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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밀수 혐의로 인도네시아에서 사형에 처해진 호주인 뮤란 스쿠마란(Myuran Sukumaran)의 작품이 내년도 ‘시드니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전시된다. 스쿠마란의 친구인 화가 벤 퀼티(Ben Quilty)씨가 스쿠마란의 그림들을 정리하고 있다(사진).

 

‘시드니 페스티발’에서... ‘불법 마약 문제’ 인식 제고 기대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에서 사형수로 수감돼 있던 호주인 뮤란 스쿠마란(yuran Sukumaran)은 사형이 집행되기 24시간 전까지도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다. 발리 케로보칸(Kerobokan) 교도소에 있을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던 그는 사형 시설이 있는 누사 캄방간(Nusa Kambangan) 교도소에서의 마지막 남은 시간, 자기 연민과 후회 속에서 스스로를 용서했다.

그는 다수 호주인들의 바람과 달리 누사 캄방간 교도소에서 앤드류 찬(Andrew Chan)과 함께 총살이 집행된 ‘발리 나인’(Bali Nine. 태국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를 거쳐 호주로 불법 마역을 들여오려다 발리에서 체포된 9명의 호주인들) 중 하나였다.

비록 마약 밀매로 유죄가 인정돼 사형이라는 최고형을 받았지만 이미 이들이 20년간 수감돼 있었고 충분히 교화됐다는 점에서 호주 정부는 물론 다수 호주인들은 인도네시아 당국에 이들의 사형을 집행치 말아달라는 청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의 친구이자 멘토로, ‘아치볼드’(Archibald) 수상 작가인 벤 퀼티(Ben Quilty)씨는 스쿠마란에 대해 “자신의 작품을 남기기로 했고, 이 그림을 통해 그는 사형제도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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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마란의 작품을 전시 관계자들. 왼쪽부터 캠벨타운 아트센터 마이클 다고스티노(Michael Dagostino), 시드니 페스티벌 감독 웨슬리 에노크(Wesley Enoch), 화가인 벤 퀸티(Ben Quilty)씨.

 

퀼티씨는 이어 스쿠마란이 사형되기 전날 밤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15년 4월28일, 가족들과 함께 보낸 그 밤 내내 그는 4-5점의 그림을 마무리했다”면서 “마지막 시간을 그는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고, 새벽이 되어 형장으로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손을 놓지 않았던 그림들이 2017년 ‘시드니 페스티벌’(Sydney Festival)의 일환으로 캠벨타운 아트센터(Campbelltown Arts Centre)에서 전시된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그는 발리 케로보칸 교도소, 이어 이감된 누사 캄방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그는 자신의 초상화를 비롯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료들의 얼굴, 시드니의 병원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연작으로 그려냈다.

수감 생활 동안 스쿠마란은 모범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소 동료들은 대부분은 그를 좋아했고 간수들 역시 그의 성실한 생활을 신뢰해 교도소 내에서 스쿠마란이 투병 중인 호주의 할아버지(리버풀 병원에 입원 중이던)와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스카이페(Skype) 사용을 허용하기도 했다.

퀼트씨는 마약 밀수 범죄로 유죄를 받고 사형수로 지내면서 스쿠마란이 교화되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사례는 그가 교도소 내에서 자발적으로 동료들에게 그림과 언어(영어)를 가르쳤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벤 퀼티씨와 함께 내년도 스쿠마란의 작품 전시를 기획한 공동 큐레이터 중 하나인 마이클 다고스티노(Michael Dagostino)씨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호주의 범죄자 치유, 사형제도, 스쿠마란의 교화 등에 대한 부분을 되새기고자 한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스쿠마란은 ‘발리 나인’ 멤버 중 앤드류 찬(Andrew Chan)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고 20여년간 발리 케로보칸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사형이 집행되기 얼마 전 누사 캄방간으로 이감됐으며, 4월29일 새벽 사형이 집행됐다.

지난 2014년, 인도네시아 당국이 자국 내 사형수들에 대해 감형 없이 형을 집행할 뜻을 밝히자 호주 정부는 발리 나인 사형수들을 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정부는 이들이 20여년에 걸친 수감 생활을 통해 충분히 교화되었음을 강조했지만 인도네시아 당국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불법 마약에 대한 호주인들의 정서도 만만치 않았다. 사형 집행 3개월 전인 지난해 1월 조사에서 호주인 절반 정도는 이들의 사형 집행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스쿠마란과 찬의 사형에 대한 문제는 호주 연방경찰 쪽으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태국에서 발리를 거쳐 호주로 마약을 몰래 들여오려던 이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한 호주 연방경찰은 인도네시아 당국이 이를 제보, 발리에서 체포됐던 것이다. 불법 마약에 대한 인도네시아 당국의 입장은 호주에 비해 훨씬 단호했다. 따라서 이들이 호주로의 입국을 기다려 체포한 뒤 그에 대한 처벌을 했다면 이들 중 2명이 사형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캠벨타운 아트센터 이사이기도 한 다스고티노씨, 스쿠마란의 친구인 퀼티씨는 스쿠마란의 작품 전시와 관련, “시드니 서부 지역의 어두운 면 가운데 하나인 마약 문제, 그리고 젊은이들 스스로 ‘불법 마약’이라는 피괴적인 행동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쿠마란이 어린 시절부터 겪었을 인종적 차별과 왕따 문제, 그리고 그가 괴롭힘을 당했음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불법 마약에 손을 댄 점은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스쿠마란의 작품 전시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이런 점을 깊이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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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마란이 직접 그린 자신의 초상화. 마지막 순간에 완성한 이 작품에서 스쿠마란은 총살을 의식한 듯 왼쪽 가슴을 검은 원으로 마무리했다.

 

 

뮤란 스쿠마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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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 모나시 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스쿠마란은 자신을 모델로 결함 있는 남성성의 다양한 관념들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케로보칸 교도소에서 완성한 자신의 작품들 앞에 선 스쿠마란.

 

‘발리 나인’(Bali Nine) 중 하나인 뮤란 스쿠마란(Myuran Sukumaran)은 1981년 런던에서 출생한 스리랑카 이민자로, 4살이 되던 1985년 가족을 따라 호주로 이주한 뒤 시드니 서부 지역에서 성장했다.

고교졸업 후 일반회사 우편업무실에서 일했으며 사무보조를 맡기도 했고 후에는 여권 사무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한 인터뷰에서 스쿠마란은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그로 인해 마약밀매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대학에 다니는 한 친구의 저녁식사 자리에 초대를 받고 갔다가 마약밀매에 관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친구가 저녁식사비를 지불한 뒤 나이트클럽으로 가서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나는 친구의 계획에 함께 하기로 했다”며 “당시 그 친구는 이 일(마약밀매)에 대해 ‘매혹적이고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체포된 것에 대해 “잘된 일”이라면서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위해 기여한 것이 없었다. 현재 이곳(케로보칸 교도소)에서는 모든 종류의 일을 하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마음에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멜번 모나시 대학(Monash University)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한 그는 교도소 안에서 그림에 몰두하며 빼어난 예술적 재능을 보였다. 그는 발리의 케로보칸(Kerobokan) 교도소에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그림 작업을 했으며 스스로를 표현하는 탐구적 미술에 초점을 맞추었다.

‘아치발드’(Archibald)를 수상한 바 있는 호주의 유명 화가로 스쿠마란의 친구이자 멘토였던 벤 퀼티(Ben Quilty)씨는 그의 그림에 대해 “그는 내가 추구해 온, 결함을 가진 남성성의 다양한 관념들을 그림 속에 잘 표현해 냈다”고 평했다. 그는 스쿠마란, 그리고 그와 함께 사형이 확정된 앤드류 찬(Andrew Chan)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교도소를 방문해 그들과 함께 앉아 있으면 마약사범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는 금세 사라지고 만다. 그들은 겸손하고 좋은 성격을 가졌으며 유머감각을 지닌 전형적인 호주 젊은이들이었다.”

스쿠마란은 동료인 찬과 함께 ​2015년 4월29일(수) 12시35분(현지시간. 호주 동부 표준시간 오전 3시35분), 수감돼 있던 누사 캄방간 교도소(Nusa Kambangan prison)에서 사형됐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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