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solo van life 1).jpg

싱글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van life'가 늘어나고 있다. 작은 밴 차량을 이용, 한 지역에서 일정 기간 머물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솔로 여행자들 가운데 특히 여성들의 두드러진 증가는 최근의 일이다. 사진 : vacay 밴

 

경제적-정신적 요인 등 다양, 싱글 여성 여행자들만의 온라인 모임도 생겨나

 

골드코스트(Gold Coast, Queensland)에 거주하는 켈리 캠벨(Kellie Campbell)씨는 남편이 해외로 이주하자 현재 살고 있는 유닛을 포기하고 밴(van) 차량에서 거주하고자 길을 떠났다.

 

현재 50세로, 예전에 남편과 함께 1년가량 밴을 타고 이동하면서 거주했던 경험이 있는 그녀는 ‘일’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가는 남편의 결정으로 혼자서 밴 여행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캠벨씨는 “밴을 타고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좀더 자유로워지고 또한 갖가지 공과금에 얽매이지 않을 좋은 기회”라면서 “나 자신의 삶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막 시작된 그녀의 밴 생활은 올해 연말까지 퀸즐랜드(Queensland)에서, 그리고 내년에는 일단 가족이 있는 NSW 주의 파크스(Parkes)로 이동할 예정이다. “아마도 나는 해변에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산악지대에서 한동안 머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캠벨씨는 “밴에서 생활할 때 사람들은 다른 이와의 대화에 더 개방적”이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주 통계청(ABS)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밴을 타고 이동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지만 올해 수치에 따르면 호주 전역에 등록되어 있는 캐러밴 및 캠퍼밴 차량은 77만2,627대에 이른다. 이를 호주 전체인구와 비교하면 약 30명 당 밴 차량 한 대가 등록되어 있는 셈이다. 이는 또한 밴 여행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뜻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실제로 캠벨씨처럼 밴 차량에서의 생활을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종합(solo van life 2).jpg

통계청(ABS) 자료에 따르면 현재 호주에 등록된 캐러밴 또는 밴 차량은 77만 대가 넘는다. 전체 인구와 비교하면 약 30명 당 한 대가 있는 셈이다. 사진 : IMDb

   

‘van life’ 증가 배경에는

재정적 요인이 있다

 

아라 스튜워트(Aarha Stewart)씨는 현재 7년째 버스에서 살고 있다. 현재 그녀가 머물고 있는 지역은 남부호주 주 와이알라(Whyalla, South Australia)이다. 올해로 59세가 되는 그녀가 유일한 가족(?)인 애완견 더스티와 함께 버스에서 살기로 한 이유는 재정 문제에 있다.

 

스튜워트씨는 “건상이 좋지 않아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정부 보조금만으로는 주택을 마련해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녀는 버스에서 생활하며 멋진 장소를 방문하고 계절에 따라 기온이 따스한 지역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등 혼자서 밴 생활을 하며 얻게 되는 이점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길 위에서 생활하는, 나와 비슷한 연령의 솔로 여행자들을 많이 만난다”면서 “이런 여성들과의 사이에서 쉽게 동질감을 느끼곤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장기 여행을 하면서 한 곳에 머무는 동안 일을 해 밴 생활에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한다.

 

싱글 ‘van life’ 여성들의

온라인 모임도 생겨나

 

캐러밴이나 캠퍼밴을 이용해 혼자 여행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온라인 모임 공간도 생겨났다.

캔디 켈리(Candi Kelly)씨는 지난 2017년 페이스북(Facebook)에서 ‘Solo Women Campers Meetups’을 시작했다.

 

종합(solo van life 3).jpg

올해 미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수상한 화제의 영화 <노마드랜드>(Nomadland)는 호주 싱글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는 평이다. 사진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프란세스 맥도널드(Frances McDormand)씨. 사진 : IMDb

   

브리즈번(Brisbane)에 기반을 둔 켈리씨는 이 온라인 커뮤니티가 회원수 1만2천여 명으로 커졌다고 소개하면서 “내가 ‘돈 많은 베이이 붐 세대’(cashed up baby boomers)라고 부르는 회원들이 많고 또 그 연령대에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여성들이 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솔로 여성들이 길 위에서 생활하며 장기 여행을 하려는 매우 강한 움직임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63세인 켈리씨에 따르면 싱글 여성들이 ‘van life’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관계의 단절, 자녀들과의 거리감, 불안과 우울들의 정신건강 상태라는 요인이 자리해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은 호주 곳곳을 여행하려는 이들이고, 또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는 켈리씨는 “현재까지 싱글로 살아왔거나 남편과 헤어진 이들, 또는 자녀가 독립함으로써 혼자서 장기간 어딘가를 떠돌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켈리씨는 많은 솔로 여성들이 이 온라인 커뮤니티(‘Solo Women Campers Meetups’)를 통해 자신과 유사한 처지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호주에서도 개봉된 영화 <노마드랜드>(Nomadland)는 경제적 이유로 홀로 남게 된 뒤 작은 밴 차량을 타고 낯선 길 위의 세상으로 떠난 60대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내 2021년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을 차지한 작품이다.

 

켈리씨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펀’(Frances McDormand 분)이 보여준 이야기가 호주 여성들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고 털어 놓았디. “여성 전사들처럼 일어나 힘을 얻을 수 있는 자극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솔로 여행자를 위한

정보-자문 제공

 

켈리씨는 솔로 여행을 계획하는 여성들에게 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참고할만한 정보와 자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차량에서 생활하는 만큼 배터리, 태양전지판 발전기, 또 어떤 밴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한 조언이 제공된다.

 

종합(solo van life 4).jpg

밴 차량을 이용해 솔로 여행을 즐기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만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생겨나 새 여행자들에게 조언을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 : Instagram / 75 Vibes

 

그녀는 또한 처음 솔로 여행을 시작하는 여성들에게는 며칠 또는 일주일 일정으로 소규모 도시에 머물며 생활해보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더 먼 지역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지낼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을 체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코스트(Gold Coast)에 거주하는 롭 무어(Rob Moore)씨는 샤워시설, 별도의 침실과 주방이 마련되어 있는 자신의 버스를 이용해 지난 10년 간 호주 곳곳을 여행하며 ‘나름대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올해 76세인 그는 여행지에서 캐러밴이나 밴 차량을 타고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녀들은 그 여행 자체를 사랑하고 여행지에서 다른 여성을 만나 외롭지 않게 지내고 있다”는 무어씨는 “그런 반면 부득이 하게 밴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무어씨가 만난 이런 여성들 가운데는 한 지역에 머물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감당하는 젊은 여성들도 있다. 차량에 서핑 보드를 달고 다니며 해변 화장실을 이용하는 이들이다.

 

무어씨에 따르면 이 같은 젊은 여행자가 늘어나자 각 지역 의회는 배낭여행자들이 유명 해변에 오래 머물지 못하도록 하고자 공공화장실의 온수를 차단하기도 한다.

 

켈리 캠벨씨는 일 때문에 해외로 나간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솔로 여행’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매일 다른 곳에서 눈을 뜰 수 있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며 축복이라 생각한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solo van life 1).jpg (File Size:67.5KB/Download:8)
  2. 종합(solo van life 2).jpg (File Size:112.2KB/Download:8)
  3. 종합(solo van life 3).jpg (File Size:113.8KB/Download:15)
  4. 종합(solo van life 4).jpg (File Size:56.2KB/Download:11)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451 호주 “높은 기준금리-인플레이션 수치에 불구, 호주 가계들 ‘탄력적’이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0 호주 RBA 로우 총재 임기, 9월 종료 예정... 호주 첫 중앙은행 여성 총재 나올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9 호주 Uni. of Sydney-Uni. of NSW, 처음으로 세계 대학 20위권에 진입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8 호주 연방정부, 비자조건 위반 강요를 ‘형사 범죄’로 규정하는 새 법안 상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7 호주 시드니 제2공항 ‘Western Sydney Airport’, 예비 비행경로 공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6 호주 시드니 주택가격 상승 전환... 부동산 시장 반등 이끄는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5 호주 겨울 시즌에 추천하는 블루마운틴 지역의 테마별 여행자 숙소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4 호주 ‘전 세계 살기 좋은 도시’ 목록에 호주 4개 도시, 12위권 이내에 포함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3 호주 호주의 winter solstice, 한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이기는 하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2 호주 정치적 논쟁 속에서 임차인 어려움 ‘지속’... ACT의 관련 규정 ‘주목’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1 호주 연방 노동당 정부, 야당의 강한 경고 불구하고 ‘Voice 국민투표’ 시행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40 호주 생활비 압박 속, 소비자 신뢰도 최저치... 고용시장도 점차 활력 잃어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39 호주 최악의 임대위기... 낮은 공실률 불구, 일부 교외지역 단기 휴가용 주택 ‘넉넉’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38 호주 규칙적인 낮잠, 건강한 뇌의 핵심 될 수 있다?... 뇌 건강 관련 새 연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9.
6437 호주 Like living in ‘an echo chamber’... 소음 극심한 시드니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36 호주 시드니 주택 위기 ‘우려’... 신규공급 예측, 연간 2만5,000채로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35 호주 스트라스필드 등 다수 동포거주 일부 지방의회, 카운슬 비용 인상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34 호주 공립 5학년 학생들 사립학교 전학 ‘증가’... 시드니 동부-북부 지역 두드러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33 호주 850년 이후 전 대륙으로 퍼진 커피의 ‘deep, rich and problematic history’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32 호주 COVID-19와 함께 독감-RSV까지... 건강 경고하는 올 겨울 ‘트리플 위협’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31 호주 올 3월 분기까지, 지난 5년간 주택가격 폭등한 시드니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30 호주 높은 금리로 인한 가계재정 압박은 언제까지?... 이를 결정하는 5가지 요인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29 호주 호주 경제 선도하는 NSW 주... 실업률은 지난 40여 년 이래 최저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28 호주 전례 없는 생활비 압박... 젊은 가족-임차인들의 재정 스트레스 ‘최고 수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27 호주 거의 7만6천 개 일자리 생성으로 5월 실업률 하락... 기준금리 인상 전망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26 호주 대마초 관련 정당, NSW-빅토리아-서부호주 주에서 ‘합법화’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6.22.
6425 호주 대학졸업자 취업 3년 후의 임금 상승 규모, 직종에 따라 크게 달라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24 호주 최고의 부유층들, 대부분 시드니 동부 지역에 거주... 억만장자들, 납세기피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23 호주 호주 국민가수 슬림 더스티의 히트곡 ‘A Pub with No Beer’의 그 펍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22 호주 연금 정보- 새 회계연도부터 고령연금 지급, 일부 변경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21 호주 지난해 NSW 등서 매매된 부동산의 25%, 고령의 구매자가 모기지 없이 구입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20 호주 NSW 노동당 정부의 첫 예산계획, ‘70억 달러 블랙홀’ 직면... 삭감 불가피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19 호주 그래프로 보는 호주 노동시장... 경제학자들, “전환점에 가까워졌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18 호주 3월 분기 호주 경제성장률 0.2% 그쳐... 현저한 GDP 둔화 신호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17 호주 호주 전체 근로자 거의 절반, 부채에 ‘허덕’... 정신건강 전문가들 ‘우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16 호주 4만 명에 달하는 범법 행위자 자녀들이 겪는 고통-복합적 불이익 드러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6.15.
6415 호주 최저임금 8.6%-근로자 일반급여 5.75% 인상, 향후 금리상승 압박 ‘가중’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14 호주 NSW 주 소재 공립대학들, 등록학생 감소로 2022년 4억 달러 재정 손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13 호주 프랑스 식민지가 될 뻔했던 호주... 영국의 죄수 유배지 결정 배경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12 호주 악화되는 주택구입 능력... 가격 완화 위해 부유 지역 고밀도 주거지 늘려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11 호주 시드니 평균 수입자의 주택구입 가능한 교외지역, 20% 이상 줄어들어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10 호주 기준금리 상승 불구, 5월 호주 주택가격 반등... 시드니가 시장 회복 주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09 호주 퀸즐랜드 아웃백 여행자 11% 감소... 4년 만에 맞는 최악의 관광시즌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08 호주 정신건강-자살예방 시스템 변화 구축, “실제 경험 뒷받침되어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07 호주 CB 카운슬의 폐기물 처리 기술, ‘Excellence in Innovation Award’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8.
6406 호주 그라탄연구소, 정부 비자개혁 앞두고 이주노동자 착취 차단 방안 제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405 호주 호주 가정의 변화... 자녀 가진 부부의 ‘정규직 근무’, 새로운 표준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404 호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이후 부동산 투자자들의 세금공제 신청, 크게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403 호주 NSW 정부의 첫 주택구입자 지원 계획... 인지세 절약 가능 시드니 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402 호주 기준금리 상승의 실질적 여파... 인플레이션 더해져 소비자들, 지갑 닫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