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curriculum 1.jpg

호주 학교들의 과학 커리큘럼은 폭과 깊이가 부족하고 교사들에게도 교육 내용 지침을 거의 제공하지 않아 선진국가들 학생에 크게 뒤처지는 학업 성과를 거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 : Pixabay / Mohamed_hassan

 

7개국 비교 연구, 과학교육의 폭과 깊이 부족... 교사지침도 거의 없고 학교간 격차도

 

호주 학교들의 과학 커리큘럼은 폭과 깊이가 부족하고 교사들에게도 교육 내용 지침을 거의 제공하지 않아 선진국가들 학생에 크게 뒤처지는 학업 성과를 거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교 가능한 7개 국가를 대상으로 호주 과학 커리큘럼을 벤치마킹한 주요 연구에 따르면 호주는 다른 국가의 교육 시스템에 비해 교육내용이 절반에 불과하며 일부 필수 코스를 생략하거나 낮은 수준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주요 국가 시스템에 비해 몇 년 뒤늦은 내용을 가르치고 있으며 특히 빅토리아(Victoria) 주의 과학 커리큘럼은 호주 전국에서 교육 내용이 가장 적다.

정부 교육정책을 위해 연구 작업을 수행하는 교육 컨설팅 회사 ‘Learning First’의 이번 연구는 과학교육 개발 및 검토의 전체 과정이 ‘놀랍도록 열악’(shockingly poor)했으며 혜택을 받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간 격차도 너무 벌어진다며 “커리큘럼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NSW와 빅토리아는 각 학교 자체적으로 커리큘럼을 조정하지만 이외 정부관할 지역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보장된 학습 콘텐츠의 기본 수준을 설정하는 국가 버전을 따른다.

NSW의 최신 과학 과목 강의 계획서는 일부 상위권 국가와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연구에 따르면 현재 교육과정 업데이트 과정에 있는 빅토리아는 이미 부족한 국가의 교육에 비해 훨씬 적은 내용을 제공하는 실정이다.

NSW 학교들은 국제 시험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지난 20년 동안 부진했던 것을 해결하고자 주 전체 교육과정을 한 세대에 한 번씩 검토한 후 현재 모든 과목에 걸쳐 새로운 강의 계획서를 도입하고 있다. NSW의 각 학교는 호주 국가 커리큘럼이 아닌, NSW 교육표준기관(NSW Education Standards Authority. NESA)의 강의 계획서를 사용한다.

빅토리아는 내년도 새로운 과학 커리큘럼을 발표한 예정이다. Learning First의 벤 젠슨(Ben Jensen) 대표는 “다음 버전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며 “커리큘럼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빅토리아 주 교사들에게 맡기는 것(각 학교 자체적으로 커리큘럼 조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science curriculum 2.jpg

지난 2010년 새로운 과학 과목 커리큘럼이 도입되기 전후, 호주 학생들의 국제 평가프로그램(PISA) 결과. Source: OECD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18 Country

   

Learning First는 이번 연구에서 과학 커리큘럼 자료를 검토했다. 과학 과목의 경우 국가마다 광범위하게 일관되고 영어 등의 과목보다 쉽게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주 커리큘럼을 영국, 홍콩, 일본, 상가포르, 미국, 캐나다 알버타 및 퀘벡 주(provinces of Alberta and Quebec)의 커리큘럼과 비교했다.

그 결과 각국 과학 커리큘럼이 평균 74개의 주제를 다루는 반면 호주는 첫 9년 동안 44개 주제로 다른 국가가 강의하는 내용의 절번 정도만 포함됐다.

또한 강의 콘텐츠의 순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이것이 효과적인 교수(teaching)와 학습(learning)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NSW 주의 경우 개편의 일환으로 도입된 7-10학년 대상의 새 과학 강의 계획서에는 이전에 비해 50% 더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과학 과목 상위 성적을 거두는 국가들의 커리큘럼과 일치했다. 빅토리아는 호주 국가버전보다 6%, 다른 국가 시스템의 평균 내용과 비교해서는 59%가 적다.

젠슨 대표는 “NSW의 새로운 과학 커리큘럼은 호주 국가 버전보다 훨씬 더 포괄적으로, 이전의 많은 결함을 해결했으며 이제 세계 최고의 시스템과도 비교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의 질은 학생들의 학습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커리큘럼에 그 교육 내용이 없다면 사실상 학생들에게 해당 과목을 배우지 않는 게 편하다고 말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게 된다”는 우려를 전했다.

호주 커리큘럼 평가 당국인 ‘Australian Curriculum, Assessment and Reporting Authority’ 대변인은 “과학 교육과정은 공공 협의뿐 아니라 내용, 교육과정 및 교육 전문가의 피드백을 포함, ‘중대한 검토’를 거친 후 각 주 및 테러토리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검토 프로세스에는 국제 벤치마킹도 포함되었으며, 그 결과 호주 버전의 경우 전반적인 교육 내용의 폭과 깊이, 엄격성 측면에서 거의 동등한 것으로 평가됐다.

수학, 읽기, 과학 부문에서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생 평가 프로그램(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에 따르면 호주 학생들의 과학 과목 학업 성과는 2012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치러진 PISA 평가 결과는 이달 5일(화) 발표될 예정이다.

 

science curriculum 3.jpg

호주 학교의 과학 과목에서 다루는 전체 주제 및 유치원에서 8학년까지 심층적으로 다루는 주제 수. Source: Learning First 2023

   

호주 정책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교육 프로그램 책임자 조다나 헌터(Jordana Hunter) 박사는 호주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교사들로 하여금 공백을 메우도록 방대한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은 호주의 PISA 평가 하락을 가져온 요인일 뿐이지만 상위권 국가에서는 이 커리큘럼의 엄격성과 지식에 더 큰 초점을 두고, 수업 계획에 대한 학교 전체의 접근방식 또한 마찬가지였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호주의 커리큘럼은 대부분 과목에서 광범위한 방향을 제공하므로 교사에게 무거운 짐을 맡기고, 교실마다 품질과 적용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며 “도전은 과학에만 있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빅토리아 커리큘럼 평가 당국인 ‘Victorian Curriculum and Assessment Authority(VCAA)’ 대변인은 호주 커리큘럼이 개정된 VIC 주 10학년 교육과정의 다음 버전이 개발되었음을 밝히면서 현재 교육과정이나 향후 개정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VCAA는 Learning First의 보고서가 나오면 검토할 것임을 전했다.

NSW 교육 당국은 제프 마스터스(Geoff Masters) 교수가 2년간 검토한 후 2020년 발표한 주 커리큘럼 변경이 ‘학생들의 학습 방법에 대한 가장 최근의 증거기반으로’ 교육 계획안을 다시 작성하는 로드맵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을 위한 NSW의 새로운 과학 과목 강의 계획서는 2024년 나올 예정이며, 7-10학년 계획서는 올 연말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NESA 대변인은 “커리큘럼 개발에 대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신 연구를 기반으로 하며, 지식을 전달할 수 있고 실용적이며 학습의 깊이를 촉진하고 학생들을 위한 최상의 결과를 지원하는 새로운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science curriculum 1.jpg (File Size:78.9KB/Download:6)
  2. science curriculum 2.jpg (File Size:43.2KB/Download:8)
  3. science curriculum 3.jpg (File Size:45.3KB/Download:7)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701 호주 NSW 주, 호주 내 경제 부분에서 ‘선두’ 달려 호주한국신문 14.05.01.
6700 호주 호주 내 마약 압수 및 사용자 체포 크게 늘어 호주한국신문 14.05.01.
6699 호주 킹스크로스 유흥업소들, 도심으로 눈 돌려 호주한국신문 14.05.01.
6698 호주 NSW 주 강력한 법질서 정책으로 재소자 급증 호주한국신문 14.05.01.
6697 호주 호주 해군, 케냐 해안에서 1톤가량의 헤로인 압수 호주한국신문 14.05.01.
6696 호주 호주인들, “양부모 가족은 아이 성장에 필요” 호주한국신문 14.05.01.
6695 호주 시드니 부동산 경매 낙찰률, 4주 연속 80% 이하 기록 호주한국신문 14.05.08.
6694 호주 시드니 어퍼노스쇼어 지역, ‘100만 달러 클럽’ 진입 호주한국신문 14.05.08.
6693 호주 시드니한인회, ‘인종차별법 개정 반대’ 포럼 개최 호주한국신문 14.05.08.
6692 호주 평통, 북한의 현 정세와 한반도 주변 상황 분석 호주한국신문 14.05.08.
6691 호주 김봉현 대사, 서부 호주 광산개발 시찰 호주한국신문 14.05.08.
6690 호주 NSW 빅터 도미넬로 장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애도 호주한국신문 14.05.08.
6689 호주 호주 두 젊은 재벌의 대낮 난투극은 미란다 커 때문? 호주한국신문 14.05.08.
6688 호주 경기회복 신호탄, 4개월 연속 구인광고 늘어 호주한국신문 14.05.08.
6687 호주 호주 입국 난민 희망자들, 평균 대기기간 9개월 호주한국신문 14.05.08.
6686 호주 NSW 주 교통부 장관, ‘자전거 라이센스’ 도입 검토 호주한국신문 14.05.08.
6685 호주 사커루 핵심 수비수 루카스 닐, 월드컵 선발서 제외 호주한국신문 14.05.08.
6684 호주 Australian Teen Sex Survey... ‘섹스팅’, 청소년 교제의 한 형태로... 호주한국신문 14.05.08.
6683 뉴질랜드 선거 앞둔 국민당, 외국인 이민문호개방 역설 file 굿데이뉴질랜.. 14.05.09.
6682 뉴질랜드 작년 19,237명 혼인신고, 동성결혼도 146건이나 file 굿데이뉴질랜.. 14.05.09.
6681 뉴질랜드 2014 세계한민족축전 굿데이뉴질랜.. 14.05.09.
6680 호주 차고(Garage) 유무, 부동산 가격에 상당한 영향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9 호주 강해연의 이유 있는 카타르시스 밀어들(20)- 44번 버스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8 호주 호주인 선교사들이 남긴 한국의 근·현대 모습은...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7 호주 재외공관 '출입국에 관한 사실증명서' 발급 서비스 시행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6 호주 호주 구세군, 새 예산안에 심각한 우려 표시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5 호주 전환기, 호주의 장애인 복지제도는...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4 호주 마이클 커비,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교훈’ 강의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3 호주 재미한국학교 북가주협의회, ‘한국 역사 표준 교육과정’ 개발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2 호주 어번 시티 도서관, “도서관 예산 감축 막아 달라” 호소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1 호주 호주 월드컵 대표팀, 예비 엔트리(30명) 발표 호주한국신문 14.05.15.
6670 호주 경찰, 시드니 서부 일대 폭력조직 체포작전 전개 호주한국신문 14.05.15.
6669 호주 제임스 패커-데이빗 긴젤, 각 500달러 벌금 호주한국신문 14.05.15.
6668 호주 연방 경찰, NAB 직원에 자료 유출시킨 ABS 직원 체포 호주한국신문 14.05.15.
6667 호주 결혼생활의 스트레스가 조기 사망 부를 수도... 호주한국신문 14.05.15.
6666 호주 Budget 2014... 애보트, “세금 인상은 없을 것” 선거공약 파기 호주한국신문 14.05.15.
6665 호주 Budget 2014... 새로운 예산안이 미치는 부문별 영향은 호주한국신문 14.05.15.
6664 호주 Budget 2014... 애보트 정부, “국민 기만한 것” 호주한국신문 14.05.15.
6663 호주 동해안 지역, 대량의 수중메탄가스 저장발견 file 굿데이뉴질랜.. 14.05.17.
6662 호주 4월 주택 판매가는 상승, 거래량은 대폭 감소 file 굿데이뉴질랜.. 14.05.17.
6661 호주 Korean Food Show in Wellington file 굿데이뉴질랜.. 14.05.17.
6660 호주 에어뉴질랜드 항공기 납치범, 뉴질랜드 영주권 취득 사실 알려져 file 굿데이뉴질랜.. 14.05.22.
6659 호주 렌 브라운 “2021년까지 오클랜드 관광 소득 72억 달러로 끌어올리겠다” file 굿데이뉴질랜.. 14.05.22.
6658 호주 시드니 고급 부동산 시장, 거래량 증가로 가격 상승 호주한국신문 14.05.22.
6657 호주 한국 근•현대 사진전, ‘Korea: Then and Now’ 개막 호주한국신문 14.05.22.
6656 호주 ‘북한인권주간’ 개막... 다양한 행사 펼쳐져 호주한국신문 14.05.22.
6655 호주 재외동포재단, 두 번째 사진 공모전 개최 호주한국신문 14.05.22.
6654 호주 구세군 ‘2014 레드쉴드 어필’ 모금운동 전개 호주한국신문 14.05.22.
6653 호주 대학생 수천 명 ‘예산안 반대’ 가두행진 벌여 호주한국신문 14.05.22.
6652 호주 애보트 정부의 초긴축 예산안, ‘지지율 급락’으로 호주한국신문 1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