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캥거루 1).jpg

체중 90kg, 2미터 키의 근육질 몸매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던 호주 캥거루 ‘로저’(Roger. 사진)가 지난 12월8일(토) 노화(12세)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 BBC 방송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던 로저는 양동이를 찌그러뜨리며 힘을 자랑하는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돼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 : Kangaroo Sanctuary

 

사망한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에서 구조, ‘세계적 스타’로 인기 누려

 

“호주가면 캥거루한테 따귀 맞는다.” 한국의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호주에 가고 싶다고 보채는 여자 친구에게 남자 친구가 한 우스갯소리다. 한 때 근육질의 몸매로 터프한 모습을 한 캥거루 사진이 등장하면서 나온 개그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세계적 스타 캥거루 ‘로저’(Roger)다.

금주 월요일(10일)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북부 호주(Northern Territory)의 앨리스 스프링 캥거루 보호소(The Kangaroo Sanctuary Alice Springs)에서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았던 로저가 지난주 1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 아이콘 중 하나인 캥거루는 수두록하지만 ‘로저’라는 이름을 얻은 이 캥거루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팬(fan)을 보유하며 인기를 독차지했다. 체중 90kg,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이 발달된 로저의 몸매는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특히 두 발로 양동이를 으스러뜨린 사진은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엄청난 조회 수를 자랑하기도 했다.

로저의 소유주인 크리스 반스(Chris Barns)씨는 “로저의 죽음은 노화로 인한 것이며,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한 뒤 “아름다운 소년을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반스씨는 “로저는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애벌레 숲속에서 잠을 자거나 뜨거운 태양아래 밖에 나가 놀다가 아름다운 나무 그늘에서 쉬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로저의 생애를 회상했다.

 

종합(캥거루 2).jpg

로저는 지난 2007년 캥거루 보호소(Kangaroo Sanctuary)의 크리스 반스(Chris Barns)씨가 도로에서 로드킬(Road kill)을 당한 동물을 확인하던 중 죽은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에서 발견됐다. 이후 로저는 죽기 전까지 앨리스 스프링스 캥거루 보호소(The Kangaroo Sanctuary Alice Springs)에서 반스씨의 가장 친한 친구로 지내며 아름다운 생애를 보냈다. 사진은 로저와 함께 있는 크리스 반스 씨. 사진 : Kangaroo Sanctuary

 

사망한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에서 구조

 

2미터 이상의 건장한 키를 자랑했던 로저도 작은 크기의 연약했던 새끼 시절이 있었다.

로저는 2007년 반스씨가 앨리스 스프링에서 북쪽으로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길가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은 동물이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순찰하던 중, 죽은 어미 캥거루의 주머니에서 발견돼 구조됐다.

반스씨는 “당시 로저는 5개월짜리 새끼 캥거루로, 겨우 머리카락이 막 자라기 시작했다”며 “귀가 뒤로 쳐질 정도로 너무 커 미국 애니메이션 ‘로저 레빗(’Roger Rabbit)과 닮아 어릴 때는 로저 레빗이라고 부르다가 나이가 들어 성인 캥거루가 된 후로는 로저라고 바꿔 불렀다”고 추억했다.

반스씨에 따르면 사람의 손에서 자란 캥거루이지만, 로저도 여느 수컷 캥거루와 마찬가지로 두 살이 되면서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수컷 캥거루들은) 이 나이가 되면 킥복싱을 하고 싶어 하는데, 로저와 함께 킥복싱을 하기도 했다”며 “때로는 내 자세를 보고 공격하는 줄로 오해해 숲속 여기저기에서 나를 쫓아다니기도 했다”고 반스씨는 전했다.

 

종합(캥거루 3).jpg

로저는 2016년부터 시력저하와 관절염을 앓으며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로저가 사망하기 며칠 전, 반스씨가 촬영한 것이다. 사진 : Kangaroo Sanctuary

 

로저,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오르다

 

반스씨에 따르면 로저를 계기로 ‘앨리스 스프링 캥거루 보호소’는 버려지거나 부상을 입은 캥거루들의 보호 및 재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대부분의 캥거루들은 이곳 보호소에서 재활 후 야생으로 돌아갔지만, 로저의 경우 발 부상 정도가 심해 보호소에 지속적으로 남아있어야 했다.

자유로운 삶은 포기해야 했지만,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Kangaroo Dundee’에 출연한 이후 로저는 ‘동물계의 세계적 스타’로 등극, 누구보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한 삶을 살았다.

반스씨는 “로저는 우리 삶에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친구였으며 “5년 동안 캥거루 보호소에서 ‘보스’(boss)로 군림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로저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시력이 저하되고 관절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사망한 로저는 앨리스 스프링 캥거루 보호소에 묻혔다. 반스씨는 로저를 “가장 친한 친구이자 아들 같은 녀석이었다”이었다며 “언제나 여기 있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캥거루 1).jpg (File Size:72.8KB/Download:226)
  2. 종합(캥거루 2).jpg (File Size:64.2KB/Download:182)
  3. 종합(캥거루 3).jpg (File Size:75.6KB/Download:10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2797 호주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96 호주 올 한 해, 호주인들의 ‘google search’ 최다 검색 단어는?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95 호주 호주 육군 장성 출신 데이빗 헐리, 차기 호주 총독 지명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94 호주 운전 중 전화사용, 최신 기술의 카메라가 잡아낸다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93 호주 호주 주택시장 사상 첫 1억 달러 대저택 거래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92 호주 집단 누드 작품으로 유명한 스펜서 튜닉 작가, 멜번 촬영 사진 공개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91 호주 활기가 사라진 시드니... “Stop talking Sydney down”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90 호주 “휴가를 갖는 것은, 더 큰 업무 효율을 위한 필수 요소...”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89 호주 시드니 주말 경매- 자선단체 기부된 킬라라 주택, 높은 낙찰가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9.
2788 호주 시드니 한인밀집 지역 인구 밀도 ‘급등’ 톱뉴스 18.12.13.
2787 호주 가정폭력 피해자 5일 무급휴가 보장법 통과 톱뉴스 18.12.13.
2786 호주 ATO, 외국인 편법▪불법 매입 주택 강매 조치 확대 톱뉴스 18.12.13.
2785 호주 ‘도시혼잡’으로 인구 감축? “도로-기차 과부하로 무역 줄이자는 꼴”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
2784 호주 올해 HSC, 각 과목별 최고 득점자 배출 학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
2783 호주 문화-관광명소 이용 위한 할인카드, 시드니 야간경제 살릴까...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
2782 호주 올해 중국인 여행자-유학생의 호주 내 ‘난민’ 신청 311%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
2781 호주 글로벌 여행 에이전트 ‘FlightNetwork’ 선정, 전 세계 최고의 해변은...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
2780 호주 자동차 광고 다시보기... 마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던 대표적 광고는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
2779 호주 화제의 아웃백 목장- 남부 호주(SA) ‘코딜로 다운스 목장’ 사람들...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
» 호주 근육질의 ‘스타’ 캥거루 ‘로저’, 12살 나이로 사망 file 호주한국신문 18.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