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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의 짖어대는 소음으로 이웃과의 불화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자신의 애완견과 관련, 이웃으로부터 협박 문자를 받기도 했던 에밀리 데이비스(Emily Davis)씨.

 

개 짖는 소리에 이웃간 갈등 심화, 분쟁으로 치닫기도

 

애완견 문제로 시드니 주민들 간의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15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가정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짖는 소리로 인한 카운슬 민원접수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너 웨스트(inner west) 지역에서만 4천500명이 이웃의 애완견과 관련, 조치를 취해달라고 카운슬에 요청했다. 이는 매주 30건에 달하는 수치이다.

현재 시드니 시티(City of Sydney)는 매월 90건의 관련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드니 시티가 새로 도입하는 규정에 ‘아파트 세입자의 애완견 사육을 보다 쉽게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이웃 간의 갈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이다.

지난해 말 도입된 이 가이드라인은 ‘공동주택 집 주인은 세입자가 애완견을 기를 수 없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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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증세로 이웃의 불만을 초래했던 다섯 살의 ‘코커 스패니얼’ 종 애완견 베일리(Bailey). 치료 후에는 이웃에게 방해를 주지 않았다.

 

시드니 시티 카운슬의 이 같은 법 개정은 민간 연구기관 통계학자 마크 맥크린들(Mark McCrindle)씨가 진행한 ‘애완동물 소유권과 공동주택 주거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했다. 맥크린들씨는 “개는 호주 전원풍경의 일부이며 호주인들의 삶과 함께 해온 일상적 존재”라면서 “다만 개채수가 특정 장소에 집중된 것이 최근의 변화”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공동주택이 늘어나고 건물 간격이 좁아져 이웃 간의 거리는 가까워졌음에도 불구, 여전히 교외의 넓은 단독주택에서 살던 생활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아파트에 살면서 발코니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호주 전 국민의 약 40%가 애완견을 가족 구성원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낮에 직장으로 출근, 집에 애완견만 남겨 두는 시간이 많다.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애완견이 심하게 짖어 이웃에게 방해를 주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이웃들은 어쩔 수 없이 소음을 참아야 하고, 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너 웨스트는 개 짖는 소리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라이카트(Leichhardt) 카운슬의 콜센터는 이너 웨스트로 카운슬로 합병되기 전 매년 1천 건에 달하는 애완견 관련 민원을 접수 받았으며 인근 매릭빌(Marrickville)에서 받은 450건의 추가 민원까지 처리해야 했다.

공식적인 중재를 요청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주민들까지 합치면 애완견으로 인한 이웃간의 불화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초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는 “무명으로 불만 사항을 적은 쪽지를 집 앞에 남겨두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이웃의 애완견과 관련된 문제”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개 짖는 소리로 인한 소음이 가장 빈번한 이슈였고 ‘책임감 없는’ 주인들의 태도가 두 번째로 지적됐다.

어스킨빌(Erskineville)에서는 한 주민이 쪽지에 “끊임없이 개가 짖어 더 이상은 못 살겠다”며 “카운슬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 개의 목에 ‘짖음 방지기’를 착용시키라”는 내용을 남기기도 했다. ‘시트로넬라 목걸이’(citronella collar)라고 하는 이 짖음 방지기 목걸이는 개가 짖을 경우 그 진동을 감지해 전기 자극을 발생, 시트로넬라 향을 개의 얼굴에 분사하는 장치로, 영국 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이의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또 다른 주민은 “공공장소는 개들의 화장실이 아닙니다. 자신의 애완견이 남긴 배설물을 직접 치워주세요.”라고 쓴 경고문을 산책로 나무에 붙여두기도 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이웃 애완견 문제를 언급하면서 “해결하지 않으면 (법적인) 조취를 취하겠다”는 위협적인 내용을 편지봉투 봉투 뒷면에 휘갈겨 쓰고 이웃집 우편물 수취함에 붙여두기도 했다.

27년 전 울릉공에서 시작, 현재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는 애완견 훈련 회사 ‘바크 버스터스’(Bark Busters)의 호주 지사장 발 에드워즈(Val Edwards)씨도 “무명으로 협박내용을 담은 쪽지를 이웃집 문에 밀어 넣고 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주인들은 자신이 없는 사이 자기 애완견이 짖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 매우 황당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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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을 기르는 한 가정집 우편함에 놓인 이웃이 남긴 불만 문구. 시드니 이너 웨스트는 카운슬로의 애완견 관련 불만 신고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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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개가 짖어 더 이상은 못 살겠다”는 어스킨빌(Erskinville) 지역 주민의 불만 문구. 직장인들의 경우 애완견을 집에 남겨 두고 출근하기 때문에 그 동안 애완견이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갈등이 일기도 한다.

 

맥크린들씨는 “애완견을 둘러싼 이웃간의 분쟁은 현대인들의 삶의 태도에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사람들은 점점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개인적인 영역이나 지역을 원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년 전만 해도 개를 산책시킬 때 배설물을 담으려고 비닐봉지를 들고 나가는 사람은 없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실례가 되고 지역 정부가 명시한 규율 위반행위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개는 그냥 개일 뿐, 낑낑거리기도 하고 짖기도 하는 것이 개의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시드니 북부, 로워노스쇼어(lower north shore)로 이주한 마고트 데이비스(Margot Davis)와 딸 에밀리(Emily)씨는 애완견 베일리(Bailey)로 인해 이웃 주민들과 갈등을 겪어야만 했다.

이사 온 지 며칠 후 코커 스패니얼 종인 베일리가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증세를 보이더니 울타리 아래로 구멍을 내어 도망치기도 했다. 다행히 베일리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한 주민이 창문에 불만을 적어 남긴 쪽지를 발견했다. 거기에는 ‘당신의 개가 하도 짖어서 이웃 아이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데이비스씨는 종이에 적힌 번호로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알려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그 후로 매우 불쾌한 문자를 받았다. 그녀는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제 애완견도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저도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이후 돌아온 답변은 “나도 당신의 개를 해칠 것”라는 협박 문자였다.

데이비스씨는 ‘바크 버스터’ 사에 찾아가 베일리의 분리불안 심리를 치료했다. 그녀는 “많은 개를 키워봤지만 베일리만큼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개는 없었다”고 말했다.

베일리의 트레이너 샤론 비렐(Sharon Birrell)씨는 “이러한 사례는 시드니 외곽지역에서 매주 발생되는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부분 처음에는 무명으로 예의를 갖춰 쪽지를 주고받다가 위협적인 수준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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