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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의 저렴한 사회주택 건설을 위한 기금 조성과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녹색당 간의 주택정책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ACT는 일정 부분 임차인의 권리 강화를 법률로 규정, 임대차법 개혁 움직임에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한 임대주택 알림판.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세입자 권리 강화... “임차권 보장-임대인 시장 참여 사이의 적절한 균형 찾기”

 

이제까지 20여 임대주택에서 거주해 왔던 그레이스 프리먼(Grace Freeman)씨는 현재 살고 있는 임대인이 그녀의 애완동물을 허용하고 또한 임대주택의 사소하거나 주요한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해 주고 있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 집처럼 또는 부모 집에서 거주하는 것처럼 지금의 임대주택에서 온전한 내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녀는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임대주택을 선택할 때 애완동물을 포함해 임대인이 모든 편의를 허용하고 또 주택의 여러 가지 문제를 제때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전까지의 경험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프리먼씨는 현재 ‘German shepherd’ 종의 대형견,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캔버라(Canberra)의 한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현재 주택정책을 놓고 연방정부와 녹색당 사이의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프리먼씨의 경험은 주목받는 임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두 정당(연방 노동당과 녹색당)이 주택정책에서 논쟁을 이어가는 핵심 이슈는 임대료 동결에 관한 부분이다. 최근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3만 채의 저렴한 사회주택을 건설할 100억 달러의 미래 주택기금 설립 법안을 상정한 상태이지만, 녹색당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알바니스 정부는 녹색당을 “아주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호주 녹색당은 연방정부가 이 기금 마련을 원한다면 ‘주와 테러토리(State and Territory)가 (임대 관련 규정을 통해) 앞으로 2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고 그 이후 임대료를 인상하도록 하는 것에 먼저 동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달 넷째 주 의회 토론에서 녹색당의 아담 밴트(Adam Bandt) 대표는 ACT 노동당 정부와 녹색당이 “임대료 인상에 상한선을 적용키로 했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연방정부는 다른 정부관할구역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각 주 정부를 통해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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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부동산연구원(Real Estate Institute of ACT)의 마리아 에드워즈(Maria Edwards. 사진) 회장은 “대부분의 경우 임대인은 세입자를 돌보기에 임차인이 임대주택을 본인 편의로 조정하는 것에 개의치 않지만 때로는 상황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 : Elite Agent

   

연방정부는 이미 각 주 및 테러토리의 임대차법을 조정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ACT는 애완동물과 함께 거주할 권리 보장 등 일부 부분을 조정한 상태로, 이로써 현재까지는 호주 각 정부관할구역에서 ‘임차인 친화적’ 법률을 가진 정부관할구역이 됐다. 지난 2019년 ACT 테러토리 정부는 임대료 인상을 인플레이션 수치에 10%를 더한 금액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시장 전문가, 임차인, 임대인에 따르면 이 법률이 특정인에게 부담을 준 것은 아니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ACT 테러토리 정부 주택조정관 스티븐 마이너스(Stephen Miners) 국장은 임대료 인상 상한선이 적용되기 전후의 임대료 상승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임대료 인상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코어로직’(CoreLogic)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달(5월) 캔버라의 주택임대료는 0.4%가 하락했다.

세입자 권리를 강화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캔버라 임대시장에서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수치이다. ACT의 토지세 데이터에 따르면 2012-13년도, 캔버라에는 약 3만7,000채의 임대주택이 있었으며, 10년 후인 2022-23년에는 5만6,500채 이상에 달한다. 마이너스 국장은 “분명, 캔버라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여러 규제에도 불구하고 임대부동산 시장의 성장을 막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ACT는 임대차법을 다시 업그레이드 하여 ‘근거 없는 퇴거 명령’을 없애고 세입자가 임대주택 정원에 채소밭을 만드는 등 더 많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너스 국장은 이 같은 임대차법 개정에 대해 “세입자에게 임차권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임대인에게는 여전히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 사이에 어떻게 적당한 균형을 만드는가에 관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ACT 부동산연구원인 ‘Real Estate Institute of ACT’의 마리아 에드워즈(Maria Edwards) 회장은 “대부분의 경우 임대인은 세입자를 돌보기에 임차인이 임대주택을 본인 편의로 조정하는 것에 개의치 않지만 때로는 상황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차인의) 생활습관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그녀는 “다만 일이 잘못되는 경우 임대인이 차후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불확실이 문제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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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단체 ‘Better Renting’의 조엘 디그남(Joel Dignam. 사진) 대표. 그는 “임차인 권리를 강화한 ACT의 모델은 세입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좋은 출발점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사진 : Linkedin / Joel Dignam

   

이어 에드워즈 회장은 “임대료 인상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괜찮은데, 이는 일방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려는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임대인 입장에서) 의도치 않은 결과는, 기준금리 상승이나 토지세 또는 생활비 변화를 포함해 향후 알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하고자 매번 임대료를 최대한도로 인상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반면 세입자 단체 ‘Better Renting’의 조엘 디그남(Joel Dignam) 대표는 캔버라의 경우 여전히 임대주택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임대료 공실률은 지난해 0.3%로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5월 2.2%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저소득 가구를 위한 저렴한 임대료의 주택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곳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디그남 대표는 “임대료 인상 상한선은 정기 임대에만 적용되기에 신규 임대의 경우 임대인이 원할 경우 임대료를 더 크게 인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는 전국적으로 임대료 상승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는 그는 “어쨌거나 ACT의 모델은 임차인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좋은 출발점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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