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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올 여름 엘니뇨 발생을 예측하면서 호주 남동부 일부 도시들이 폭염 대비를 강화하는 가운데 최근의 한 연구는 극심한 무더위로 야기되는 위험이 ‘높은 기온’ 자체보다 ‘그 상황’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여름 한낮, 한 공사장의 열기.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시드니-멜번 등의 평균 ‘폭염 기록일’ 더욱 길어져, 문제는 거주민들의 ‘열 적응력’

 

엘니뇨(El Niño)는 크리스마스 시기, 남미 페루와 에콰도르 해안에서 남쪽으로 약하게 흐르는 난류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엘니뇨 남방진동(El Niño–Southern Oscillation. 열대 동태평양에서의 바람과 해수면 온도의 불규칙적인 주기적 변동으로 열대 및 준열대 지역 다수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서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단계 전체를 가리키는 용어로 점차 확장되었다. 이로 인해 엘니뇨 시기에는 대기 순환에 변화가 생겨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 국가에서는 강수량은 감소하고, 태평양에서의 열대 저기압 형성은 증가한다.

간단하게 말해 엘니뇨가 발생하면 호주 여름에 극심한 더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뜻이다. 또한 폭염으로 인한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시드니, 멜번(Melbourne), 애들레이드(Adelaide) 등 남동부 도시에서 무더운 날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폭염 관련 연구는 극심한 무더위로 야기되는 위험이 ‘높은 기온’ 자체보다 ‘그 상황’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멜번은 매년 여름 섭씨 35도 이상의 폭염을 경험하는 날이 평균 11일이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이 수치는 2025년까지 평균 16일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웨스턴시드니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환경경제학자이자 동 대학교 ‘Urban Transformations Research Centre’ 연구원인 톰 롱든(Tom Longden) 박사는 “폭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측정하는 열쇠는 거주민들의 열 적응력”이라고 말했다. “폭염이 호주 여러 지역에 걸쳐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지 그 기온에 얼마나 익숙한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롱든 박사가 지난 2018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멜번과 애들레이드 거주민들은 지속적인 장기 더위를 경험한 호주 각 도시 거주민에 비해 ‘극심한 폭염 중의 사망 위험’이 더 높았으며, 이들 도시 사람들은 기온 상승 적응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연구를 보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멜번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283명으로 호주 전역에서 가장 많았다. 1인당 기준으로는 애들레이드가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했으며 멜번이 두 번째였다.

롱든 박사는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는, 3일간의 평균이 30일간의 평균기온에 비해 7도 더 상승한다면 해당 폭염은 아마도 무더운 기온이 만연한 다른 폭염에 비해 더 위험할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 30일 동안 폭염에 적응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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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시드니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Urban Transformations Research Centre’의 톰 롱든(Tom Longden) 박사가 호주 전역, 6개의 서로 다른 기후대에서 온도와 관련한 사망을 분석한 그림. TAS, VIC 일부 지역을 포함, 가장 추운 기후대를 제외한 호주의 모든 지역에서 폭염 관련 사망이 추위로 인한 사망보다 더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 Tom Longden

   

또 6개의 서로 다른 기후대에서 온도와 관련한 사망을 분석한 그의 최근 연구는 타스마니아(Tasmania)와 빅토리아(Victoria) 일부 지역을 포함, 가장 추운 기후대를 제외한 호주의 모든 지역에서 폭염 관련 사망이 추위로 인한 사망보다 더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롱든 박사는 이 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특히 남부 도시거주민 사이에서는 폭염에 대해 어느 정도 안이한 자세를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호주 북부의 경우 여름시즌이 오면서 습도가 강해지고, 이에 행동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면서 “반면 호주 남부의 도시에서는 이런 사고방식이 실제로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방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향후 40년의 세대간 보고서(한국신문 8월 25일 자 기사 참조)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온도 상승이 근로자 및 노동생산성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핵심 초점이었다. 이 보고서는 40년 후 지구 기온이 3~4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로 인해 1,350억 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각 도시들, 다른 재난처럼

‘폭염 대응’ 준비

 

멜번은 회색빛 겨울, 특히 하루 동안에 4계절을 느낄 수 있는 날씨 변화로 유명하지만 여름시즌의 폭염은 이 도시 거주민들에게 치명적 위협이 된다. 이는 멜번이 폭염 관리 책임자를 지명한 전 세계 6개 도시 중 하나인 이유이기도 하다.

크리스티나 밀른(Krista Milne)과 티파니 크로포드(Tiffany Crawford)씨는 최근 이 부문 책임을 맡았으며, 이번 여름의 ‘매우 무더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크로포드씨는 “극심한 폭염이 산불이나 홍수에 비해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단서가 부족하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위험을 더디게 인식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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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Transformations Research Centre’ 연구에 따르면 높은 기온에 익숙하지 않은 도시 거주민은 엘니뇨 발생에 따른 극심한 폭염으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진 : Pixabay / Gerd Altmann

   

그녀는 “폭염에 대한 데이터 보고서에는 시차가 있다”며 “사람들은 무더위로 인해 사망하지만 실제 사건과 직접적 연관성을 체감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밀른씨는 2050년까지 도시 폭염일수가 평균 16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보수적 추정”이라면서 “우리가 유럽에서 본 극단적 기후상황, 올 여름 북반구가 경험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온상승 추세는 시나리오의 가장 높은 끝 부분을 추적하고 있으므로 이 수치(30년 내 폭염일수가 평균 16일에 이를 것이라는)는 더 이른 시간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시티 카운슬(City of Sydney)의 기후대비 최고 책임자인 벡 도슨(Beck Dawson)씨는 광역시드니 전역에 결친 수십 개의 지방의회와 협력해 폭염 상황 대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시드니 시티는 홍수, 가뭄, 화재에 효율적으로 대비해온 것과 동일한 재난복구 방안을 폭염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도슨씨는 또한 폭염등급 시스템과 함께 폭염경고 도입 계획이 준비 중임도 덧붙였다.

이어 그녀는 시드니의 지리적 특성(서쪽은 블루마운틴이, 동쪽은 항구와 해변으로 둘러싸인)은 폭염이 이어지는 동안 발생하는 어려움이, 멜번 상황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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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시티 카운슬(City of Sydney)의 기후복원 최고 책임자인 벡 도슨(Beck Dawson. 사진)씨. 시드니 시는 홍수, 가뭄, 화재에 효율적으로 대비해온 것과 동일한 재난복구 방안을 폭염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사진 : City of Sydney

   

도슨씨는 “이런 지리적 특성은 시드니 동쪽과 주요 CBD가 있는 교외지역(suburb)이 서쪽 구역에서 발생하는 열기보다 최대 10도에서 때로는 15도가량 더 시원할 수 있음을 뜻한다”며 “하지만 일반적인 추세는 똑같은데, 극심한 무더위 지속 일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약계층 ‘특히 위험’

 

여름시즌의 무더위는 많은 이들에게 불편을 주지만 특히 연일 지속되는 폭염은 취약 집단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노숙자 지원단체인 ‘Council to Homeless Persons’의 데보라 디 나탈레(Deborah Di Natale) 최고경영자는 무덥고 건조한 여름은 야간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없는 수만 명의 홈리스에게 ‘큰 위험’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탈수, 체온조절의 어려움, 더위 스트레스나 뇌졸중 발생 등 지속적인 폭염 속에 야외에서 또는 차량 안에서 잠을 자야 하는 이들의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크다”면서 “이는 노숙자들뿐 아니라 과밀도 주거지, 단열이나 환기가 원활하지 않는 주택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지역사회 모든 이들에게 냉방이 잘 된 실내 공공 공간 및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은 멜번이 폭염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의 한 부분이다.

광역 멜번의 폭염관리 공동책임자인 밀른씨는 “멜번의 모든 이들이 극심한 무더위 상황에서 시원한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가 올 여름 개선하고 싶은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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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극심한 가뭄을 경험했던 멜번(Melbourne)은 도심 곳곳에 도시 숲(urban forest)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는 폭염을 대비하는 여러 전략 중 하나이다. 사진은 여름 오후 시드니 도심 인근, Mrs Macquaroi's Chair 공원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이런 가운데 롱든 박사는 “폭염의 위험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사람들이 저렴한 에너지에 접근하고 고온에 대비된 시설을 갖춘 시설에 거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염에 취약한 이들은 에어컨 등 냉방기가 없거나 높은 에너지 비용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의 사용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열섬 차단하는

‘도시 숲’ 조성, 중요

 

여름시즌, 도시 지역에서 발생하는 열섬(urban heat island)은 도심이 주변 지역에 비해 3도에서 최대 8도까지 더 기온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멜번은 도로를 따라 많은 나무를 심는 등 도시 숲(urban forest)을 조성하여 열의 영향을 완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Cool Routes’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공공 식수대 위치, 녹지 공간은 물론 무더위 속에서 열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지역을 강조하는 맵을 통해 폭염을 피할 수 있다.

밀른씨는 2000년대 초반, 호주를 덮친 지독한 가뭄 경험이 도시 숲 개발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멜번은 이 가뭄 이후 도심 인기 공원 중 하나인 칼튼 가든(Carlton Gardens), 피츠로이 가든(Fitzroy Gardens) 등에 7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그녀는 “그 지독한 가뭄 이후 더위 감소 및 살기 좋은 환경 관점에서 멋진 도시 숲을 갖게 된 것은 멜번 입장에서 바람직했던 계획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이후로도 우리(멜번)는 이를 개선하고 성장시키는 데 투자해 왔다”고 덧붙였다.

올해 여름 기후에 대해 롱든 박사는 “아직은 기다려봐야 할 사안이지만 올해 북반구의 여름 상황을 연구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면서 “우리(호주)가 몇 차례 온화한 겨울을 보냈다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라고 전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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