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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건국을 기념하는 Australia Day가 이민자들에게는 경축스런 날이지만 호주 원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땅을 잃은 애도의 날이기도 하다. 원주민 공식 기(旗) 앞에서 한 원주민 소녀가 애도의 날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민자와 원주민 간의 ‘헌법상 상호 인정 필요’ 인식 확산

 

대다수 호주인들에게 있어 1월26일은 맥주와 바비큐, 호주 국기 문양의 수영복으로 묘사된다. Australia Day를 기념하는 전국적 공휴일을 이 같은 상징물로 드러내는 것이다.

Australia Day 다음 날인 금주 수요일(2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대부분 호주인들이 최대 국경일로 간주하는 Australia Day가 호주 원주민들에게 있어 여전히 ‘애도의 날’이라며 원주민과 관련해 여전히 보완되지 않고 있는 호주 헌법의 문제 등을 끄집어냈다.

원주민들에게 Australia Day는 대영제국의 호주 대륙 침략이 시작된 것을 나타내며, 또한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도서민들에게는 애초 이 땅의 주인이었음에도 호주 건국을 기념하는 경축일에서 소외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는 날이라고 신문은 언급했다.

호주인의 기대수명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원주민 남성의 기대수명은 69.1세로 70세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앵글로 색슨계 호주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이들보다 10년이 긴 79.7세에 이른다.

교육 혜택에서도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15세에서 24세 사이 비원주민계 호주인들 가운데 12학년까지의 과정을 이수하는 이들은 73%에 달하는 반면 같은 연령대의 원주민 청소년의 12학년 이수는 28.5%에 불과하다.

쉬린 모리스(Shireen Morris)씨는 지난 5년 동안 호주 원주민 관련 정책연구 기관인 ‘Cape York Partnership’에서 원주민 지도자 중 하나인 노엘 피어슨(Noel Pearson)씨와 일을 했다. 정책 자문관으로서 그녀는 비원주민과 원주민간의 상호인정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두고 헌법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모리슨씨는 “우리와 유사한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다른 서방국가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들은 우리보다 분명 앞서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그러나 원주민 문제에 관한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헌법 인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있다는 점”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해 12월, 국민투표위원회(Referendum Council)는 호주 헌법 내에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도서민의 인정을 추진하는 작업을 수행게 됐다. 이를 위한 국민투표 타임라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수상은 재임 당시 이를 2017년 치른다는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모리스씨는 “Australia Day는 호주 원주민 문화와 영국계 백인들이 받은 유산, 그리고 우리가 이룩한 다문화의 성취를 기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노넬 피어슨씨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까지도 이 날은 앵글로 색슨계 위주”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호주 원주민, 토레스해협 도서민, 백인계 정착자들이 함께 국가를 일군 날로, 더 의미 있는 경축일이 될 수 있도록 Australia Day를 재검토할 수는 없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시드니대학교 역사학부의 리차드 워터하우스(Richard Waterhouse) 명예교수는 Australia Day에 대해 “지난 20년간 진정한 국가 기념일로 고착되었다”고 말했다.

워터하우스 교수는 지난 20년간의 변화에 대해 “국가 공휴일로 피크닉과 파티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에 의해 뒷받침되는 활기찬 다문화 국가로서 건국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전환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Australia Day에는 호주 전역 154개 지방과 391개의 행사를 통해 1만6,209명에 대한 시민권 수여식이 진행됐다.

지난 2007년 콩고(Congo)에서 가족과 함께 난민선을 타고 호주로 들어온 뒤 2011년 시민권을 부여받은 19살의 레이첼 나이라무기시(Rachel Nyiramugisha)씨는“Australia Day는 다양성을 기념하는 국가 경축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 가족은 우리를 받아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준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을 기념한다”면서 “이 날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덧붙였다.

부모와 함께 나이지리아(Nigeria)에서 호주로 이민 온 에디 에히오지(Eddy Ehiozee)씨도 Australia Day에 대해 “호주의 활기찬 다문화주의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우리 모두는 호주인이며 어느 국가 출신인지는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호주는 모든 이들을 받아들이고 또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 출신인 모리스씨는 “검은색 피부로 인해 사람들이 비호주인으로 보는 느낌을 늘 지니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그런 측면에서 호주 원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차별의 한 부분을 더 잘 이해한다”며 “호주 이민자는 물론 그 후손들은 원주민 상호 인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리스씨는 “우리 스스로 (호주 원주민을 억압했던) 과거를 외면해 왔지만 우리 모두 이 나라로 들어와 성공적인 삶을 즐기고 있다”면서 “호주 원주민이 똑 같이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당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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