극이 전혀 없는 생태에서 안정을 취하며 휴식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이 증상을 경험한 이들은 어두운 방안에서 오랜 시간 누워 정신적-육체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또 다른 치료법으로는 특정 증상에 중점을 두는 방법이 있다. 통증이 주요 증상인 경우 관절, 뼈 및 근육의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류머티스 전문의가 이용될 수도 있다. 인지행동요법이나 명상 등 심리치료 또한 일부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 증상을 앓고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경우라면 휴식에 대한 필요성을 존중하고 증상완화를 위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의 불안감을 이해하며 진정으로 이들을 돕는 게 중요하다.

‘바이러스 후 피로증후군’을 앓는 많은 환자들은 의사나 간병하는 이들을 믿지 않은 채 그들이 자신을 속이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는 환자에게 수치심과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는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다.

머스커 연구원은 특히 이번 전염병 사태에서 COVID-19에 감염되는 이들은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불안과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끔찍한 경험을 한 뒤 나타나는 우울증, 초조감. 죄의식, 공포감, 성격 변화 등을 말함)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의 세심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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