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Clover Moore 1).jpg

호주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의회 중 하나인 시드니 시(City of Sydney)의 클로버 무어(Clover Moore) 시장이 다섯 번째 시장직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향후 4년간 무어 시장은 환경 문제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사진은 그녀의 무소속 팀원들과 함께 한 방송과 인터뷰를 갖는 무어 시장. 사진 : 7 News 방송 화면 캡쳐

 

호주 최고 ‘인기’ 정치인 중 하나, “비결은 지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시드니 시(City of Sydney)는 호주 전역에서 가장 부유한 지방의회로 꼽힌다. 또한 호주의 가장 크고 상징적 도시라는 점에서 매 4년마다 지방의회 선거가 치러질 때는 가장 주목받는 카운슬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4일(토) NSW 지방선거가 진행될 때까지, 시드니 시티 카운슬은 클로버 무어(Clover Moore) 시장이 17년간 시장으로 재임해 왔다. 올해 선거에서 그녀가 그 견고한 아성을 무난히 지켜낼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지는 가장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올해 선거에서도, 많은 이들의 높은 관심에 걸맞지 않게 다소 ‘맥 빠지는’(?) 결과로 마무리 됐다. 올해로 76세가 되는 무어 시장이 또 다시 ‘무난하게’ 당선되어 다섯 번째 시드니 시장 임기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무어 시장의 당선은 비교적 일찍 결정됐다. 투표가 진행된 4일(토) 밤 늦은 시간, 그녀의 무소속 팀은 약 43%의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 2016년 그녀의 팀이 기록한 58%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월등히 높은 비율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진보적 성향을 가진 5명의 다른 여성 후보와 경쟁했지만 쉬운 당선이 예상되기는 했다. 이들 5명의 경쟁 후보들은 “무어 시장은 이제 재충전이 필요하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했지만 시드니 시티 주민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시드니 시티의 첫 원주민 출신 시장 후보인 무소속 이본 웰던(Yvonne Weldon) 후보의 무어 시장에 대한 빠른 스윙(swing)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웰던 후보는 16%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노동당 린다 스콧(Linda Scott) 후보의 득표율도 비슷했다.

시드니 시티의 유권자들은 자유당 소속의 쇼나 자렛(Shauna Jarrett) 후보는 외면했지만 올해 녹색당은 1번 후보인 실비아 엘스모어(Sylvie Ellsmore)의 이름 덕에 득표율이 4.4% 늘어나기도 했다. 스몰 비즈니스당(Small Business Party)의 안젤라 비둘카스(Angela Vithoulkas) 후보의 득표율은 5.6%였다.

당선이 확정된 후 무어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로 힘을 얻고 있으며 더 많은 일을 계속하기 원한다”며 “여전히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종합(Clover Moore 2).jpg

35세의 나이(1988년)에 NSW 주 상원에 입성한 무어 시장은 당시 “단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시행되는 것을 보고 싶다”면서 정계에 나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올해 NSW 지방선거에서 다섯 번째 연임에 도전하며 다시금 이를 앞세워 선거운동을 펼쳤다. 사진은 주 의회 입상 당시의 무어 시장. 사진 : Clover Moore

   

지난 1980년,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와 같은 이유로 무어 시장은 올해 NSW 지방선거에서 다시금 시장직에 도전했다. “나는 단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시행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게 40여 년 전, 정계로 나가는 이유였으며, 올해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구호를 내세웠다.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정치적 언어(political language) 대신 모든 부분에서 직설적으로 발언하기를 좋아하는 무어 시장은 이전 시장 선거 때마다 압도적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녀와 다른 노선을 걷는 NSW 주 집권 정당의 분노(?)를 사 왔다.

지난 2014년, 당시 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자유당 정부는 무어 시장을 떨어뜨리기 위해 시드니 시티 지역의 적격 기업에게는 선거에서 2표를 부여하는,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 규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무어 시장은 시드니 시티 지역의 접객 비즈니스에 대해 관대했으며, 이로 인해 자신에 대해 사람들이 ‘bag lady’(여자 노숙자, 쇼핑 가방에 전 재산을 넣고 길거리를 떠도는 여성)로 불린다는 것을 인정했다. 지난 2012년 폴 키팅(Paul Keating) 전 연방 총리(노동당)는 킹스크로스(Kings Cross)에 더 많은 술집이 생겨나는 것을 빗대어 무어 시장을 ‘시드니 그로그의 여왕’(Queen of Sydney grog)이라 비꼬기도 했다. 럼 주에 물을 탄 그로그 주(grog)라는 단어를 차용해 킹스크로스 지역의 지나친 유흥화를 지적한 것이다.

 

종합(Clover Moore 3).jpg

환경 문제에도 주력해 온 무어 시장은 도심 지역에 25km에 이르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사진은 개통 후 자전거를 타고 도로 테스트에 나선 무어 시장.

   

이런 류의 비판은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무어 시장은 레드펀(Redfern. 한 때는 시드니의 슬럼가 이미지를 갖고 있었음) 지역 거주민의 주거환경을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또한 바이러스 방역 차원에서 시행된 봉쇄 조치의 영향을 받은 시드니를 예전의 글로벌 도시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다양한 무료 콘서트와 200개 이상의 옥외 식사 공간 마련 등을 통해 시드니 도심의 활기 찬 밤을 만들어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무어 시장은 “나는 더 세련된 도시를 좋아한다”(That's civilised and I love it)고 말했다. 여기에는 활력 있는 밤의 여흥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향후 4년간 무어 시장이 더 주력하고자 하는 부분은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이를 위해 도시 정비를 가속화하고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밝혔다.

무어 시장은 2050년까지 도심의 나무 숲(tree canopy)을 75%까지 늘리고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의 일부 서비스를 재활용수(recycled water)로 전환하도록 장려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NSW 주 정부 주도로 시드니 도심 지역을 관통하는 경전철(CBD light rail) 공사가 진행될 때 무어 시장은 도심 조지 스트리트(George Street)에 재활용 수도관 설치를 고집했으며, 이제 그녀는 이 파이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고 있다. “시드니 시티 지역의 화장실 및 정원에 물을 주는 데 있어 귀중한 식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무어 시장의 말이다.

시드니 시티 카운슬은 이미 2035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무어 시장은 “쉽지 않을 것”임을 인정했다. 또한 그녀는 도심 지역에서의 자전거 이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그녀가 시장으로 있는 동안 시드니 도심에는 25km의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만들어졌다.

무어 시장은 사회주택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주택 문제는 NSW 주 정부 사안이자 책임이지만 그녀는 시드니에 더 많은 사회주택, 저렴한 공공주택 건축 비율을 높이라고 개발회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임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시드니 시티 카운슬은 오는 2030년까지 시드니 시의 모든 주거용 부동산 중 7.5%가 저렴한 주택 또는 사회주택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시드니 카운슬 시 의원들을 비롯해 무어 시장에 대한 비평가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더 많은 시 예산이 저렴한 주택에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종합(Clover Moore 4).jpg

시드니 도시의 활기 회복을 원하는 무어 시장은 향후 4년 동안 야외 카페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사진 : City of Sydney

   

시드니 시티는 호주에서 가장 부유한 시 의회 중 하나로 지난 회계연도(2020-21년)에는 약 2억 달러의 예산 흑자를 냈다. 이는 노동당의 린다 스콧을 비롯해 무어 시장의 경쟁자들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 시가 확보한 자금은 시를 위해 써야 한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이에 대해 무어 시장은 “시의 자금은 안전하게 운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녀는(NSW 주 상원의원 당시) “지난 90년대 초, 도시 재정이 파산될 위기를 겪었다”며 “당시 시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 중 하나는 ‘시드니 시의 든든한 재정확보’였다”고 말했다.

시드니 시장으로 다섯 번의 임기를 이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고하게 잡아두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시드니 시티 거주자들을 위해 헌신해 온 것이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무어 시장을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하나’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어 시장은 이 같은 정치인으로서의 성공 비결에 대해 “정치는 로켓과 같은 과학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기를 위해 계산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한다. 지역민을 위한 일이다. 정당의 간섭 없이, 또한 그 어떤 다른 간섭 없이 이 도시를 위해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다섯 번째 임기가 결정된 무어 시장은 4년 후 여섯 번째 임기의 시장직에 다시금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래를 보는) 수정 구슬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지만 내게는 아직 (지역민을 위해 일할) 에너지와 동기가 있다”는 무어 시장은 “만약 지지자들이 그러길 원한다면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어 시장은 “하지만, 내가 더 이상 그러지 않을 마음이 정해진다면, 확실한 후계자를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Clover Moore 1).jpg (File Size:57.9KB/Download:11)
  2. 종합(Clover Moore 2).jpg (File Size:70.4KB/Download:18)
  3. 종합(Clover Moore 3).jpg (File Size:76.3KB/Download:13)
  4. 종합(Clover Moore 4).jpg (File Size:137.7KB/Download:16)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301 호주 타스마니아 주, 법적 흡연 가능 연령 높일 듯 file 호주한국신문 15.12.23.
6300 호주 시드니 지역 주택부족 심화로 ‘그래니 플랫’ 붐 file 호주한국신문 15.12.23.
6299 호주 시드니 주택 부족... 노숙자 평균 5년 ‘길거리서’ file 호주한국신문 15.12.23.
6298 호주 NSW 베어드 정부, 카운슬 합병 강제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15.12.23.
6297 뉴질랜드 뉴질랜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순위 2위에 올라 [1] file 굿데이뉴질랜.. 15.12.30.
6296 뉴질랜드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제도 실시, 7월1일부터 국내거소신고증 효력 상실 file 굿데이뉴질랜.. 16.01.10.
6295 뉴질랜드 '옹알스 (ONGALS)' 결성 10주년 기념 첫 공연 뉴질랜드에서 무언 코미디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 K-코미디 선보여 file 굿데이뉴질랜.. 16.01.13.
6294 뉴질랜드 세계은행, TPPA로 2030년까지 뉴질랜드 수출 규모 10% 성장 예상 굿데이뉴질랜.. 16.01.13.
6293 호주 시드니 훈련 중인 두산베어스, 호-뉴 대표팀과 친선경기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92 호주 2015년 ACT 부동산 최고 상승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91 호주 Good life... 고대 철학자에게서 길을 찾다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90 호주 지난 12년간 호주인 주류소비 전반적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9 호주 어린이 5명 중 1명, 학업습득 능력 ‘취약’ 상태서 입학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8 호주 시드니 사립학교 학부모들, 학비 25만 달러 예상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7 호주 고위 공직자들, 납세자 세금으로 만찬 즐겨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6 호주 상위 62명의 자산, 전 세계 절반의 재산 규모와 동일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5 호주 고령의 호주인 의사 부부, 이슬람 지하디스트에 납치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4 호주 디지털 시대의 직업 전망, 호주 청년들 “우울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3 호주 호주 국가 형성의 시작 Australia Day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1.
6282 호주 버클루스 소재 저택, 1천800만 달러 경매에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81 호주 호주 범죄조직의 불법 마약 저가공급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80 호주 2015년 호주 영화업계, 최고의 호황 누려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79 호주 호주 주택가격, 세계 1위 홍콩에 버금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78 호주 “부동산 시장, 중국 정부 외화유출 통제에 영향 없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77 호주 호주 원주민들, 여전히 ‘Australia Day'서 소외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76 호주 호주 ‘공화제 전환’ 움직임, 다시 수면 위로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75 호주 에어 비앤비가 꼽은 전 세계 Top 10 인기 숙소는... file 호주한국신문 16.01.28.
6274 호주 멜번 경매 시장, 올해에도 호황 이어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73 호주 강풍에 지붕 날아간 아파트... 황당, 분통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72 호주 스트라스필드 횡단보도서 젊은 대학생 숨져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71 호주 패리 오키든, 드러나지 않았던 호주 최고의 부자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70 호주 ‘Lockout Laws’, 시드니 도심, ‘고스트 타운’ 되나...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69 호주 NSW 베어드 주 수상, GST 관련 새 제안 내놔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68 호주 호주인 정서, “아직은 군주제 지지 우세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67 호주 시드니, 주요 도시 중 소득 불평등 가장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66 호주 Best experiences in Australia: The things we do better than anywhere else file 호주한국신문 16.02.04.
6265 호주 시드니 경매 낙찰률, 지난해 봄 시즌 이후 최고치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64 호주 NSW 주 상어위험 대처 프로그램, 실효성 ‘의문’?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63 호주 알 카에다에 납치, 조설린 엘리엇 여사 풀려나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62 호주 경기회복 조짐? 지난 1월 구직광고 1%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61 호주 늦은 밤 호텔에 또 무장 강도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60 호주 NSW 의회, “원주민 ‘잃어버린 세대’에 보상 이뤄져야...”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59 호주 “높은 주택 임대료, 심한 ‘스트레스’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58 호주 정부의 세제개혁, 어디로 가나...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57 호주 “교육 부문에서 우리 사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56 호주 “시드니 야간경제 몰락, ‘새 음주법’ 때문이다”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55 호주 시드니 억만장자(super-rich)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54 호주 호주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시드니 하버의 섬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1.
6253 호주 시드니 주택가격 고공행진 이어가... 3침실 주택 150만 달러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8.
6252 호주 ABS, 올 8월 센서스에 지역사회 협조 당부 file 호주한국신문 16.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