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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총리 재임 당시 호주의 공화제 전환 검토시기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던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사진) 전 총리. 여왕의 국장이 진행되던 지난 9월 16일, 그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왕의 서거에 대한 애도 기간이 끝나면 호주의 공화국 전환에 대한 ‘측정되고(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측면에서) 꾸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측정 가능-지속적인 공화제 토론’ 지지... “Indigenous Voice 국민투표 우선되어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이 마무리되면서 호주가 군주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살아생전 호주의 ‘공화제 전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영국 작가이자 왕실 기록관인 로버트 하드먼(Robert Hardman)씨의 ‘Queen of the World’에 따르면 여왕은 만약 호주가 공화제를 원한다면 ‘내 임종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get on with it rather than this lingering deathwatch)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호주의 공화제 전환 운동은 비교적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으나 지난 1999년, 이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결과(이 투표는 공화제 반대가 더 많았다), 그리고 성인이 된 윌리엄(William)-해리(Harry) 왕자의 등장 등 새로운 왕실 이미지로 호주 공화제 운동은 교착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이후 2010년 집권한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전 총리(노동당)는 호주의 공화제 전환 검토시기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후로 미루자고 제안했고, 공화제 지지자였던 자유당의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전 총리 또한 길라드의 제안을 받아들였었다.

이런 가운데 길라드 전 총리는 지난 9월 16일(금),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왕의 서거에 대한 애도 기간이 끝나면 호주의 공화국 전환에 대한 ‘측정되고(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측면에서) 꾸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라드 전 총리는 지난 2010년, 공화제 논의를 미루자면서 “군주의 서거 이후에는 국가(호주) 헌법에 대해 검토할 좋은 순간이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런던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갈라드 전 총리는 “(공화제 논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이에 앞서 ‘Indigenous Voice to Parliament’에 대한 국민투표를 약속한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의 결정을 지지했다. 즉 이것이 선행된 이후 공화제 전환을 논의하고 국민투표로 이어져야 한다는 개인적 의견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앞서 알바니스 총리는 자신의 ‘현재 임기’(3년) 중에는 공화제 전환을 위한 국민투표는 없을 것임을 언급한 바 있다. 즉 (노동당이 연이어 집권하는 경우) 2기 임기 때 고려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길라드 전 총리도 이 같은 발언에 “올바른 조치”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특히 향후 공화제 전환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의 세부 내용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개토론과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길라드 전 총리는 “지난 1999년의 국민투표가 (공화제 전환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모델에 대한 분열’ 때문이었음”을 언급하면서 “이 모든 것들을 국민투표에 붙이기 전 확고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지난 1999년 국민투표 당시에는 공화제를 지지하는 비율이 더 많았다. 하지만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 등에 대한 이견으로 공화제 지지층 내부의 단합이 깨어졌고, 결국 이 투표에서 공화제는 불발로 끝났다. 길라드 전 총리가 언급한 ‘모델에 대한 분열’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정부 의제가 될 ‘공화제’

 

현재 연방정부에는 ‘공화제’ 관련 사항을 다루는 담당자로 매트 드슬드웨이트(Matt Thistlethwaite) 차관보가 있다. 그는 지난 6월, ABC 방송 시사 프로그램인 ‘7.30’에서 “공화제 전환 논의를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시작할 계획”임을 언급했었다.

그는 “총리(Anthony Albanese)가 나를 임명한 것은 이를 의제로 다루는 데 있어 매우 진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다만 이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아니며, 그것은 ‘Voice to Parliament’”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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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 당시의 호주 방문에서 하이스쿨 학생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살아생전 여왕은 호주의 공화제 전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 Facebook / The British Monarchy

   

‘Voice to Parliament’(The Voice)는 지난 2017년 호주 전역 원주민 지도자들의 ‘First Nations’ National Constitutional Convention’을 통해 ‘연방의회에 원주민의 요구를 위한 상설기구’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바니스 총리는 지난 7월 마지막 주 호주 최북동부 안엠랜드(Arnhem Land)에서 열린 원주민 축제 ‘가르마 페스티발’(Garma Festival)에 참석해 원주민 커뮤니티의 오랜 요구사항이었던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Voice’의 의회 내 상설기구를 묻는 국민투표를 가능한 이른 시간에 실시하겠다고 밝혔었다(한국신문 8월 5일 자 ‘알바니스 총리, Indigenous Voice to Parliament 관련 국민투표 제안’ 기사 참조).

디슬드웨이트 차관보는 이어 “하지만 노동당 정부의 (연속 집권을 전제로) 두 번째나 세 번째 임기에 공화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연방선거에서 승리한 노동당 알바니스 총리가 그를 ‘공화제 업무’ 차관보로 임명하자 군주제 지지자들은 ‘(The Voice에 이어) 두 번째 국민투표(공화제 전환 의제) 캠페인을 위한 사실상의 출격’이라고 주장했었다. 이와 함께 캔버라의 군주제 옹호자들은 디슬드웨이트 차관보가 당시 여왕을 ‘외국 군주’(foreign monarch)라는 말로 표현한 것 등에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지난 5월 연방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에 실시됐던 ABC 방송 여론조사 ‘Vote Compass’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당시)가 왕이 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서거와 찰스 3세 왕 즉위 이후 이는 바뀌었을 수도 있다.

여왕 서거 직후인 지난 9월 12일(월), 로이 모건(Roy Morgan)의 여론조사(‘Roy Morgan SMS Poll’) 결과는 호주인의 약 60%가 군주제를 지지했으며 40%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공화국이 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진행(연방선거 전)된 ‘Vote Compass’의 설문은 군주제 또는 공화제에 대해 단순히 ‘yes or no’보다 더 많은 옵션이 주어졌다. 이 조사 내용을 보면, 2019년에 비해 다소 증가한 43%가 ‘왕정과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이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상당 비율이 ‘중립’이라는 의견을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자신의 임무에 전념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마지막으로 호주를 찾은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 호주 총리는 줄리아 길라드였다. 이때 여왕은 영연방 정상회의를 위해 퍼스(Perth, Western Australia)를 방문한 후 여러 지역을 여행했다.

길라드 전 총리는 영연방 회의에서 여왕이 보여준 여러 모습들을 생상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가 열리기 전, 무대에 오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때 여왕은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같이 선 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고, 갈라드 총리가 ‘의자를 가져오게 할까요?’라고 묻자 여왕은 ‘아니, 나는 서 있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길라드 전 총리는 “여왕은 평생 자신의 역할과 임무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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